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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쉰' 롯데 노경은, 공백 후유증은 없었다

[KBO리그] 2일 KIA전 7이닝3피안타6K무실점 4승 수확, 롯데 위닝시리즈

20.08.03 09:26최종업데이트20.08.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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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KIA와의 안방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5할 승률을 회복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금요일 경기 아쉬운 한 점 차 패배(2-3) 후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둔 롯데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2-4로 역전패를 당한 8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며 5할 승률로 복귀했다(35승35패).

롯데는 이대호가 3회 결승 적시 2루타를 포함해 2안타3타점1득점으로 타선을 주도했고 손아섭과 딕슨 마차도, 그리고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신본기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날 롯데는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 3명의 투수 만으로 경기를 끝냈는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투수의 역할이 매우 컸다. 지난 6월 16일 키움전 이후 한 달 보름 만에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긴 노경은이 그 주인공이다.

FA신청하고도 현역생활 접어야 했던 선수들

야구 선수들에게 있어 FA는 단숨에 '야구재벌'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기회다. 실제로 이대호가 4년 150억 원 계약을 따낸 것을 비롯해 양의지(NC 다이노스)가 4년 125억 원, 김현수(LG 트윈스)가 4년 115억 원, 최정(SK와이번스)이 6년 106억 원, 최형우(KIA)가 4년 10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단숨에 야구재벌 대열에 합류했다. 이 밖에 6~90억 짜리 FA 선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제 고액FA 선수는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액FA선수들이 환하게 빛날수록 어두운 곳에서는 FA자격을 취득하고도 대박은커녕 선수생명에 위협을 받는 선수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풍운아' 노장진이다. 공주고 시절 청룡기 결승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노장진은 프로 입단 후 선수단 무단이탈 등 사생활에 문제를 보이면서 5년 만에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1999년 삼성에서 15승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한 노장진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맹활약했지만 2004년 원정숙소 무단이탈로 물의를 일으키며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노장진은 200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문제아' 이미지가 많았던 노장진을 데려가려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FA 미아가 된 노장진은 그대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프로 입단 당시 국가대표 좌완 투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차명주는 프로에서도 5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지금처럼 불펜 투수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고 2006 시즌이 끝난 후 FA를 선언한 차명주 역시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결국 홀드왕 3회에 빛나는 차명주는 11년의 선수생활을 뒤로 하고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이처럼 FA를 선언하고도 계약을 따내지 못해 FA미아가 돼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자 아예 미아가 되기 전에 미리 은퇴를 선언해 버리는 경우도 생겨났다. 통산 4번의 세이브왕과 7년 연속 20세이브에 빛나는 '락앤락' 손승락이 대표적이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은 원 소속팀 롯데와의 FA협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자 충분히 현역 연장이 가능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련 없이 은퇴를 선택했다.

1년 쉰 노경은, KIA 타선 압도하며 4번째 승리 수확

두산 시절이던 2015년 은퇴소동을 벌이며 '문제아'로 낙인 찍힌 노경은은 롯데로 트레이드된 후 꾸준히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활약했다. 특히 박세웅, 송승준 등 기존 선발진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던 2018 시즌 9승6패 평균자책점4.08의 성적을 올리며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롯데팬들은 '노경은총'이라는 노경은의 전성기 시절 옛 별명을 소환하기도 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노경은은 좋은 성적을 앞세워 자신 있게 FA를 신청했지만 노경은이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롯데 구단은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노장 투수에게 거액을 투자하느니 윤성빈이나 김원중, 2019년 입단하는 신인 서준원 등 젊은 투수들을 육성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노경은은 FA를 신청했다가 은퇴로 이어진 여느 선배들처럼 FA 미계약자, 즉 'FA미아'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구위에 자신이 있었던 노경은은 개인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유지하며 현역생활 연장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침 롯데 구단도 성민규 단장이 새로 부임하며 팀 분위기가 변했고 노경은은 작년 11월 롯데와 2년 총액11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1년 만에 롯데로 컴백했다. 허문회 감독도 경험이 많은 노경은을 올 시즌 4선발로 낙점하며 선발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경은은 6월 중순까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3패5.20의 성적을 올리다가 손목부상으로 한 달 동안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복귀한 노경은은 7월 두 번의 등판에서 6이닝7자책(평균자책점10.50)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을 의심 받던 노경은은 2일 KIA전에서 7이닝3피안타1볼넷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KIA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4.1이닝6실점)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와 박세웅, 서준원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아드리안 샘슨이 심한 기복을 보이다가 내전근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베테랑 장원삼도 올 시즌 4번의 선발 기회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따라서 선발 투수로서 경험이 풍부한 노경은의 꾸준한 활약은 롯데의 중위권 도약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달 반 만에 챙긴 노경은의 시즌 4번째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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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 FA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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