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악플 괴로움 호소했건만... 아이러니한 상황

[주장] 고 고유민 선수 기사에 달린 추측성 댓글의 문제점

20.08.03 14:10최종업데이트20.08.03 14:10
원고료로 응원
 

고유민 선수 ⓒ KOVO


 
지난 7월 31일 올해 초까지 프로배구팀인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 선수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팬들은 안타까워 했고 동료들은 각자의 SNS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으로는 리베로 전환 뒤 집중된 악플이 지목되었고 네티즌들은 일제히 악플을 자제하자는 한목소리를 냈다. 고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8월 1일의 일이다.

같은날 밤 MBC에서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보도가 전해졌다. 고 고유민 선수의 심경이 담긴 자필 메모가 발견된 것이다. 이 메모장의 내용과 함께 고인의 어머님, 전직 선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평소 코칭스태프에게 냉대와 무시를 당했으며 이에 대한 좌절감이 컸고 악플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다. 
 
팬들은 분노했고 이는 즉각 배구단의 코칭스태프들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감성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다. 비록 지금까지 그래 왔을지라도 고인의 기사에서 악플을 달아서는 안됐다. 고인의 메모에 적힌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고인의 메모에서는 언급조차 없던 동료 선수들까지 그 누구도 악플을 피할 수는 없었다. MBC의 보도영상에 보도된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해 달라"는 고 고유민 선수의 메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이미 선을 넘었다. 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글이 있는가 하면, 고인의 메모에는 언급조차 없던 동료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는 추측성 악플들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칭스태프들의 관상을 따지며 그럴 줄 알았다는 둥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추측성 악플들이 난무하고 있다.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조차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러한 내용의 악플들이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추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악플을 자제해달라는 고인의 메모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에 대한 악플을 다는 코미디 같은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이래서야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정말로 고인이 이런 결과를 원했으리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지기까지 잠시 기다리자는 것일 뿐이다. 결과가 나온 뒤 또는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시 이빨을 드러내도 늦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급해 누군가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가?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고인을 추모한답시고 악플을 달고 있는 이들. 한치 앞을 보지 못한 채,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의 행동은 고인을 괴롭혀온 악플러들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추측성 악플을 다는 것이 아니다. 고인이 된 고유민 선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명복을 빌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 고 고유민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늘 밝은 웃음으로 코트를 빛내던 당신이 언제까지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KOVO 고유민 악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UNESCO Youth and Sport Task Force - Social Media Team

이 기자의 최신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