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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소식만 20년째... 나도 아파트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기사 공모 - 부동산 때문에 생긴 일] 거짓말 같은 '공급 늘려 집값 잡겠다'는 말

등록 2020.07.31 16:24수정 2020.07.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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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쪽 큰 도로까지 한 곳으로 묶어 재개발하는 거예요. 개발 규모가 커야 대기업 건설사도 들어오고 시세 차액도 더 크죠. 잘 개발만 하면 이쪽에 집 가진 사람들 돈방석에 앉는 거예요."

벽에는 건물까지 촘촘히 그려진 동네 지도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고, 도시계획 전문가라고 소개한 사람은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랴 지도에 붉은색을 쭉쭉 그으며 설명하랴 정신이 없다. 사무실 직원인 듯한 사람이 음료수를 돌리고, 중년의 아저씨는 '그래 재개발!' '맞아요 그렇게 해야 해요' 추임새로 흥을 더한다. 요지는 낡은 동네를 허물고 재개발을 하자는 것이었고, 그 일을 자기에게 맡겨 달라는 것이었다.

안면이 있는 통장 아주머니가 재개발 설명회에 가자고 꼬드겨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따라나선 길이었다. 재개발 설명회장인 줄 알고 간 그곳이, 나올 때 강사(?)의 명함을 받아들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선거사무실임을 알았다. 속은 기분에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정상적인 선거 활동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시계획 전문가를 자처하던 후보는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선거가 끝나고도 재개발 문제는 한참을 떠들썩했다. 뉴타운 환상에 모두가 부자가 될 것 같았던 2006년 전국지방선거 때 일이다.

재개발? 아내의 바람
 

재개발 현장 세를 살거나 건물을 임대해 삶의 터전을 일구던 사람들에게 재개발은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사진은 2019년 광진구 재개발 현장. 지금은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 안호덕

 
재개발 바람은 수년에 한 번씩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다. 재개발 조합을 결정한다고 집마다 동의서를 받았던 사람들이 조합 설립 회의를 한다고 참석을 수차례 확인했다. 동네에서 제일 큰 교회에 많은 사람이 들어찼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조감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진행자가 재개발 구역 중 교회 땅 지분이 가장 많으니 목사를 명예추진 위원장으로 추대하자고 했다. 조금 떨어진 작은 교회 목사는 부위원장 직함을 맡았고, 큰 건물 주인들은 감투를 하나씩 꿰찼다.

박수만 치다 끝난 행사. 나오면서 아내는 새로 들어설 아파트에 우리가 살 수 있을까 물었다. '무슨 대수로 우리가 그 아파트를 살아. 이야기하는 것 보니까 집이 있어도 몇 억은 더 내야 들어갈 수 있다는데...' 내 대답에 붕 떴던 기분이 둘 다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래도 지하 방에 세 사는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다 쫒겨나야 할 건데. 재개발이고 뭐고 아이들 클 때까지만이라도 이 동네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요란하던 재개발은 정권과 부동산 정책이 바뀔 때마다 급발진과 급정거를 반복했고, 꺼지지 않는 휴화산처럼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길. 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주차된 차들. 인도와 차도가 분리 안 된 도로. 가끔은 재개발이라도 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는 않았다. 골목에 좀도둑도 잦았다. 구청에 방범 CCTV를 달아놓으려고 민원을 넣은 적도 있었다. 구청에서는 CCTV 한 대 운영 가격이 얼마냐고 난색을 표했다.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에 현장을 나온 경찰은 재개발이 좀도둑을 막는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주민들의 불안하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구청에서는 밀리듯 방범 CCTV를 설치했다. 7~8년 전의 일이다.

규격화되고 깔끔한 아파트가 들어서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낡은 주택들을 헐어내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차난, 환경, 방범 문제도 해결된다. 그러나 낡은 주택에 기대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거기에 다시 정착하지 못한다. 

지하 단칸방에 세를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낡은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고층 아파트 주민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재개발은 낡은 주택을 아파트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계층 물갈이도 동반된다. 월세, 지하방 전세를 살던 사람들과 낡은 주택의 주인들이 떠나간 자리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나 수억 원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이 새로운 주인들로 자리잡는다.

집값을 잡겠다고 칼을 한 번쯤 안 뽑아 든 정권은 드물다. 전셋값이 폭등하자 은행 문턱을 낮출 테니 차라리 집 사라고 권한 정부도 한둘이 아니었다. 뉴타운 건설로 환경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선거 압승을 주문한 정권도 있었다. 그러나 집값은 해마다 올랐고, 전세는 월세로 바뀌면서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수억 원을 대출하고, 대출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월세에서 고시원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직장을 서울에 두고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방으로 이삿짐을 싸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역대 정부는 공급 부족을 내세웠다. 낡은 건물들을 헐고 아파트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로 개발했다. 그때마다 여유가 있는 졸부들이나 한탕을 해서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사람들, 영혼을 탈탈 털어서라도 내 집을 가져보겠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언론들은 청약률이 얼마나 되고 향후 얼마나 오를지 분석은 쏟아내면서도, 정작 그 터전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관심 밖이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싼 값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상품화하려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언론권력까지 합세한 카르텔 때문이다.

서울도 서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재개발 현장 재개발은 큰 갈등을 유발한다. 사진은 광진구 재개발 현장(2019년 촬영). 지금은 건물이 전부 철거되어 공사가 한장이다 ⓒ 안호덕

 
이번 정부도 예외 없이 부동산 광풍의 중간에 들어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부동산 관련 법을 입법 추진하고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주거난 아우성이 사라질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우선 아파트 공급이 부동산 정책의 유일한 해결책인 양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공기관이 나서서 지하방, 옥탑방 등 낡은 주택을 수리해주고, 일정기간 전월세 인상 억제를 강제하는 것도 집주인, 세입자, 공공기관 모두에게 좋은 일인 듯하다. 또 공공 부지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골목의 방범과 환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재개발보다 먼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할 일이라 생각된다.

내가 사는 동네에 또다시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개발 찬성 동의서를 내라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전화가 온다. 그러나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지도 20년이 다 되어간다. 언제 되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재개발되더라도 새로 들어설 아파트에 주인이 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내의 바람처럼 아이들 다 키울 때까지 이 동네에 살았으면 좋겠다. 서울 사람 10명 중 9명이 노년에 시골의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그렇게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이 아파트 투기와 한탕의 땅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고향, 나에게도 제2의 고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재개발, 세 사는 사람들과 낡은 주택 한 채를 가진 주인들이 쫓겨나고, 외제차를 탄 중산층들이 점령하듯 하는 폭력적인 방법 말고는 대안은 없는 걸까?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말, 아무리 들어봐도 서민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 같다. 낡은 주택을 헐고 서민들을 쫓아내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으로 공급 부족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부동산 때문에 생긴 일' 공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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