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학부모의 교육부 원격수업 설문 참여기

[주장] "우리 아이가 학교에 매일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등록 2020.07.31 09:40수정 2020.07.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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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나흘간 교사, 중고등학생, 중고등학생 학부모, 초등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중이다. ⓒ 교육부의 온라인 설문조사 안내문

  
교육부는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나흘간 교사, 중고등학생, 중고등학생 학부모, 초등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1학기 동안 원격수업 경험 및 인식조사 설문'을 실시 중이다. 교육부는 설문 안내를 통해 "설문 결과는 원격수업에 대한 가정 지원과 정책 수립 등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원격수업 확대를 위한 설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인 기자가 직접 학부모 대상 설문에 응해봤다. 다음은 설문을 하면서 실제로 겪은 약 10분 동안의 이야기다.  

설문은 자녀가 생각하는 원격수업의 장점 2개를 선택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선택할 게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학습 가능'과 기타를 선택해서 2개 선택 조건을 충족했고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원격수업 시 어려웠던 점도 2개를 선택하라고 하면서 6개(기타 포함)를 제시한다. △온라인 수업 시 집중 저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에 대한 피로도 증가 △접속이 안되거나 끊기는 등의 시스템 불안정 △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의 소통 부족 △과제 수행의 어려움과 기타 등이다. 

고심 끝에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의 소통 부족'을 선택한 후, 선다로 제시한 나머지 내용 모두를 기타에 기술했다. 장점이든 어려웠던 점이든 선택 개수를 제한하지 말고 열어놓았으면 좋았겠다 싶다. 자녀와는 평상시 늘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설문에 응했다. 

매일 원격수업하려고 클래스팅에 접속하는 게 일상이 된 초3 자녀는 묻는다. "왜 어른들은 매일 매일 일하러 나가는데 왜 우리는 학교에 못가는 거야? 아직 친해진 친구는 없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고 싶어." 이 내용을 주관식 설문항에 기록했다. 

학부모는 원격수업 지속과 장기화에 걱정 많다


1학기 동안 자녀가 듣는 학교의 원격수업에 대해 만족하냐는 물음에는 '매우 불만족'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묻길래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원격수업은 빨리 끝나야 합니다. 최대한 대면수업이 가능하게 학교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실 안에서 대면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원격수업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미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중독은 이제 소수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대면수업 확대를 통한 관계 형성과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다음으로 원격수업 확대를 위한 질문이 이어진다. 자녀의 원격수업에 도움을 주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도와주는 것에 부담 느끼냐는 질문에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원격수업지원을 위해 도움받는 곳 어디냐고 묻는데 '인터넷 검색' 정도다. 원격수업 외 추가적인 학습을 하냐는 물음에는 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주위에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 원격수업 기간 동안 자녀에게 도움이 되었던 점 2개를 선택하라고 한다. 기타항 포함 6개 항목을 제시하고 있으나 선택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선택할 게 없는데 왜 2개를 선택하라고 하는지 난감한 상황에 다다른다. '학습 공간 및 시간의 제약없는 수업 참여'라는 항목은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수업을 집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이다.

다른 항목도 마찬가지다.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은 원격수업을 포장하기에 그럴 듯한 말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하라고 하고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을 뿐이다. '자녀 학습 수준과 흥미에 따른 맞춤형 교육 가능'은 또한 현실과 괴리된 항목이다. 학습 수준은 선생님이 제일 잘 알고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도 선생님만이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제시된 문항은 모두 원격수업에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위기상황에도 지속적인 학사일정 수행 및 학습권 보장'이라는 말은 교육당국에서나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에 대한 반복학습 기회 증대'는 되려 대면수업이 훨씬 기회가 많다. 또 다시 기타를 선택하고 도움되었던 점은 없으니 대면수업 확대해달라는 의견을 적었다. 

원격수업 힘들다, 그러나 선택할 항목은 없다 

원격수업과 관련하여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설문에서는 기타 포함 7개의 선다가 제시됐다. △자녀 학습습관 형성 및 집중도 유지 △학업수준, 평가에 대한 불안 △온라인 플랫폼 접속 오류 및 지연 △디지털기기, 학습공간 등 인프라 확보 △ 다양한 원격수업 콘텐츠 부족 △교사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이 시기에 애들 '학습습관 형성 및 집중도 유지'를 바라는 건 가혹하다. 게다가 '학업 수준, 평가에 대한 불안'과 '학업수준 향상'도 학교에 등교해야 할 아이들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바람이다. '온라인 플랫폼 접속 오류 및 지연'은 초반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이런 오류 상황을 만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디지털기기, 학습공간 등 인프라 확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그럴 예산이 있으면 애들 대면수업할 수 있게, 애들 학교에 갈 수 있게 시설과 인원을 확충하는데 예산을 써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원격수업 콘텐츠 부족'은 원격수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가 차고 넘쳐나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매우 부적절한 예시 항목이다.

'교사와의 원활한 소통'관련도 마찬가지다. 교사와의 소통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전화 통화와 메시지 주고 받는 일이 많아졌고 학교에 문의해야 할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고 보니 이 두 개 항목을 체크하면 원격수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이유가 다양한 원격수업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고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교사 책임으로 갈까하는 노파심마저 든다. 안그래도 원격수업에 대면수업까지 병행하느라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뻔히 아는데. 

교육당국의 이런 항목 제시가 얼마나 현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는지 바로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또 '기타'를 선택하고 의견을 적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위 제시된 항목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 못가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집에서 원격수업 듣다 보니 학교급식도 못먹게 되고 삼시세끼를 집에서 다 해결해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사실상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 확보 등 안전한 원격수업 진행을 위한 대책 말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세요.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합니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늘어만가는 학부모들의 한숨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필요 시(예: 미세먼지 심한 날,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격수업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반대한다'라고 답했다. 원격수업과 관련하여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어른들이 일터로 출퇴근 하듯 아이들도 학교에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사 요청했다.
  
동네에서 학부모를 만났다. 교육부에서 이런 설문을 한다는데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모르고 있단다. 그 자리에서 설문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원격수업에 대한 수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옆에서 종이접기 놀이를 하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한 시간이 채 안된 시간동안 나눈 대화에서 내린 결론은 "제발 아이들이 매일매일 학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기기 확충이나 원격수업 지원에 쓸 돈 있으면 안전한 등교수업 가능하게 하는데 써달라"는 것이었다.

29일,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의 대화 내용이다.

"자, 녹음기를 켜두고 지금부터 질문하겠습니다." 
"원격수업이 더 좋아요. 학교가서 수업받는 게 더 좋아요?" 
 "학교" 

"왜요?" 
"원격수업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단 쪼끔 재미도 없고 음. 집중도 안되고 그런데…그렇다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공부가 더 잘 돼요."   
"학교 가서 하는 게 훨씬 더 좋아요."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싶어요."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 올해는 어때요?"  
"사귄 친구가 아직 없어요. 만날 기회가 조금밖에 없으니까." 

"원격수업으로 공부하는 거 재밌어요?" 
"아니요."  
  
"학교에서 수업 듣는 게 더 좋아요?" 
 "네." 

 "왜인 줄 알아요?" 
"선생님이 알려주는 건 귀에 쏙쏙 들어오고, 학교에 가면 어쩔 때 한 번씩 밥먹기 전에 게임도 하고 선생님이 맛있는 것도 주니까."
   
29일 시작된 교육부 설문은 8월 1일 종료된다. 설문내용에 질문과 문항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건 설문에 참여해 본 한 학부모만의 생각일까?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해진다. 현장의 소리가 설문에서 취합되길 바라며 설문에 참여할 수 있는 주소를 안내한다. 
  
[교육부 설문조사 주소]

- 교사용
http://rha.moe.go.kr/response/jsp/survey/SurveyResp.jsp?PROGRESS_SEQ=696&SURVEY_SEQ=762&VIEWTYPE=INTRO&RPATH=H&USER_ID={USERID}&USER_EM={USEREMAIL}&USER_NM={USERNAME}&ENCRYPT=N

- 중고등학생용
http://rha.moe.go.kr/response/jsp/survey/SurveyResp.jsp?PROGRESS_SEQ=697&SURVEY_SEQ=763&VIEWTYPE=INTRO&RPATH=H&USER_ID={USERID}&USER_EM={USEREMAIL}&USER_NM={USERNAME}&ENCRYPT=N

- 중고등학생 학부모용
http://rha.moe.go.kr/response/jsp/survey/SurveyResp.jsp?PROGRESS_SEQ=698&SURVEY_SEQ=764&VIEWTYPE=INTRO&RPATH=H&USER_ID={USERID}&USER_EM={USEREMAIL}&USER_NM={USERNAME}&ENCRYPT=N

- 초등학생 학부모용
http://rha.moe.go.kr/response/jsp/survey/SurveyResp.jsp?PROGRESS_SEQ=699&SURVEY_SEQ=766&VIEWTYPE=INTRO&RPATH=H&USER_ID={USERID}&USER_EM={USEREMAIL}&USER_NM={USERNAME}&ENCRYPT=N
덧붙이는 글 인터넷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원격수업 #코로나19 #교육부 설문조사 #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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