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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아파트 주민의 언론 인터뷰 유감

[取중眞담] 용적률, 임대주택,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까지... 모두 흔들겠다는 것

등록 2020.08.07 19:12수정 2020.08.0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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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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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재건축을 두고 갈등을 빚는 내용의 현수막 등이 설치돼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8.4 공급 대책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선언하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거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은마아파트 거주민들의 말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왜 은마 아파트가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1978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그간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거주민 간 갈등도 있었지만 용적률을 높게 받지 못해 재건축을 해도 큰 수익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수년이 넘도록 재건축 조합도 설립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4일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토지 용도와 관계 없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4000여 세대가 모인 재건축 대장주, 은마 아파트에 시선이 모인 것이다.

물론 주민들 전부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일부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의 말은 천박한 투기자본주의의 속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욕망으로 점철된 이들의 목소리에서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존중,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따져보자.

[용적률] "(아무) 규제 없이 짓게나 해달라?" - "그렇습니다"

"여태까지는 규제가 많아서 시작을 못 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정부는 용적률 규제 그거 묶여 있던 거 풀어주겠다..."

지난 6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한 은마아파트 주민은 용적률 규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주민은 "규제가 많아서 시작을 못했다"며 용적률 제한을 탓했다.

먼저 용적률의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용적률은 토지에 대한 건물의 연면적 비율을 말한다. 만약 100평짜리 땅이 있는데 용적률이 200%라면 200평 면적의 건물을 지을 수 있고, 500%라면 500평 면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은 법에 의해 토지의 용도에 따라 정해지는데, 3종 주거지역인 은마아파트의 최대 용적률은 300%다.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과 공공 복리를 위해 용적률 규정은 꼭 필요하다. 땅마다 100층, 200층 높게 짓게 되면 난개발이 되면서 스카이라인이 무너지고, 도시 경쟁력도 저하된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 용도에 따라 용적률을 규정해 도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틀이 있고 그것이 지향하는 공적 목적이 확실하다면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 주민에게 용적률은 자신들의 돈벌이를 막는 못마땅한 규제일 뿐이다. 도둑이 자신을 처벌하는 법을 두고 '규제'라고 하는 것과 같다. 진행자의 질문에 이 거주민은 담담하게 답한다.

진행자 : "그냥 짓고 싶은 아파트 규제 없이 짓게나 해 달라, 이 말씀이신 거예요?"
거주민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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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투부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 공동취재사진

 
[임대주택] 은마아파트는 원래 서민아파트였건만

그렇게 규제를 풀고 법이 목표로 한 공적 가치를 훼손하면서 아파트를 짓게 해주면 자발적으로 어떤 공공기여를 할까? 적어도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공공 재건축을 하면 일정 부분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조건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인다. 임대 아파트가 없어야 집값이 더 올라간다는 확고한 신념도 있었다.

거주민 : "일단 임대아파트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 임대아파트 단지로 알고 있기 때문에 뭐 집값도 나가지 않을 거고요. 그리고 뭐 학교 내에서도 그 단지에 산다고 한다면 차별화돼 있을 거고 그런 부분들이 가장 힘든 거죠."

임대아파트 주민을 바라보는 이 사람의 시각은 계급적이다. 은마아파트의 시세는 17억~19억을 오간다. 아파트 한 채,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자산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선을 긋고 자신들만의 특별한 성채에서 살고자 한다. 그렇다면 은마아파트는 원래부터 부촌이었을까? 강남 일대에 살았던 한 건설사 임원 말은 이렇다. "지금이야 그렇지, 옛날에 은마아파트 가면 망해서 간다고 그랬어요."

실제로 지난 1976년 동아일보 기사에는 "대치동과 도곡동은 4만~5만원으로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1978년 준공 당시 은마아파트는 지금처럼 큰 주목을 받던 아파트가 아니었다. 분양 당시에도 무주택 서민들이 대거 입주했던 아파트였다. 그런데 1981년 대치동 일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명문학군이 형성되면서 은마아파트의 몸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때 땅값이 가장 싼 곳이었던 아파트의 주민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임대주택 거주민을 폄훼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강남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중고등학교가 대치동으로 이전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은마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은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다.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오직, 불로소득의 극대화

노골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거주민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줘야죠. 그래야지 재건축 단지들이 좀 심도 있게 고민을 할 겁니다."

이 말은 '아파트 분양가 최고치로 올려받고,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은 한푼도 뺏지마라'로 요약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말, 법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분양가를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었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가를 한껏 높였다.

지난 2016년 GS건설의 신반포자이(반포 한양 재건축)가 3.3㎡당 4200만원을 넘겨 분양한 것을 기점으로 개포주공2단지 등이 줄줄이 3.3㎡당 4000만원대 분양을 시작했다. 연이은 고분양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주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들쑤셨고, 결국 서울 집값의 앙등을 만들어냈다. 강남 재건축 붐으로 아파트 공급이 적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오른 건 '공급 부족'이 아닌 '고분양 아파트' 때문이었다.

10억, 20억짜리 아파트 공급으로는 결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여러 대책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마지못해 지난 8월 서울 강남 등 극히 일부 지역에만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했다. 대치동은 몇 안되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에 속한다. 이걸 풀라는 얘기다.

"이쯤 되면 개인 재산권 침해 아닌가"

또 다른 은마 아파트 주민이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를 보면 더 노골적이었다. 이들은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등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국가 정책을 사유재산 침해라고 규정한다. 이들의 재산권 범위는 불로소득이 극대화되는 지점일 것이다. 공적 기여는 단 하나도 안하고, 30억~40억짜리 아파트를 분양해 돈을 버는 게 이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다.

끌려갈 것인가 끌고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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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단지 모습. ⓒ 연합뉴스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돈을 버는 형태는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도다. UN에서 파견된 주거권특별보좌관조차도 한국 실태조사를 할 때, "(재건축 등 한국의 제도적 특징을) 전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집이 낡아서 허물고 다시 지으려면 건축비를 내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번다는 인식은 재건축투기꾼들에게 널리 퍼진 인식이다. 하지만 자유시장론을 주창한 애덤스미스조차, 토지로 이득을 보려는 지주 계급을 이렇게 비난했었다. "그들(지주)의 상황은 편안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자연히 나태하게 되며, 통찰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재건축 조합의 요구에 휘둘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8.4 대책에서 밝힌 공공 재건축을 통한 5만호 공급 목표를 채우려면 재건축 조합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 담당자들은 목표치를 채우고 실적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만큼 이들의 몸값은 높아진다. 이들이 언론을 통해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가 없다"고 하는 것은 더 많은 특혜를 달라는 다른 목소리다. 이들은 눈엣 가시같은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를 없애려 들 것이다.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특정 구성원(집을 가진 자)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은 국가의 기본 원칙조차 허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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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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