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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자의 무단침입... '취재' 명분으로 법 위에 선 기자들

[이슈분석] 무단침입·절도까지 저지른 기자들, 언론사 내부 분위기 점검해볼 때

등록 2020.07.25 18:00수정 2020.07.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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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대표는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의 동생이며, 조선일보 사무실 일부가 입주해 있다. ⓒ 권우성

 
'제1조. 사생활 침해
① 취재를 위해 개인 주거지나 집무실 등 사적 영역에 무단출입하지 않는다. 출입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다. 취재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인터뷰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2017년 공개한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중 일부분이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조선일보> 기자 A씨가 서울시청 본관에 있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의 방에 몰래 들어간 것이다(관련 기사: 조선일보 기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방 무단 침입해 촬영).

서울시와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시청 출입기자인 A씨는 17일 서울시청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오전 7시쯤, 서울시청 본관 9층에 있는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다가 직원에게 발각됐다. 

21일 서울시는 A씨를 경찰에 '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남대문경찰서는 24일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A씨도 곧 소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17일 당시엔 송 정책실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전 성추행 의혹 관련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A씨는 이와 관련한 자료를 미리 확보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언론보도를 통해 A씨의 '무단 침입'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취재가 아니라 도둑질'이라는 말도 나온다.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정보 수집을 시도한 것은 엄연한 '언론 윤리 위반'(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4조 위반)인 만큼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실에 몰래 드나들면서 수사 자료 훔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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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앞에서 TV조선 압수수색과 관련해서 경찰과 기자들이 대치했다.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필명 ‘드루킹’ 김 모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무단침입해 태블릿PC, USB 등을 훔쳐간 혐의를 받고 있는 TV조선 기자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일보사 편집국 건물내 TV조선 사무실 입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수십명의 기자와 직원들이 건물 입구를 막아섰다. ⓒ 이희훈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엔 박아무개 <중앙일보> 기자가 그해 3월부터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사무실 컴퓨터에 들어있는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의 수사 자료를 훔친 사실이 밝혀졌다. 박 기자는 절도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1심에서는 징역 8개월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10월 변아무개 <국민일보> 기자가 세 차례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대구대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비리' 수사기록을 출력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다. 변 기자는 당시 구속까지 됐다가 8일 만에 석방되었고, 이후 재판을 거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조선일보>는 <국민일보> 기자의 구속이 과하다는 취지의 칼럼을 지면에 게재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취재를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전선에는 영일이 없다. 특종을 잡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기자들의 생리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경찰서 서류 훔쳐보기는 다반사고 현장 포착을 위해 위장 잠입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에는 취재에 낭만이 있었다. 3공화국 시절, 한 민완(敏腕: 재빠른팔) 기자가 야당 당수 책상 밑에 숨어 회의내용을 엿듣다가 그만 발끝을 들켜버렸다. 당수는 시침을 떼고 '오늘 회의 그만 합시다'고 했다는 일하는 유명하다."(1998년 10월 16일자, '[만물상] 취재기자의 구속' 중)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내용에 동의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세월호 참사 등을 거치면서 무분별하고 과도한 취재 경쟁이 개인에게 큰 상처를 줄 뿐더러, 공익에도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언론사 내외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생존 아이들, 창문 보다가 덜컥 물 들어올까 겁내").

그럼에도 여전히 '취재 욕심'이 앞서서 사회적 논란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2018년 4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한 수습기자는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김동원)이 활동하던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출판사'에 몰래 들어가서 태블릿PC와 USB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에 대해 TV조선 측은 "(태블릿과 USB는)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았고 보도에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과 함께 사과방송을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지어 TV조선 기자를 제외한 세 명의 기자 역시 느룹나무출판사에 무단으로 들어간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 모두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3월 <조선일보>는 '명지전문대 성폭력 사건'을 취재하면서, 피해자 학생들의 진술서를 확보해서 보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보도를 해서 피해자들이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중 한 명은 "어디서 마음대로 '단독' 입수하시고 마음대로 저희의 피해 진술을 기사화하느냐"라며 <조선일보>를 2차가해자로 규정했다. 당시 학생들은 진술서를 제출한 학교 측으로부터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훔쳐서 찍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자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아"...  "조직 전체를 점검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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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불법'은 왜 용인받게 되었나? ⓒ pixabay


그러나 기자들은 여전히 취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이나연 성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언론재단의 '2017 언론인 의식조사'를 인용해 만든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나 정부의 비밀문서를 허가 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응답자(언론인)의 48.2%,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위장 취재하는 행위'는 40.9%가 "매우 정당하다" 혹은 "약간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언론인 10명 중 4명이 언론 윤리를 위반해도 괜찮다고 본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자들이 본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라며 "이번 일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그밖의 편법이나 비정상적인 취재도 용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기자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권력'으로 인식하면서, 범법행위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만약 불법행위시 회사에서 해고하게 된다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언론사 내에도 '취재만 잘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것이 언론인데, 정작 언론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매체비평지의 한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조선일보>는 내부적으로 기자들끼리의 '단독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조직 전체를 점검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단으로 방에 들어가서 몰래 자료 사진을 찍은 것은, '취재'라고 할 수 없다. 기자가 압수수색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며 "내부적으로도 비윤리적인 취재 행위를 묵인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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