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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의 담담한 질문 "튀는 옷? 국회는 다른 일터와 다른가요?"

[스팟인터뷰] "여성들이 일터에서 흔히 겪는 일... 성희롱적 시선 감내가 '사회생활'은 아니다"

등록 2020.08.05 19:01수정 2020.08.0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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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 ⓒ 남소연

  
"여성들이 일터에서 흔히 겪는 일을 저 또한 국회라는 일터에서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복장에 대한 성희롱적이고 인신공격성 시선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문화는 일하는 여성들이 '사회생활'로 감내할 게 아니라, 공론장에서 비판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의 담담한 소회다. 류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빨간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모임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성차별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류 의원은 "국회도 여타 일터들과 다르지 않다"라며 "중년 남성을 상징하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국회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 정도의 흔한 옷차림을 했음에도 혐오 표현이 쏟아지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보통의 여성들을 그러한(혐오적) 시선으로 봐온 것이란 생각이 든다"라며 "옷차림을 바꿀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소셜미디어상으로 비난을 쏟아낸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유시민 전 의원이) 17년 전 흰바지를 입을 수 있던 정당이 이제는 이 정도의 다양성마저 인정할 수 없게 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라고도 꼬집었다.

"여성혐오이자 청년혐오… 국회가 '특별한' 일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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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전날(4일) 본회의장 복장을 두고 말이 많다.
"자고 일어나니 전날 입은 옷이 논란이 돼 있더라."

-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터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을 저 또한 일터에서 겪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복장에 대한 성희롱적이고 인신공격성 시선들 말이다. 여성혐오다. 동시에 청년혐오다. '어린 게 뭘 알아' '아무 생각 없이 입고 왔겠지', 이런 식이다. 사실 양복과 넥타이로만 상징되는 국회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 대표적인 50대 중년 남성의 이미지 아닌가. 그런 취지에서 그동안 청바지도 입었고 반바지도 입었고 이번에 원피스도 입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심지어 정장을 입었을 때에도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린 게 무슨...' 하는 비난이었다. 말이 되나."

- 국회에 복장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이자 청년인 저를 국회에 보내주셨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현상 아니겠나. 국회에서 여성이자 청년은 정말 소수다. 게다가 당도 소수당이다. 그럼에도 (2003년 유시민 전 의원이) 17년 전 흰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정당이 이젠 그 정도의 다양성마저도 인정할 수 없게 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좀 안타깝다.

저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 IT 기업에 다녔기 때문에 회사 다닐 때도 캐주얼한 옷을 입고 일했다. 그게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장을 입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어제 입었던 원피스는 일상에서 볼 때 전혀 튀는 옷이 아니다. 제 또래라면 누구나 입는 옷이다. 국회가 특별한 곳이 아니지 않나. 국회도 일하는 곳이다. 여타 일터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저도 일하는 복장을 입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혐오 표현이 쏟아지는 걸 보니, 보통의 여성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런(혐오적)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여성들이 그걸 '사회생활'로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게 아니라, 공론장에서 비판해야 할 문화라고 본다."

- 전화나 문자 폭탄도 받았나.
"차별금지법 발의 이후로 전화나 문자 테러는 언제나 있다."

-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최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갑)의 '절름발이' 표현을 두고 "장애 비하다"라고 지적한 뒤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차별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관련 기사 : 장혜영 향한 비난과 7개월 전 민주당 논평). 두 사례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더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비난의 내용도 '무슨X' '니까짓게' '여자가' 이런 식이지 않나. 장 의원이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정의당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 고민정도 "과도한 비난, 동의 못해"

한편, 논란이 커지자 정의당도 공식 논평을 내고 "여성 정치인을 대상화하는 행태와 성차별적 편견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라며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뭘 입든 무슨 상관이냐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여지지도, 마음이 가라앉지도 않는다"라며 "떼로 달려들어 폭력적 수준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논쟁이 결코 유쾌하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광진을)은 "류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류 의원이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국회는 다른 목소리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이 허용되는 곳이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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