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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덟 쪽만 읽어보세요, 당장 쓰고 싶어질 겁니다

[에디터만 아는 TMI] 시민기자에게 추천해요, 이유미 지음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등록 2020.08.19 09:02수정 2020.08.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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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기자말]
최근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만났다. 온라인 편집숍 29cm 카피라이터로 잘 알려진, 지금은 퇴사해서 동네책방 '밑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미 작가의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다. 캬, 제목이 기막히다, 무릎을 쳤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제목을 살짝 비틀어 써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기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기사로 바꾸는 법'으로! 사는이야기는 에세이지만, 기사가 되는 에세이는 조금 다르니까, 그걸 어필하고 싶었달까. 으핫핫. 

이유미 작가와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인(스타)친(구)'이다. 댓글을 달면 호응해 주는 정도의, 거리감 있는 사이다. 게다가 안양 병목안 사거리 인근에 있는 밑줄서점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다. 우리 집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도 있었다. 거의 종점에서 종점이라는 게 흠이지만, 그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번은 가려다가 서점 문이 닫힌 걸 알고 포기했고, 이번에는 문을 여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버스를 탔다(작가가 프리랜서고 외부 강의 일정 있어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꼭 출근 확인이 필요하다! 인스타에서 확인하면 된다). 고작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넘어가는 길인데도 모처럼의 여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설레고 들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코앞에 밑줄서점이 있었다(그걸 모르고 헤맸다). 간판이 예뻤다. 거기서 이 책을 샀다. 작가 사인도 받았다. 작가는 "우리 함께 에세이 써요"라고 사인해 주었다. 나는 이 사인도 나중에 써먹고 싶었다. "우리 함께 사는이야기 써요"라고.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 이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예상한 대로 책에는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가 보면 도움이 될 글쓰기 정보들이 많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에디터만 아는 TMI, 여섯 번째는 바로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들을 위한 팁이다. 특히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 '내밀한 사적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떻게 써야 기사가 될 수 있을까'에 힌트가 되어줄 문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조언했다. 
 
"내 주변 사람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썼을 때 상대가 상처를 받는 글을 쓰진 말자, 재미있다고 그를 바보로 만들거나, 공감을 얻기 위해서 나쁜 사람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죠. 중요한 건 타인을 소재로 한 사건이 주가 되는 것보다는 그 사건을 보는 나, 즉 나의 관찰과 해석이 글의 핵심이면 돼요.

타인의 주장이나 행동은 객관적인 부분만 써주고 나머지는 그로 인한 나의 생각을 써주면 크게 문제 될 게 없겠죠. 이후의 문제는 독자들 판단에 맡기는 거예요... 기억하세요. 글을 쓰고 난 뒤에 내 글에 나오는 누군가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은 건 수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아는 가족, 형제, 동료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이 글을 완성할 이유가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거예요." - 161~162p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들 중에서도 지인의 흉을 보거나 뒷담화 같은 내용을 에피소드로 써서 곤란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알고 참고해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이 아닌 나의 내밀한 이야기, 흠이나 단점은 뭐든 써도 상관 없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작가는 귀띔한다. 
 
"글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상처를 받고 우울해질 것 같다면 절대 그렇게는 쓰지 마세요. 나의 흠을 독자와 공유하는 글쓰기 과정에서 본인이 조금 홀가분해질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쓰라는 것이지 '내 단점을 정말 남들한테 말하기 싫은데 사람들이 이거 읽으면 엄청 재미있어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쓰면 안 된다는 소리예요. 그게 과연 누굴 위한 글이 되겠어요? 에세이를 쓰면 가장 먼저 나 자신이 첫 번째 독자가 됩니다. 그런데 그 독자가 상처를 받으면 안 되잖아요... 내 글을 보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면 안 돼요. 그게 나여서는 더더욱 안 되고요." - 110p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들 가운데 쓸 때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몇 달 혹은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불편한 내용일 때가 생긴다. 그때 마음과 지금이 다르며 사는이야기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지만 한번 나간 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혹은 내 가족 이야기라고, 내 동료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이유다.

삭제나 수정 요청을 하는 경우, 이유를 들어보고 삭제가 아닌 차선을 찾아 해결하는 편이지만 이런 사례가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애초 기사 채택을 할 때부터 신중하게 판단한다. 문제가 있어 그대로 나갈 수 없는 기사라면, 해당 내용을 조금 덜어내거나 표현을 완화하는 방식을 제안, 글을 수정해서 처리하기도 한다. 그래도 문제가 될 것 같으면 기사 채택을 하지 않는다. 

에세이와 기사가 되는 에세이는 조금 다르다. 독자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편집기자 입장에서는 에세이라 할지라도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건 반드시 체크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도 확인한다. 기사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세한 개인사는 들어내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반론도 넣는다. 시민기자들도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나의 관찰과 해석이 글의 핵심이도록 쓰되, 내 글을 보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밑줄서점에서 구입한 책들. 앞에 이유미 작가님 모습이 흐릿하다. ⓒ 최은경

 
책을 다 읽은 후 이유미 작가에게 인스타 DM으로 물었다. 책 내용 가운데, 시민기자에 특히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이냐고. 

"저는 사소한 것을 구체적으로 쓰세요, 그 꼭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시민기자분들이라면 일상의 사소한 것에 많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그런 것들도 다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을 잘 보면 얼마든지 이야기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목차를 찾아보았다. 작가가 말하는 부분은 파트2.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 사소한 디테일이 쌓인 내 이야기'다. 목차만 봐도 작가가 왜 이 부분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대단한 걸 쓰려고 하지 마세요(지극히 사소한 것도 글감이 됩니다), 사소한 걸 구체적으로 쓰세요(삶은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메시지가 있는 글이어야 해요(의미를 의도해보는 연습을 한다).' 51페이지부터 59페이지까지 딱 8페이지다. 사회에서 만난 과외 선생님 마냥 조근조근 잘 쓸 수 있게 가이드 해준다. 당장 뭐라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

이유미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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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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