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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영창 갔다온 김 상병, 이 사실 알까?

[김형남의 갑을,병정] 124년 만에 영창제 폐지, 만시지탄이다

등록 2020.08.06 14:08수정 2020.08.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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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모 부대에서 A병장이 영창 15일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상관인 당직부관 B중사를 모욕했다는 것이었다.

A병장은 야간 근무 투입 전 집합에 약간 늦게 도착했고 잠에서 덜 깨 B중사의 부름에 제때 대답하지 못했다. B중사는 이러한 A병장을 훈계했고, A병장은 곧 근무에 투입되었다. 이후 근무지 순찰을 하던 B중사가 A병장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A병장은 당시 통신 정비 작업을 하던 중이라 거수 경례를 하지 못했고, 작업을 잘하고 있느냐는 B중사의 물음에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A병장은 근무 교대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로부터 며칠 뒤 A병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혐의는 다음과 같았다.
 
- 병장은 B중사 앞에서 짝다리를 짚고 불량한 자세로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3번이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하지 않아 상관을 모욕 
- 병장은 근무 중 순찰을 온 B중사를 보고도 의도적으로 경례를 하지 않고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으며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해 상관을 모욕 


사실 관계도 다르고, 상관을 모욕할 뜻도 없었던 A병장은 영창 처분이 억울해 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뒤 본안 소송이 진행되던 와중에 A병장은 만기 전역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병장이 영창에 가지 않고 전역하자 B중사는 민간인이 된 A병장을 상관모욕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병장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설사 B중사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훈계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는 무례한 행동에 불과하지 상관을 모욕한 행태라 볼 수는 없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A병장은 이 사건 때문에 전역 후 장장 1년이 넘도록 경찰, 검찰, 법원을 오가야 했다.
 
이 사건을 두고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똑같은 행동을 두고 영창 15일을 처분한 지휘관과 각각 영창처분 집행 정지와 무죄를 판결한 판사들의 판단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둘째, B중사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A병장의 행동이 15일이나 구금해야 할 과오였는가?
  
영창 폐지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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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 제도가 8월 5일부로 폐지됐다. ⓒ 연합뉴스

 
2020년 1월 9일 국회는 병사 징계 벌목 중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 등으로 비판받아온 영창 제도를 폐지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2월 4일에 개정되었고 5일부로 시행되었다.

1896년 조선군이 일본군의 제도를 따라 만들었다고 하니, 영창은 124년 만에 폐지된 셈이다. 물론 국회가 제도를 폐지했다고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에는 영창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이 다수 계류 중이다.

광주고등법원은 2018년 4월 영창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이외의 헌법소원 사건도 여러 건이다. 군인권센터, 민들레법률사무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법무법인(유) 태평양, 사단법인 두루 등이 억울하게 영창 처분을 받은 병사들을 대상으로 공익법률지원을 진행한 결과다.
 
영창 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참여정부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였다. 영창 제도를 존치하되 징계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신설하는 쪽으로 절충안이 마련되긴 했지만, 영장주의 위반 등 영창이 내포한 여러 문제점이 풍부하게 논의될 수 있는 계기였다.
 
2012년에는 군인권센터와 진선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무경찰에게 영창을 처분한 사건에 대해 행정벌인 징계에 인신을 구속하는 신체형을 둔 것은 인권침해라 규정하고 의무경찰대법상 영창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4년 뒤인 2016년 헌법재판소는 영창 제도가 합헌이라 결정했으나 위헌의견 5명, 합헌의견 4명으로 재판관 다수의 의견은 위헌이었다.

한편 경찰청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별개로 영창이 영장주의를 위반하는 자의적 구금이란 문제 지적을 수용했다. 2013년부터 처분을 내려 복무일수를 늘리되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지 않고 봉사활동으로 대체했다.
 
국제 사회의 지적도 많았다. 2017년 UN 고문방지협약위원회가 제도 폐지를 권고했고, 같은 해 UN 자의적구금실무위원회가, 2019년에는 UN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각각 영창 폐지에 관해 대한민국 정부에 질의하기도 했다.
 
판사가 아닌 지휘관이 사람을 가두다니

영창은 사람을 일정 기간 일정 장소에 가둬두는 구금형이다. 근대 국가의 탄생 이래 구금은 아주 중요한 문제로 자리매김 해왔다.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789년 프랑스 국민의회는 프랑스 인권 선언으로 알려진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제7조에서 '법에 의해 규정된 경우가 아니거나, 법에 의해 규정된 형식에 따르지 않고서 누구도 기소되거나 체포되거나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신체에 대한 자유로운 통제권을 확보하는 일은 군주가 마음대로 시민들을 하옥하던 절대왕정의 치하에서 자유주의 근대국가로 한 발을 내딛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 헌법에도 잘 드러나 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바로 영장주의다. 사람을 가둘 때는 반드시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가 아닌 지휘관의 지시로 병사를 가두는 영창 제도가 영장주의를 위배한 '자의적 구금'이라는 비판은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행정처분에 불과한데 신체의 자유 박탈

행정처분에 불과한 징계벌에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구금형을 둔 것도 문제다. 행정상의 징계는 행정체계 상 특별권력관계에서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일반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형법 체계와는 개념을 달리한다. 행정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와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는 서로 다른 범주에 있어 이를 의율하는 기준이 각각 다르고, 서로의 성격도 다른 까닭에 하나의 사건에 징계와 형사처벌을 모두 부과하여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상 징계벌은 신분에 대한 이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박탈하거나 도래한 이익을 일정 기간 제한할 뿐이고 신체적, 재산적 이익 등 기본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해야 할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 징계가 아닌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영창 제도는 징계벌인데도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형의 형태를 지닌다. 형사벌 체계상 생명형인 사형을 제외하고는 구금형이 최고 형벌임을 감안하면 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타의 징계벌과 비교해봐도 특이하다.

가령 간부들은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근신·견책 등 인사상의 불익에 해당하는 처분만을 받고, 병사 징계 중 다른 항목도 강등·휴가제한·감봉·근신 등으로 마찬가지의 성격을 지닌다. 공무원이나 경찰이 약소한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재판 없이 경찰서 유치장에 며칠씩 가둬두며 훈계할 수 없듯이, 병사들을 행정적 불이익이 아닌 신체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징계하는 것은 법 체계에 들어맞지 않는 일이다. 신체 자유를 제약할 수준의 잘못을 저질렀다면 징계가 아닌 형사벌로 다스리는 것이 합당하다.
 
군 복무를 마친 병사들은 영창에 가둬두는 일이 잘못을 반성하는 일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실상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영창을 다녀온 기간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나는 것이지 갇히는 것 자체가 아니다. 가둬놓으니 기분이 나쁠 뿐이지, 정작 두려운 것은 행정상의 불이익인 복무기간 연장인 것이다. 굳이 헌법에 위배되는 구금의 수단을 사용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외국군의 사례에서도 구금에 대한 민감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영창을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이다. 그런데 미군에서 운영되는 영창은 우리의 영창과는 사뭇 다르다. 미군의 영창은 거소의 문을 잠그지 않고, 서신·면회·독서·면담·청원 등의 권리에도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구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영창 제도와는 다른 제도다. 오히려 특정 장소에 일정 기간을 머물며 반성을 요하는 제도란 점에서 영창보다는 근신에 가깝다. 독일군은 징계권자의 영창 처분을 관할 법원의 판사가 동의하였을 때에만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영장주의에 충실한 것이다.
 
이상한 제도가 오래 존속해온 이유

이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제도가 유독 우리 군에만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던 근본 까닭은 우리 군의 기강에 대한 낡은 인식 때문이다.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고 윤 일병 구타·가혹행위 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군인은 맞아야 군기가 든다는 풍조가 병영에 만연했다. 일반 사회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범죄 행위들이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아무렇게나 벌어졌다. 이처럼 군에서 야만적인 구타와 가혹행위가 횡행하던 것이 불과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영창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일선 부대에는 영창이 폐지되면 군의 기강이 무너질까 근심하는 지휘관들이 많다고 한다. 인권과 기강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닌데, 마치 당연히 지켜야 할 인권을 보장하면 군의 기강이 무너진다는 식의 반응은 군의 불합리한 제도가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단골 반응이다.

이처럼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해서라도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인식은, 군기를 잡기 위해서는 때리고 괴롭혀도 상관없다는 인식과 결을 같이한다.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를 박탈해야 기강이 바로 선다는 그릇된 인식이다.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잘못한 이를 반성하게 하는 것은 정교한 교정 시스템이 기능할 때 가능한 일이다. 무작정 권리를 침해하여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는 구시대적인 방법으로는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일례로 미군은 군인의 비위행위를 다루는 방식을 4가지 단계로 나눈다. 첫째가 비징벌적 조치, 둘째가 행정적 교정 조치, 셋째가 비사법적 절차에 의한 처벌, 넷째가 군법회의 회부다. 이 중 앞서 살펴본 비구금식 영창은 '비사법적 절차에 의한 처벌'에 속한다. 그마저도 교육·훈련으로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질서 유지를 위하여 신체 구금이 불가피할 때에만 부과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다양한 단계의 징벌 시스템을 세밀하게 갖추어 두었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제약하는 처벌만이 교정의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군은 영창을 대신하여 '군기교육'을 새로운 벌목으로 추가한다. 당초에는 행정벌의 특성에 맞게 구금하지 않고 복무기간만 연장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정직' 이 고려되었으나 복무기간도 늘리고, 교육도 진행하는 방안으로 최종적으로 선택되었다.

사실 '교육'이 행정벌에 들어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정직 처분을 내리고 교육을 행정처분으로 부과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교육 자체가 징계벌인 형태는 국가 조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방부도 이를 알지만 영창이 사라지면 기강이 무너질 것을 근심하는 일부 지휘관들의 의견 때문에 군기교육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차라리 징계와는 별개로 신체적 고통을 주던 전근대적인 얼차려 제도를 새로운 형태의 군기교육으로 대체하고, 영창의 대체 벌목은 정직으로 하는 것이 법 체계에 더 잘 들어맞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창 폐지는 군 인권 문제에 있어 또 한 걸음의 큰 성과다. 이제 우리 군은 법률 위에 '군 기강'을 올려두고 기본권을 침해하면서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못했던 지난날로부터 한 걸음을 더 내디딘다. 병사들은 더 이상 상관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어이없는 이유로 영창을 15일이나 처분받을 일이 없고, 법관도 아닌 사람에 의해 불합리하게 구금을 경험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제도를 고민하는 일은 이전 제도의 문제점을 법적, 제도적으로 온전히 짚어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법이 폐지되었다고 헌법재판소가 영창 제도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일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적인 영창 제도로 입은 피해를 구제해달라는 병사들의 호소에 응답할 책무를 갖고 있다. 영창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과 헌법소원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본권을 제한해도 괜찮다는 구시대적 인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군 조직의 기강 확립은 신분과 계급에 매이지 않는 공정한 법 집행, 범죄자에 대한 엄중 처벌, 공익 제보자와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등을 통해 제도의 합리성을 높여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차별적인 법 집행과 범죄자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 책임 있는 이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제보자와 피해자들이 보복의 두려움에 떠는 군대의 일상다반사에서 영창 폐지를 통해 우리 군이 군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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