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한 지역에 산업단지가 4개... "여기서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

충남 예산군 고덕면 주민들, 산업단지 추가 건설에 반발

등록 2020.07.31 17:34수정 2020.07.31 17:34
0
원고료로 응원

공청회에 앞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주민들 ⓒ 이재환

 
충남 예산군 고덕면 지곡리와 상장리 일대에 추진 중인 예당2산업단지 건설 문제를 놓고 주민과 주민, 주민과 사업자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예당2산업단지는 90만5181m²의 규모로 기존에 있던 예당산업단지와 연계해 추가로 조성된다. 기존 예당산업단지는 오추리 일원에 조성돼 있는데 지곡리 일부가 산업단지에 인접해있다. 때문에 지곡리 주민들은 매연과 악취 등 산업단지로 인한 피해를 받아야 했다.

추가로 건설되는 예당 제2산업단지에 이곳 지곡리 일부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곡리 내 민가도 산업단지 수용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똑같이 제2산업단지가 들어오는 상장리 내 민가는 수용대상이 아니다. 상장리 주민들은 이주도 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 할 판이다.

똑같이 산업단지가 들어와도 마을에 따라 수용 여부가 다르고 개개인의 처지 등에 따라 주민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매연 등 피해를 겪고 있는 지곡리 주민 일부는 산업단지로 수용되면 땅을 팔고 환경이 좋은 곳으로 옮겨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는 환경오염 등을 일으키는 산업단지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상장리는 산업단지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민가가 수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두고 또 주민간에 입장이 엇갈린다. 

특이한 점은 산업단지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모두 산업단지와 인근 공장들에서 나오는 매연과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0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사무소에서는 예당 제2산업단지 건설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예산군 고덕면에 이미 산업단지 4개가 위치하고 있다"며 "마을에 암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고통 몰아주기"라고 비판했다.

김아무개(지곡리)씨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려면 이장 주관 하에 마을 대동회를 거치고, 주민의견을 들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절차조차 없었다. 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보상비가 적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예당 제2산업단지 조감도 좌측 하단으로 보이는 민가 밀집지역이 상장리 2구이다. 산업단지가 마을 바로 뒤로 들어설 예정이다. ⓒ 이재환

     
송아무개(상장리)씨도 "지금도 마을에 암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예당산업단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유해성 화학 물질을 내뿜는 공장이 여러 개가 있다. 예산군은 이런 업체에 대해 대책이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단지가 추가로 추진되고 있다. 고덕면에 고통을 몰아주는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찬성 측 주민들조차도 열악한 환경 문제 때문에 이주를 결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찬성 측 주민 최아무개(지곡리)씨는 이날 공청회에서 "마을 남쪽으로는 L화학 계열의 화학공장이 있다. 20여 농가가 맞바람으로 악취와 공해 소음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마을 북쪽에는 예당산업단지화학 공장에서 공해 물질이 나오고 있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그래서 이주를 결심했다. 생명이 단축되는데 이대로 죽으란 말인가"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가 않다. 성아무개(지곡리)씨는 "고덕에는 이미 고덕 산업단지와 예덕, 신소재, 예당 산업단지의 4개 산업단지가 있다. 여기서 더 산업단지가 필요하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곡리는 예전에는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 6.26 전쟁 때는 피난처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그랬던 마을이 어느 순간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또 "우리 지곡리 사람들은 보상을 받고 떠난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머지 상장리와 오추리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우리만 살자고 이웃을 고통으로 몰아 넣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산업단지를 반대하고 싸워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예산군 "기존 화학공장 문제 안다"... 지도 감독은?

이와 관련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예산군청 관계자는 "마을 주변에 위치한 화학 공장의 문제는 잘 알고 있다"며 "예산군에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예산군청이 지도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공장에서는 유해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예산군 고덕면은 예산당진간고속도로 고덕 나들목이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과는 자동차로 불과 1시간 10분 거리이다. 입지 조건상 유해 화학물질 공장을 포함한 산업단지와 폐기물처리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장원 예당제2산업단지 반대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사업이 특정 지역 또는 시기에 집중될 경우, 이에 대한 누적 영향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며 "고덕 주민들은 지금도 유해화학물질 취급하는 사업장 때문에 악취와 매연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우리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의 제지로 피켓을 고덕 면사무소 밖에 놓고 공청회장에 입장했다. ⓒ 이재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블로그 미주알고주알( http://fan73.sisain.co.kr/ ) 운영자. 필명 전설.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가...' 조롱시, 김삿갓 작품 아니었다
  2. 2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 - 이재명 1.1%p차 초접전... 홍준표 4위
  3. 3 "국가인권위가 '박원순 성추행' 기정사실화... 조사 불응하겠다"
  4. 4 이수진 의원 "'수지 김 간첩조작사건' 범인이 성공한 기업인?"
  5. 5 네덜란드인 하멜이 본 17세기 조선의 추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