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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강연은 처음이라... 다 방법이 있습니다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선생이 마련한 '강연자를 위한 강연'

등록 2020.07.28 13:28수정 2020.07.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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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3요소가 뭔지 아세요?"

'강연자를 위한 강연' 막이 오르자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선생이 던진 물음이다. 물음으로 강연을 열다니 대세 강연자답다. '뭘까?' 생각이 채 떠오르기 전에 권오준 작가가 던진 답.

"첫째, 재미입니다. 둘째는 뭘까요?"
"……"
"둘째도 재미입니다."
"아하!"
"셋째는?"
"알아요. 하하. 재미죠?"
"제가 그동안 감춰뒀던 네 번째 비결이 있는데요. 여기서 처음으로 까겠습니다. 그건…… 재미입니다!"
"네? 아, 하하하하하."

  

강연자를 위한 강연 강연을 하는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 변택주

 
하늘이 뚫린 듯이 비가 퍼붓던 지난 23일 파주출판단지 '목공카페'에서는 '강연자를 위한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 문이 열리자 신유미 작가가 그림책 <너는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 연주를 보면서 문향, 향기를 듣는다던 옛사람들과 소리를 살핀다는 관세음보살이 떠올랐다.

이 강연은 생태동화작가 권오준 선생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동료 작가를 아우르려는 뜻에서 돈을 받지 않고 마련한 자리다. 으뜸 가는 네 가지 강연 비결이 다 '재미'라는 권 작가는 재미를 뒷받침하는 비법도 나눴다.

재미를 받쳐주는 비법

㉮ 무대에 오르지 말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하라.
㉯ 말하는 속도가 빨라야 아이들이 빠져든다.
㉰ 강연장에서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묻고 많은 답을 듣는다.
㉱ 답을 한 아이에게 반드시 상을 준다.
고학년 학생에게는 1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주고, 저학년생에겐 동그라미를 하나에서 열 개까지 준다. 엉뚱한 답을 한 아이에게 점수를 더 많이 준다. 손은 들었으나 마이크를 갖다 대면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아이가 있다. 이럴 때는 "얘가 귓속말 찬스를 걸었어"라고 하고는, 아이 입에 귀를 갖다 대고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답을 꺼내 말하고는 분위기를 띄워 손뼉을 치도록 한다.


살림 밑천을 거침없이 풀어놓는 권오준 작가. 다 아는 일이지만 초중고등학교 모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있어, 작가들이 학생들을 만날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그래도 발을 내딛기, 녹록지 않다는 걸 잘 아는 권 작가는 처음 강연을 하려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나눈다.

처음 강연하는 사람에게 주는 꿀팁

㉮ 닫힌 입이 터져야
기자 노릇을 하다가 라디오 출연자로 세 해를 살면서 말은 웬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무대 위에서 말하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입을 열어야 했다.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곳을 찾아 말을 걸어보자며 고른 데가 엘리베이터다.

"안녕하세요? 오늘 비가 참 많이 오네요."
"그러게요. 하늘이 뚫렸나 싶게 쏟아지는군요."

아파트에서 시작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는 차차 대기업 엘리베이터로 옮아가면서 말하는 두려움을 떨쳐냈다.

㉯ 경험을 쌓으려 돈 받지 않고 여러 달 꾸준히 강연했다. 그래도 강연을 해달라는 데가 없었다. 마침 펴낸 책이 우수도서가 되자 도서관에서 강연해달라고 찾았다. 꾸준히 애쓰고 작은 일들이 하나하나 모이다가 석류가 벌어지듯 한꺼번에 터진다.

㉰ 저마다 몸에 맞는 옷이 있듯이 제 몸에 맞는 강연이 있다. 저다운 강연을 빚어야 한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 왼쪽에서 두 번째 앉은 사람이 미디어북톡 정진희 대표다 ⓒ 변택주

 
"강연 횟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란 물음에는,

㉮ 온라인 검색창에 적어도 5개 남짓한 뉴스가 깔리도록 해야 한다.
㉯ 쑥스러움을 넘어서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작가가 도서관 사람들과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싶듯이 그 이들도 작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책이 나오면 인연이 닿은 도서관 분들이나 선생님들에게 꼬박꼬박 보내는 것이 좋다는 권 작가는 어떤 작가는 새로 나온 책과 강연기획서를 함께 보내기도 한다고 일러준다.

'전국도서관대회' 같은 행사에 부지런히 찾아가 보라고 하면서, 마침 강연장에 와 있는 강연기획자 미디어북톡 정진희 대표를 소개한다. 정진희 대표는 전국도서관대회 말고도 '대한민국독서대전'과 '전주독서대전'과 같은 잔치가 해마다 열린다는 얘기를 나눴다.
 

2020 전국도서관대회 개최지 군산 2020년 제57회 전국도서관대회가 군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다. ⓒ 한국도서관협회 누리집 갈무리

 
올해 전국도서관대회는 10월 21일에서 23일까지 군산에서 열린다. 대한민국도서대전은 제주도에서 열리는데 9월 4일부터 6일까지다. 전주독서대전은 9월 18일에서 20일까지 열린다.

접촉이 아닌 접속 강연 꿀팁

권오준 작가는 코로나 이후 이른바 비대면 강연은 Zoom으로 하는 온라인 강연보다 학교 방송실 강연이 더 현실에 맞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교실에, 강사는 방송실에 앉아서 어울려야 한다. 벽에 대고 말을 해야 하기에 강연자 입이 얼어붙는다. 그새 이와 같은 비대면 강연을 해 본 권 작가, 다음과 같은 팁을 내놓는다.

㉮ 사람을 마주 보지 못하는 방송 강연일수록 '재미'는 필수
㉯ 거듭 퀴즈를 내고 답을 하도록 아울러야 한다.
퀴즈는 O나 X, 그리고 A 아니면 B로 답을 할 수 있도록 내야 한다. 대면 강연과 마찬가지로 고학년생에게는 포인트를, 저학년생에게는 동그라미를 준다. 한꺼번에 전 학년 학생에게 강연해야 한다면, 2학년 눈높이에 맞춰 얘기하고 동그라미를 준다. 역시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는 식으로 점수를 주는데 포인트 확인은 선생님들에게 맡긴다.
㉰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강연하는 사이에 15분쯤 체험학습을 놓치지 않는다.


이날 강연에는 중견 동화작가 원유순, 윤혜숙, 김소연 선생을 비롯해 작가 10여 명과 미디어북톡 정진희 대표, 서점문화발전소 성미희 님, 국민서관 목선철 본부장, 도서출판 해와 나무 전혜원 편집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강연이라기보다 공연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이 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게가 적어도 40kg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앰프가 분위기를 띄웠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를 부르는 소프라노 오영주 푸치니 오페라 에 나오는 'O mio babbino caro'는 아버지에게 내 사랑을 막아서지 말아 달라며 마음을 다해 비는 노래 ⓒ 변택주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강연은 소프라노 오영주 선생이 부르는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로 막을 내렸다. 푸치니 오페라 <Gianni Schicchi>에 나오는 이 노래는 아버지에게 내 사랑을 막아서지 말아 달라며 마음을 다해 비는 노래다. 강연 기회를 열려는 강연자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오영주 님과 <너는 소리>를 피아노 연주로 나눈 신유미 작가도 권오준 작가와 마찬가지로 아무 대가 없이 나온 자리여서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참석자들에게 이탈리안 치즈와 채소 그리고 정성이 듬뿍 들어간 수제 샌드위치를 돈을 받지 않고 내놓은 '목공카페' 이정희 님 마음씨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힘겨운 코로나 정국에도 저와 같은 이들이 있기에 살맛이 나는구나!' 하고 느끼며 돌아서는 길. 서로 북돋우며 마음을 나누는 데서 '코로나를 녹여낼 비결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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