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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인구 감소 사회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

[서평] 책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등록 2020.08.11 07:59수정 2020.08.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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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 위즈덤하우스

책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외, 위즈덤 하우스, 2020)은 10명의 일본 석학들이 '인구 감소와 일본 사회의 미래'에 대한 각자의 담론을 모은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 10명의 다양한 전공과 직업이다. '생물학', '건축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저자가 논의를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다각도로 '미래사회'에 관한 생각을 펼쳐보게 된다. 현재를 똑바로 보고, 지금 내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인구 감소 사회는 과연 위험한가?
 
인구 감소는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자연과정입니다. 환경 수용능력을 초과한 인구 팽창에 대응하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집단적 행동입니다.  -15쪽

'인구 감소 사회는 과연 위험할까?' 이에 대한 10명의 저자들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그 답은 'No'에 가깝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 사회는 당면한 과제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며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생태계 평형의 과정이며, 이 평형을 통해 기아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문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 감소가 위험하다'는 논제에 빠지는 것이다. 대응보다는 불안에만 사로 잡혀 있으며 다른 가능성과 다른 위험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 흥망성쇠의 열쇠, '인구'보다 '디커플링'

그렇다면 무엇이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될까? 여기서부터 바로 '4차 산업 혁명'과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점점 소수는 돈을 독점하고 다수는 가난해진다. 그 격차는 심해진다(85쪽)'는 명제, 즉 '디커플링'의 문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예시를 살펴보자(디커플링은 미국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이 만든 용어로 소득의 중간치와 평균치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글의 사원수는 약 5만 명인데 비해서 제너럴 모터스라는 미국 자동차 기업의 사원은 약 22만 명이다. 그러나 구글의 시가총액은 제너럴모터스의 10배 이상이다. 자동차 공장 같은 거대한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구글은 다수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은 구글의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85쪽

위의 글을 보면 구글 1인당 생산성이 제너럴모터스 1인당 생산성의 약 40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구글의 사원수는 제너럴 모터스의 약 4분의 1 밖에 안되지만 시가 총액은 제너럴 모터스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2020년 현재 '구글' 엔지니어 중 박사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4억 정도라고 한다. 보통 연봉의 10배 이상이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위의 예에서 보았듯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에 비해 IT, 즉 '한계비용(생산에 추가되는 비용)'이 없는 기업의 근무자들이 40배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 40배 이상의 임금 격차가 생긴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3차 산업 혁명부터 노동자들이 일을 박탈당하기 시작했다. 사무 노동 일자리의 급감은 (경리, 콜센터 직원 등)은 청소원이나 간병인과 같은 육체노동 종사자가 되고 노동자의 삶은 더욱 가난해진다. - 84쪽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노동의 중간 계층(사무직)은 인공지능화와 산업의 변화로 인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며, 전문화에 실패한 자들은 육체노동 종사자로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육체노동자들의 확산은 곧 시장원리에 따라 저임금, 즉 '가난한 삶'으로 다수를 몰아갈 것이다. 시장에 육체노동자가 많은 만큼 임금이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두뇌산업에 적합한 인재로 등용된 자들은 이전 시대의 사무 근로자와는 차원이 다른 고임금, 즉 부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의 문제이다(미래의 문제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현재에도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네 가지 대안

10명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미래의 인구 감소 사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바로 '양극화를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개인과 개인,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 사이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갈라놓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부유하지 않은 쪽에 속한 집단은 매우 비참하고 불행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는 우리가 부자가 될 것만 생각하며 달려갈 것이 아니라 이제 내가 또는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부유하지 못한 자'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그 10명의 석학들이 제시한 구체적 대안을 종합하여 이야기해 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큰 줄기에 도달하게 된다.

[하나] 저성장, 제로 성장 경제 체계 구축
 
우리가 이제부터 시작하는 것은 '후퇴전'입니다. 후퇴전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와 어떻게 패배의 피해를 줄일 것인가?"는 머리를 쓰는 방법이 다릅니다. - 33쪽

책의 저자들은 일본이 아직도 과거의 영화에 사로잡혀 '80년대 이전과 같은 고성장으로의 회귀'라는 헛된 욕망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 정책이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저성장, 제로 성장' 경제 체계를 안정화하는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즉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닌 피해의 최소화, 즉 '후퇴전'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부동산 가격만 보아도 아직도 얼마나 한국인들이 과거 경제부흥시대 자산 증식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이 언제까지 통할까? 모든 것이 거품이라는 진실을 누군가 말해도 다수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환상은 진실이 되어 버린다. 그 환상이 어느 순간 깨질 무렵, 우리도 일본과 다르지 않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 제로 성장은 비단 일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다.

[둘] 최저소득 보장, 고용 보장, 기본 소득 체제 구축

빅토르 위고의 소설 제목인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미래의 '레 미제라블'을 위해 현재의 우리는 무엇인가 대비해야 한다. 이것은 '법'과 '제도'의 문제이다. 미래사회를 대비한 법과 제도의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양극화 사회에 대한 어떤 대응 체제를 남기지 않고 미래를 맞이하게 될 때, 그때 그 누구도 '레 미제라블'을 위해 맞서 싸워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레 미제라블'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자녀가 또는 내 자녀의 자녀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최저소득', '고용보장',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는 시대를 앞섰고 비현실적이며 매우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에, 이것은 곧 닥칠 미래에 대한 실리적 입장에 가깝다는 것을 공론화해야 한다.

[셋] 국민 여론의 토대 구축 방법 고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군 중 가장 1순위로 뽑히는 직업이 바로 언론계 종사자들이다. 벌써부터 그 징조는 드러나고 있는데 이제는 종이신문을 사서 보는 일이 드물고 TV 뉴스마저도 영향력이 약화된 지 오래다.

과거부터 여론이란 힘의 논리에 의해 자주 조작되어 왔지만, 지금에는 '힘의 논리' 뿐 아니라 '인간 안에 내재된 파시즘'에 의해 더욱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을 볼 수 있다. '가짜 뉴스'가 그 대표적 예인데 뉴스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신념'또는 '이념'만이 중시되는 치우침의 사회가 되어간다.

결국은 '인간성'의 문제로 귀착된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의심을 배제한 채 '자기만 옳은 자'가 득세한 세상의 모습은 뻔하다. 분열, 갈등,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그 자체가 지옥이 될 것이고 이로 이해 사회는 '가난한 자'들을 어쩌면 맬서스의 이론처럼 '유전적으로 도태된 자'로 낙인찍을지도 모른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의 근거의 지점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과연 비약적인 것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래 사회 언론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넷] 자본주의 이전 윤리 회복

자본주의는 다음 두 가지를 새로운 윤리로 정착시켰다.

1) 개인의 소유는 정당한 것이다.
2)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았으면 갚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이전'의 윤리와 상반되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 이전 사회에서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나눔'을 중시했고, 또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기브, 저스트 기브'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했는데, 지금도 일부 수렵 채집민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즉, 누군가 사냥해온 것으로 마을 공동체 모두가 나누어 먹고 (소유의 비 개인성), 이러한 호의를 '빚'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논의가 왜 인간의 미래 사회에 어떤 대안으로써 작용하는 것일까? 바로 그것은 '가난한 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양극화 시대의 피라미드 꼭대기 층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위치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갈 것이고 반대로 아래층의 대다수의 사람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

'저임금'과 '비고용' 시대에 들어서면 생존의 방안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셰어하우스', '공동주택'과 같은 주거 방식으로 삶의 비용을 줄여나갈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거다. 이때 필요한 윤리는 '공동체 윤리'이다.  '소유의 윤리'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눈떠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책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은  '일본'사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곱씹어보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감소'는 자명한 것이고 그에 대해 대비할 뿐 아니라 인구 감소 시대와 함께 도래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은 어떠한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와 부모, 그리고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고픈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대비하지 않는 미래의 비극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우치다 타츠루 (지은이), 김영주 (옮긴이),
위즈덤하우스, 2019


#서평 #북리뷰 #지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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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선생님이 되고 싶은 초등교사 지혜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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