본문듣기

북한이 싫다던 아이들 "통일교육 또 받고 싶어요"

[2020 충남 통일교실] 그림 그리고 상상하며 '남북평화' 배우는 천안 위례초

등록 2020.07.26 19:56수정 2020.07.27 17:10
15
원고료로 응원
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천안 위례초등학교 전경.무궁화동산(무궁화학교 지정)과 연계한 통일동산을 꾸몄다. ⓒ 심규상

   
"통일, 하루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지난 5월 천안 동남구 북면 위례초(교장 신진수) 6학년 교실. 일주일 일정으로 집중 통일교육이 시작됐다. 통일 교육주간(5월 18일~5월 24일)이다.

첫 수업은 '통일교육주간 기념식'으로 시작됐다. 온라인이지만 시청 인원이 제한돼 통일부 통일교육원에 미리 온라인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했다.

온라인 기념식에 출석하자 통일부 장관의 기념사가 시작됐다. 귀에 쏙쏙 꽂히는 눈높이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통일부 장관님의 연설을 실제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6학년 담임인 정지훈 교사는 아이들에게 날마다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여할 것을 권했다. 통일교육원에서 제공하는 남한말-북한말 퀴즈, 통일 후 모습 상상하기, 통일 도서 읽기 등 여러 프로그램이 활용됐다.

"주로 <구름빵>(통일교육원 제공)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정지훈 교사)
 

위례초 6학년 교실. 교실 뒤 켠이 학생들이 만든 무궁화체험,민주교육,통일교육,진로교육,체험활동 자료로 꽉 차 있다. ⓒ 심규상

 

위례초 학생들이 말하는 통일. ⓒ 심규상

 
통일을 주제로 한 통일 수업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과 북 탐구생활, 통일을 품은 달걀 그리기, 통일된 한국 그리기, 통일된 국가 그리기, 팽수와 함께하는 통일 노래 부르기 등이다.

아이들은 달걀에 남북한 단일기 또는 남과 북이 손을 맞잡는 그림을 선보였다. 통일국가 그리기에서는 태극기와 인공기를 결합한 그림이 많았다.

'통일' 하면 떠오르는 낱말은?

'통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이 학교 아이들이 직접 쓴 단어를 보니 백두산, 비행기, 기차, 만남, 여행, 여유, 고구마, 평양냉면, 음식 등이 있었다. 북으로 여행을 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바람이 느껴졌다.

화합, 이산가족 상봉, 화합, 새로운 직업, 문재인 등도 눈에 띄었다. 서로 화합해 이산가족도 만나게 하고 오가다 보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거라는 학생들의 상상력이 전해졌다.

위례초의 통일교육에는 이 학교만의 자랑인 '무궁화동산'이 한몫을 했다. 이 학교에는 무궁화동산이 잘 조성돼 있다.

"무궁화동산에 아이들과 꽃피는 통일동산을 함께 만들었죠. 한반도 모양의 그림도 새겨 넣었고요. 학교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나라 사랑과 통일을 떠올리게 하자는 취지였어요" (정지훈 교사)
 

교실 안이 학생들이 만든 여러 자료로 꾸며 있다. ⓒ 심규상


  

정지훈 교사는 통일교육으로 '통일감수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 심규상


통일 교실 수업 이후 학생들은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도 갈 수 있고... 통일을 하면 좋은 점과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최유진 학생)
"몰랐던 북한 문화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앞으로 북한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천지은 학생)
"북한에 관해 관심이 없었는데 수업을 받고 관심을 두게 됐어요." (이경호 학생)
"북한이 그냥 싫다고 느꼈는데 수업을 듣다 보니 북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포라는 걸 느꼈어요." (임종혁 학생)
"여러 가지 알게 된 점이 많고 북한과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통일교육 또 받고 싶어요." (정현지 학생)


이 학교의 통일교육을 설계·기획하는 정 교사는 통일교육의 강점으로 '통일 감수성'을 꼽았다.

"통일교육 한두 번으로 눈에 띄게 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인권체험과 교육을 받다 보면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듯, 통일 수업으로 통일 감수성이 길러진다고 느껴요. 북에 관심조차 없다가 '수학여행을 북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거나 북한뉴스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이 생겼거든요. 통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학생 중 나중에 통일과 관련한 일을 할 수도 있잖아요."

"통일 교실의 효과는 높아진 '통일 감수성'"
 

위례초는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결과물을 학교중앙현관에 전시해 다른 학생과 교사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 심규상


정 교사는 2학기에는 체험학습 위주의 통일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마침 코로나19로 학교 밖 체험이 어려운 학교를 위해 통일교육원에서 '찾아가는 학교 통일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위례초 2학기 통일체험 프로그램으로는 통일 마술, 통일 동화 잇기, 통일 장학퀴즈, 통일신문 만들기 등이 마련돼 있다.

- 다른 학년 교사들도 통일 수업에 관심이 있나요?
"중·고등학교에는 통일교육 전공자가 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사회, 도덕 교과 중 일부라 모든 선생님이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결과물을 학교 중앙 현관에 꼭 전시해요. 저희 반의 통일 수업 내용도 전시했고요. 그러니까 다른 반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관심을 두고 같이 진행했죠. 결과물을 공유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봐요."

- 도 교육청에서 통일 수업에 대한 지원이 있나요?
"충남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평화 통일, 독도 교육의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 연 80만 원(큰 학교 100만 원)을 별도 지원하기로 했어요. 그 덕에 다양한 교실 수업을 계획할 수 있었죠."
 

교육청에 대한 바람도 곁들였다.

"한반도미래통일센터가 있는데 체험학습 관련 인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전년도 9월이면 체험학습 신청접수가 끝나요. 교사들 입장에서는 그사이 학교를 옮기거나 할 수 있어 미리 신청하기도 어려워요. 도 교육청에서 매년 희망하는 몇 학교라도 갈 수 있게 통일센터와 협의해 줬으면 해요."

정 교사에게 초등학생에게 권하고 싶은 통일 도서 추천을 의뢰했다.

"요즘엔 통일 관련 책이 참 많이 나와요. 그중 저는 단행본 <통일>(저자 이종석·송민성, 출판사 풀빛) 을 추천합니다. 어렵지 않게 통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그림책으로는 <비무장지대 봄이 오면>(이억배, 출판사 사계절)을 권해 봅니다. 그림이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구성돼 있어요."
 

학교 내 자투리 공간을 정원으로 꾸몄다.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 심규상

 
위례초는 전교생 51명(유치원 7명 포함)의 작은 학교다. 1933년 천북공립보통학교로 시작해 1951년 위례공립학교로 개교했다. 지난 2000년 천북분교와 위례초를 통합했다.

신진수 교장은 "학생 개개인이 서로 다르다"며 "작은 학교답게 학생 한명 한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방향도 머리로 하는 교육, 인성교육에서 정서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정서교육은 아이들을 감성을 따뜻하게 보듬어 마음을 치유라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정서교육에 걸맞게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 잘 가꿔놓은 텃밭과 천안의 알프스로 불리는 주변 환경은 생태, 체험위주 학습을 하기에 최적이다. 콘크리트 바닥을 정원으로, 무궁화동산은 갖가지 아이디어로 독도 교육 등 나라 사랑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양경민 시설관리원의 관심 때문에 가능했단다. 도서관에 다락방을 만들어 넉넉하지 않은 공간을 아이들이 정서를 고려해 편안하게 구성한 점도 눈에 띄었다.

맞춤형 교육과 정서 교육을 중시한 교육내용이 알려지면서 목천 등 비교적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굴·바지락·게에서 나온 '하얀 물체'... 인간도 위험
  2. 2 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3. 3 11~15살 학생 수백 회 강간… 이런 일 가능했던 이유
  4. 4 가사도우미에게 재판서 진 고위공직자... 추악한 사건 전말
  5. 5 농구선수로 11년 살아온 제가 '최숙현의 절규'에 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