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도예 전시장을 찾을까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편-박성욱' 전을 찾은 사람들

등록 2020.08.06 17:50수정 2020.08.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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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은 소시적 '금요일의 사나이'로 불렸다. 매주 화랑가의 전시가 시작되는 날이면, 가방과 쇼핑백을 들고 갤러리들을 찾아다녔기 때문. 그는 현장에서 도록과 전시된 작품들을 꼼꼼히 비교하고, 미술자료들을 수집해 왔다.

전시장는 단순한 '관객' 말고도 여러 이유에서 사람이 모인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있을까? 이들은 현장에서, 작품들에서 각기 무엇을 느낄까? 2020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편-박성욱'이 벌어지고 있는 인사동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들어보았다. 
 

박성욱 작, 숲(White Forest) 작품 전시를 보고 있는 관객. 얇은 도자기 편(조각)을 이어 붙였다. 서가의 책으로도, 숲의 나무들로도 보인다. ⓒ 원동업

"민화의 책가도를 좋아해요. 사적공간에 전시됐던 그림이었죠. 박성욱 작가 전시 작품들 안에서도 프레임 안에 깃든 편안함을 느꼈어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저기 큰 대형 전시 작품이었어요. 보는 이마다 해석이 다양하게 많을 거예요. 채널이 넓은 작업이죠. 거기엔 사람들마다 자신들의 기억과 상응이 있어요. 좋은 주인을 만나기 전에,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다 싶죠. 원 피스로, 흩어지지 않고, 저 상태 그대로…" - 유리 작업하는 작가 허혜옥
 

박성욱 작, 달(Moon)을 보고있는 관객. 부피를 지닌 도자기 달항아리는 회화처럼 벽에 재현되었다. ⓒ 원동업

"저희는 공예갤러리, 공예부띠끄를 운영하고, 전시기획전도 열어요. 싱가폴을 중심으로 해외에서요. 저는 공예보다는 미학적인 측면을 먼저 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 쓰임과 예술의 구분이요? 쓰임은 소비자 측면에서 더 생각하는 거죠. 어느 공간에 놓여, 어떤 원하는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까? 어느 호텔의 벽면에 걸리고, 어떤 프로젝트에 소개할까 고민해요. 예술은 작가의 생각에 좀 더 집중하는 거죠. 작업의 실험 과정, 그 고유함 같은 걸 짚으려 해요.

박성욱 작가는 기(器)에서 편(片)까지 스펙트럼이 두 영역을 두루 넘나들어요. 회화인 듯한 작품도 있고, 인솔레이션(설치) 작업같은 작품도 있죠. 우리 단색화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는데, 이 작품들은 어찌 보면 그런 영역으로도 해석이 되거든요. 도자기는 무거운데 편은 얇고 가볍잖아요. 그런 물성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에겐 흥미로운 일이죠." - 전시기획전 디렉터 조수정/큐레이터 김효정

 

박성욱 작, 편_서랍. 수백 개의 도자기 조각(편)들이 서랍에 담겼다. 서로는 어우러져 하나의 도예 작품이 된다. ⓒ 원동업

박성욱 작가는 지평에 산다. 한옥으로 손수 지은 집 옆에 가마가 있다. 작업실과 전시장 겸 작품보관대가 당연히 한 곳에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엘_시즌'을 운영하는 이현주 디자이너는 그곳을 지난 6월에 찾아갔다 했다. 

"작업장에서의 편(조각)과 이곳 전시장의 편은 또 다르더군요. 당시엔 조각들이 의미를 갖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죠. 편 하나하나마다 담그고 빼고, 채색하고, 켜켜이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 방식을 통해 여기 작품이 놓여있는 거죠. 다시 생각해 보면 그 편 하나하나가 이미 이렇게 태어날 의미를 가졌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거죠. 

저는 박 작가님의 흑요 다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2019년에 처음 SNS를 통해 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색상도 형태도 좋았고. 차(다도)는 좀 어렵고 생소하다는 생각을 갖죠. 그렇지만 어느새 젊은층도 다양하게 차를 접하고 있거든요. 건강을 위해 마시는 분도 있고, 새로운 데 대한 호기심도 있고."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운영자 AL_season 이현주

 

오가영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글 전시회의 설명글은 친절한 안내지도이지만,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 원동업

전시장에 가면 작품보다 먼저 글귀가 눈에 띈다. 어떤 이에게 그건 '스포일러'같을 수도 있다. 자신만의 오롯한 감상을 방해하고, 마치 '인셉션'처럼, 심겨진 언어대로 작품들을 대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러자고 작품 해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주장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이며, 생각이 여러모로 뻗을 때 한 잣대로 삼으면 될 뿐이다. 마치 연못에 던지는 돌처럼 '파장'을 일으키는 첫 생각이기도 하다. 한국공예디자인재단(KCDF)의 오가영 큐레이터는 박성욱 작가 전시를 '어우러짐'에 대한 관심으로 갈무리했다. 

"저희 재단은 올해까지 3년 차로 공모된 공예디자인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해 왔어요. 누적해 서른여덟 건의 신진, 개인, 단체전을 열었죠. 박 작가님 전시는 6월로 계획돼 있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한달반 정도 늦춰졌죠. 그 시간 동안 병(甁) 작업을 조금 더 하셨죠. '어우러짐'이란 말을 생각한 건 '다구, 항아리, 병, 편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의 작업을 어떻게 하면 모두 담을 수 있지?'라는 고민의 반영이었어요.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편과 병들을 모으고, 이곳 전시장의 배경까지 어우러져 '꽝'하고 드러나는 전시라고 생각했어요." - 한국공예디자이재단 큐레이터 오가영
 

편(片)_병(甁)을 보고 있는 스승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향우)와 박성욱 작가. ⓒ 원동업

박성욱 작가는 한 어른과 가까이 붙어 작품들을 하나하나 돌고 있다. 말할 때 그들은 서로 가까이 고개를 기울인다. 둘이 오래 작품으로 이어진 사이임을 뒤에서만 보아도 알겠다. 그 보기에 좋은 광경을 또다른 이들이 사진에 담는다. 박성욱 작가의 아내 이금영도 올해 일본에서의 도자 전시가 잡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유예 중이다.
 

작가에게 전시는 감독에게 영화개봉이나 다름없다 기꺼운 마음으로 오신 손님들에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대접하다. ⓒ 원동업

작가들에게 전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중 하나다. 감독에게는 영화개봉이요, 필자에게는 책의 출판일이다. 그러니 그건 파티요 잔치다. 거기 간단히라도 다과가 빠질 수 없는데, 그 중한 일을 박 작가의 딸 순빈(국민대 도예과 1)과 그 친구가 맡아주었다. 그네들은 이제 막 미술의 전시라든가 사회적 관계라든가 하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계획되어 구성되고, 만들어 지는지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참이다. 둘이 손수 준비한 카나페는 방울토마토+허브+큐브 치즈로 구성됐다. 이 작은 간식도 이 큰 전시에 잘 어우러졌다. 전시는 8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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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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