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학기엔 어디에 살아야 하나....방황하는 대학생

“자취방 미리 구하는 바람에 피해 봤다"

등록 2020.08.01 15:03수정 2020.08.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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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와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전면화되었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애먼 집세를 냈다. 본가와 대학이 먼 거리에 있는 학생들은 보통 1, 2월에 자취방을 구하는데, 대학의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강의 발표가 대부분 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시점보다 한참 늦은 3월 말 즈음 나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 강의로 학교에 한 번도 가지 않은 대학생들이 태반이지만, 이미 계약해버린 자취방으로 인해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제적 손실을 감당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노원구에서 자취를 하는 한 대학생과 코로나19로 달라진 주거환경에 대해 비대면(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받은 것은 3월에 학교에서 홈페이지의 공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그 학생 수만큼 학교 주변에 자취방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취방을 빨리 얻고자 미리 2월 초반부터 방을 구하러 다닙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2월 초반부터 학교 주변 자취방을 알아보았고요. 그러고 보통은 1년 계약은 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지하는 시기와 자취방을 구하는 시기가 맞지 않으니 당연히 자취방을 구한 학생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달마다 방세를 내면서 생활비라도 아끼고자 본가에 내려가 있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그냥 자취방에 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돈이었다. 학생들의 대처는 둘로 나뉘었다. 집세를 속절없이 내고 있으니 생활비라도 아끼고자 부모님과 함께 본가에서 살거나, 1년 계약을 무를 수 없으니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그냥 자취방에서 살거나. 인터뷰했던 학생은 "만약 학교가 미리 온라인 강의를 확정 발표하였다면 이렇게 생활비와 방세를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실정이 대학가 전반에 일어나는 일인지 취재하기 위해 지난 24일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의 대학들이 밀집한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 봤다.

- 부동산 수요가 어떻게 달라졌나. 계약을 중도 파기하는 사람들이 있나.
"작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수요는 반 이상 줄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공실도 많아졌고. 코로나가 확산된 게 2월 중순 즈음인데 계약은 그 전에 한 거라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보다는 2학기에 다시 (대면) 강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기다려보자는 쪽이 더 많았고요."

- 실제로 코로나19가 집세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
" 오피스텔은 원래 공실이 없는데 지금은 몇 개월째 빈 곳도 있어요. 원래 오피스텔부터 공실이 빠지거든요. 이 상권은 여학생들이 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대로변 쪽 방을 많이 찾는 편이라서 오피스텔부터 차고, 골목 쪽 다가구 주택으로 들어가는데, 지금 오피스텔도 공실이 많죠. 작년에는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집주인들은 5만 원 정도 내리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만약 2학기에도 대면 강의를 안 한다면 중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건가.
"가능한데 기존 세입자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나갈 수 있어요. 그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다음 2학기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굳이 비싼 월세를 내면서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본가로 가겠다, 새로운 임차인 좀 구해달라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어요. 그런데 좋은 방들 아니면 새로운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죠."

- 본가에 내려가 방은 비었어도 월세는 계속 낸 건가.
"그렇죠. 그런 분들도 계시고, 가끔 올라와서 볼일 보시고 하죠. 그분들도 원래는 2학기까지 대면 강의를 안 할 줄 몰랐는데, 지금 2학기에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더 혼란스러우신 것 같아요. 3-4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1년을 완전 공실로 버리면 나가는 월세가 많이 부담되니까. 이른 시일 내 새로운 임차인 좀 구해달라고 연락이 많이 와요. 하루라도 빨리 부담을 덜 하고 싶어서. 학교가 빨리 (2학기 온라인 강의를) 발표하면 세입자가 빨리 나가고 싶어할 테니까 임대인들도 불안하죠."

-하반기 부동산 수요와 집세 가격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월세 변동은 크지 않을 것 않아요. 꾸준히 받던 월세를 계속 받고 싶어 하시고, 올리면 올렸지 내릴 생각은 없으시고. 왜냐면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 쉽지 않으니까 차라리 공실로 두든가, 내려봤자 한 5만 원. 팍 내리진 않을 것 같아요. 작년 수준이 계속 가지 않을까. 수요와 공급은 대면 강의가 되면 채워지고 사이버 강의면 나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인터뷰했던 공인중개사는 학생들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6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에요. 그걸 매달 그냥 지출하는 거잖아요. 웬만한 형편에선 쉽지 않은 돈이어서 빨리 좀 결정이 났으면...(싶죠)"
  
이제 곧 수강신청이나 등록금 납부 등 대학들의 2학기 학사일정이 시작된다. 지난 1학기 학생들에게 허락된 안정적인 공간은 없었다. 학생들은 모텔, 찜질방, 카페를 전전했다.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시험이 혼합되어 만든 결과였다. 학교와 집이 먼 학생들은 시험이나 실습을 위해 기차를 타고 올라와 학교 주변 숙박시설에 머물렀다.

몇몇 대학은 다가오는 2학기에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를 혼합해 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를 함께 진행했을 때 여러 문제점이 예상된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비는 학생들은 학교 안에 머물게 된다. 특히, 학교 근처에 집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또 학생들의 주거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전과 같이 기숙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연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몇몇 학교는 기숙사 다인실을 1인실로 바꾸어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입주할 수 있는 학생들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코로나19는 대학생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주거환경, 교육환경, 일자리환경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주거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학생들의 기본적인 고민조차 고려하지 않는 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대학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대학이 대학생들의 현실을 깊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대학생 #집값 걱정 #온라인 강의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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