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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서울, '미투 반박 보도' 후폭풍... 2차 가해냐, 표현의 자유냐

강진구 기자 징계 추진에 반대 단체 기자회견 예고... 언론계 안팎 갑론을박

등록 2020.08.11 16:29수정 2020.08.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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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의 내부갈등이 심상치 않다. 모두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논란의 쟁점은 사건 자체에 대한 논쟁을 넘어 저널리즘과 표현의 자유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강진구 기자 징계 추진하자 반대 단체 기자회견 예고

<경향신문>은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 삭제' 후폭풍이 거세다. 이 신문은 지난 7일 29일 오전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추행 당한 이후에도 박재동 화백에게 주례를 요구했다는 박 화백 쪽 주장과 피해자 반론을 담은 기사를 온라인으로 내보냈지만, 피해자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내부 비판이 나와 4시간여 만에 삭제했다. (관련 기사 : <경향>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 삭제... "2차 가해 우려" http://omn.kr/1og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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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29일 오전 보도했다 삭제한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 ⓒ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현재 해당 기사를 쓴 강진구 탐사전문기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강 기자가 해당 기사를 송고하고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회사의 기사 삭제 조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회사 명예를 손상하고, 신문제작 방침을 침해했으며, 승인 없이 외부 출연했고, 정당한 회사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사위원회는 12일 오전으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강진구 기자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일동'과 박재동 화백 지지단체들은 같은 날 오전 경향신문사 앞에서 강 기자 징계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강진구 기자 역시 회사측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강 기자는 피해자 주장의 진실성을 따지는 정당한 보도 행위였다고 주장하며, 삭제된 기사를 징계 사유로 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 기자는 유튜브 방송 김용민TV, 고발뉴스TV 등에 출연해 자신의 기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기자들을 '후배 권력'으로 규정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편집권 내부 감시 기구인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독립언론실천위원회(아래 독실위)에서 강 기자 징계를 요구한 상황이다. 독실위는 지난 7월 31일 각 부서 의견을 취합해 "▲ (강 기자가) 성범죄보도준칙에 어긋나는 기사로 경향신문 구성원이 합의한 보도 윤리를 정면 위반하면서도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취재기록이나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송출했으며 ▲ 비정상적 출고와 기사작성에 대한 비판과 시급한 조치를 '후배권력' 운운하며 비난해 경향신문의 신뢰와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편집국 기자는 "기사 송고 사건 뒤 편집국장이 SNS 활동 등을 금지했는데도 강 기자가 지시를 불이행하고 있다"면서 "회사 내부에서 호응이 없으니 외부에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진구 기자는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통해 내 입장을 밝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SNS 활동은 잘못된 편집권 남용에 대응한 자구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실 보도를 징계사유로 삼는 건 기자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기사 삭제가 부당하면 나머지 징계 사유는 원인무효"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온라인판에서 빠진 '곽병찬 칼럼' 놓고 내부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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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8월 6일자에 실린 곽병찬 칼럼.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면서 온라인판에는 실리지 못했다. ⓒ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지난 8월 6일자 종이신문에 실린 '곽병찬 칼럼'이 온라인판에는 실리지 않으면서 내부 갈등이 표출됐다. <한겨레> 논설위원 출신인 곽병찬 서울신문 논설 고문이 쓴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곽 고문은 '피해자를 의심하는 건 2차 가해'라거나 '2차 가해 발언하는 사람들에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김재련 변호사 발언들을 1970년대 긴급조치나 국가보안법 불고지죄 등에 비유해 비판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화해·치유재단 이사 경력도 문제 삼았다. 이 신문 편집국에선 이 같은 대목들이 2차 가해 우려가 있다며 칼럼을 내보는 데 반대했지만, 논설실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칼럼을 출고했다. 이후 편집국에서는 해당 칼럼을 온라인판에 싣지 않았다.

편집국 내부적으로 입사 2~3년차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공채 50기 기자들은 지난 7일 비판 성명에서 "곽 고문의 칼럼은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피해자를 향했던 2차 가해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며 회사쪽 해명을 요구했고, 51기 기자들도 같은 날 "이번 사건은 우리 회사의 위상과 신문의 상품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일"이라면서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소영 논설실장은 지난 7일 입장문에서 "곽병찬 칼럼은 개인적으로 조금도 동조하지 않지만, 위태로운 범위 내에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기명칼럼이나 외부필자의 칼럼에 사실관계의 오류를 걸러내는 수준을 벗어나 과도하게 게이트키핑을 적용하는 것은 '검열'"이라고 밝혔다.

문 실장은 "편집국의 반대를 이유로 칼럼을 '몰고'(원고를 싣지 않는 것)하는 것은 과거의 여러 사례를 고려할 때 서울신문에 '또다른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외부 필자들은 '서울신문 편집국 기준'으로 정치적 올바름(PC)한 글만 써야 한다고 판단할 것인데, 그 PC의 기준에 대한 자기검열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위축효과라고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해당 칼럼이 인터넷판에 실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해자 보호냐 표현의 자유냐... 언론계 안팎 시각 엇갈려

두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계 안팎의 시각은 엇갈린다.

페이스북을 통해 강진구 기자를 옹호해온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 문제는 젠더 문제에 대한 이해 충돌을 넘어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 중심주의가 기본인 건 맞지만, 피해자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단계에서 양쪽 이야기를 듣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행위까지 (2차 가해라고) 비난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경향은 강진구 기자 징계조치를 철회하고 기사 삭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해당 기사는 이미 포털에 떠서 2~3시간 만에 많이 본 기사 2위를 기록하고 수많은 댓글이 달려 공론화됐는데, 시민이 공유한 걸 차단하고 댓글을 삭제한 것에 대해 대답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문소영 실장은 (칼럼 게재를)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하는데,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는 표현의 자유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면서 "박재동 미투 사건에 대해 곽병찬 고문이 '(박재동 쪽) 반증에 설득력이 있다'고 한 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것이고, 재판부도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려 하는데 강진구 기자가 법원 판결문을 공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 내부 갈등에 대해 "세대간 문제도 있겠지만 젠더 감수성의 차이 때문"이라면서 "피해자의 '가짜 미투'를 의심하는 것만큼 본인 글에 대한 비판이 왜 제기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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