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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백서'가 나왔다, 검찰은 과연 국민의 편이었을까?

[따끈따끈 새 책] 그 질문에 대한 기록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등록 2020.08.05 13:46수정 2020.08.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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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 

면목이 없다고 했다. 선거대책위원장도 구속됐고, 선거대책본부장도 구속됐고, 유세본부장도 구속됐다고 했다. 참으로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당시 기자의 말처럼,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탄핵이 현실화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그때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야당이 트집잡았던 선거 중립 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도 남겼다.

"검찰의 능력에 대해서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보기 따라서는 소름이 끼친다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습니다. 때론 너무 힘들고 너무 한다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저는 그리한 검찰에 대하여 한편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3월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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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1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탄핵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소름 끼친다"던 노무현, 그 후 16년

그 때의 대선 수사를 예로 들었다.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돌변한 검찰의 예, "검찰 독립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민주 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예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자금 10분의 1' 발언을 배경으로 '깨끗한 정치'라는 국민적 어젠다에 편승해 정치자금 수사를 단행했고, '국민의 검찰'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고 했다. "검찰 내부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에 '검찰 독립'을 의제로 만듦으로써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을 초기부터 흔들었다"고 평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렇다면 당시의 검찰은 과연 국민의 편이었을까?"
5일 발간된 신간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에 나오는 질문이다.

560쪽에 달하는 두툼한 이 책은 '조국백서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썼다. 더 정확히는 가나다 순으로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 김민웅 미래문명원 교수, 김유진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지미 변호사,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이주형 조국백서추진위 간사, 임병도 아이엠피터뉴스 대표, 전우용 역사학자, 정원철 조국백서추진위 간사, 최민희 전 국회의원 등이 썼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사태와 갈등을 '검찰 개혁을 위한 진통'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되어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했다. "두 개의 광장으로 양분되어 혼란스러웠던 이른바 '조국 대전'에 참여한 주요 주체들의 이야기"라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를 기록에 남긴 이유를 다시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했다. "검찰개혁 대 반검찰개혁일까, 아니면 조국 장관과 그 가족의 비리 의혹일까",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대선 자금 수사와 비교하며 이런 질문을 던져놓은 셈이다.


'윤석열 검찰'은 과연 국민의 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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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발발한 '조국 대전'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조국 정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란 총론을 담았다. 2부의 제목은 '검란'이고, 3부의 제목은 '언란'이다. 그 제목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검찰과 언론의 행보를 소상하게 다뤘다. '그들이 국민의 편이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백서의 핵심이다. 4부에서는 '시민의 힘'이란 제목으로 당시 다양하게 전개됐던 1인 미디어 등의 활약을 수록했다. '검언 대 촛불시민'이란 구도로 '조국 대전'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 전쟁이 발발하기 전 상황을 추진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이 '적폐 청산' 수사를 담당하면서 개혁 대상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 개혁 과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혁 1순위 과제로 지목된 것은 바로 '정치검찰 개혁'이었다. 그런데 개혁 1순위 대상인 검찰이 역설적이게도 국정원 개혁을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사법농단 수사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 결과로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힘은 축소되었고, 오히려 검찰권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는 선택적이었고 편향적이었다"는 것이 '추진위'의 평가다. 책을 통해 ▲자녀 입시 관련 혐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관련 혐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 ▲증거 조작과 은닉 ▲유재수에 대한 감찰 종료 관련 혐의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법적 원칙이 아니라 선택적 정의를 구현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입니다. 기소 내용도 검찰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끝에 어떻게 해서든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억지 기소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책에서, 2019년 12월 31일, 조국 전 장관 변호인단이 발표한 입장문)

선택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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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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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향하는 수많은 손가락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이 대검찰청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그 '기우제'를 언론이 어떻게 대했는지 또한 백서가 주요하게 다루는 지점이다. 

특히 조국 장관 임명 다음날부터 약 보름에 걸쳐 나온 이른바 단독 기사를 분석한 결과가 실려 있는데, 추진위에 따르면 7개 종합일간지 중 가장 단독이 많았던 곳은 <중앙일보>로 27건이었다. 방송의 경우는 67건의 단독보도 중 <채널A>가 절반이 넘는 34건의 단독기사를 썼다고 짚었다. 그 출처를 분석한 결과 또한 실었다. 가장 많은 검찰발 단독을 쓴 곳은 <동아일보>, 신문과 방송 14개 매체 중에서 가장 많은 검찰발 단독보도를 낸 곳은 채널A였다고 전했다. 검언의 '선택적 정의'가 함께 발동했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분석이다.

책 상당 부분을 할애해 '촛불시민'의 맞대응을 기록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검찰발 정보를 받아쓰기 하는 언론의 행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풍자했다"면서 인터넷과 SNS를 통해 만들어진 이른바 '짤'을 책에 남겼다. 그 숫자는 101가지에 이른다. 조국 백서의 집필과 출간을 응원하고 후원해준 사람들도 24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8188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나온 18만3885건의 뉴스를 '조국 사태 일지'로 추려냈다. 2019년 8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그 기간 중 '추진위'가 기록으로 남긴 날짜는 115일에 이른다.

이런 기록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2020년의 검찰 개혁은 과도기적이면서 불완전"해서다.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온 행보"에 검찰이 과연 국민의 편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서다. 이 물음표는 또한 "소름끼친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조국 대전'까지 관통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앞으로도 유효한 물음표다.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은 개별적으로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손을 잡고 '선택적 정의'에 의기투합한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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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 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지은이),
오마이북, 2020


#조국백서 #검찰개혁 #윤석열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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