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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발언으로 뜬, 윤희숙 의원의 놀라운 극언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닌 교육 망국론

등록 2020.08.13 07:58수정 2020.08.1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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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차례의 기사는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로부터 촉발된 교육 논쟁을 분석하였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고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며 처방전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의견들이 조금 나왔다. 병을 치료할 때 진단을 먼저 제대로 한 다음에 처방을 하는 것이 수순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진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는 첩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두 차례 칼럼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진단과 남들 입은 게 좋다고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가져오자는 식의 대책을 신봉하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욕을 많이 먹는 교육부의 각종 정책도 오랜 기간 공청회를 하고 의견 수렴을 하는 절차를 다 거쳐 나온 것들이다. 그런데도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는데, 지금 나오는 생각들이 모두 무리 없이 한국 교육을 구원하리라 생각하는 건 너무나 낙관적이다.

윤희숙 의원의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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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을 지적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서울 서초구갑)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 교육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이번엔 반대쪽에서 또 다른 처방전이 나왔다. 국회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5분 자유발언을 한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부동산에서 얻은 환호에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처방전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아직은 김누리 교수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교육을 둘러싸고 어떤 담론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발언들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망한다면 교육 때문이다.

조금 뜬다 싶으면 한국 교육 까기 올림픽에 동참하는 행태가 그대로 반복되었다. 한국이 망한다면 교육 때문이라니, 비판 정도를 넘어서서 이 정도면 거의 극언에 가깝다.
 
윤 의원은 무너진 공교육 시스템을 예로 들며 '과거 우리 교육은 전 세계 1등들과 경쟁하면 1등을 하진 못해도 세계 꼴등들과 겨루면 1등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1등끼리 경쟁해도 꼴등, 꼴등끼리 해도 꼴등'이라고 비유했다. 교육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평준화 교육 시스템은 개발 시대에나 적합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한경비즈니스> 8월 10일 '윤희숙 "우리 교육,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 중"'

예외 없이 1등과 꼴등 프레임이 나온다. 한국 교육이 전 세계에서 꼴등이라는 것. 그런데 꼴등이란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리고 꼴등이라면 기준은 무엇? 성적표를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성적이 꼴등이란다. 점수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꼴등이라고 규정부터 하고 들어가는 평가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불행해 한다며 한국 교육을 비난하는 진보 측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여론조사 등 여타 실증적 근거가 제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꼴등이란 것은 도대체 최소한의 근거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윤희숙 의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을 넘어 비약으로 치닫는다.
 
AI는 기초적인 숙련에 대해 가르치고 선생님들은 창의력이나 토론 등 좀 더 고급적인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혁신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답보 상태입니다. 선생님들이 새로 익히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기초적인 숙련을 가르칠 수 있는 AI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만약 그런 훌륭한 AI 교사가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급락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해서 공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걱정들은 왜 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은 답보상태이고 선생님들이 새로 익히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의 교사들이 새로운 걸 익히기 싫어하여 AI 교사가 자리를 못 잡는다고 하는데, 실험적으로 도입한 사례를 제외하고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그렇게 훌륭하게 AI를 활용하여 보통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그 수많은 교육 선진국들이 그렇게 훌륭한 시스템이 있는데 왜 등교 개학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도대체 왜 우리들 귀에는 그런 선진적인 교육 성공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가? AI 선생이 그렇게 훌륭하게 기초적인 숙련을 잘 가르쳐준다면 말이다.

윤희숙 의원이 어떤 시스템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굳이 AI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개별적인 학습 단계에 맞춘 프로그래밍 정도가 지금 활용 가능한 단계일 것이다. 

개인의 경험은 과학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어떤 1타 강사 출신 교육평론가가 신문 칼럼에 전통적인 학교의 역할은 끝났다는 식으로 쓴 글을 본 일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인터넷 사교육의 눈부신(?) 성공을 배경에 깔고 한 이야기다. 그 자신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일 게다.

만약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 등교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유튜브 콘텐츠도 넘치고 학교 교육과정에 맞춘 각종 강의도 EBS에 많이 누적되어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아도 기존 자료를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온라인 수업을 구축하는데 어렵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온라인 교육을 하기에 꽤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추정된다. 교육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나라 선생님들을 믿는다면서 주사위를 던져버렸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상황이다.

정치인이라면 불만을 앞세우지 말고,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재삼재사 확인하고, 배우는 아이들에게 끼칠 부작용은 없는가, 교육이라는 복잡계에서 단순한 해법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등등 생각하고 검토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정치인이건 일선 초중등 교육을 맡지 않고 있는 학자이건, 말은 쉽게 던질 수 있다. 그렇게 말대로만 된다면 세상일이 얼마나 쉽고 간단하겠는가. 

아직 AI가 선생님만큼 가르칠 정도의 기술은 발달하지 않았고, 콘텐츠가 넘치는 인터넷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할 정도로 현실감 있는 가상현실을 만들지는 못했다. 심지어 TV로 봐도 경기 내용이나 결과를 아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프로스포츠조차도 직접 관람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실정이다. 5G가 마치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가상현실을 구현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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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봐도 경기 내용이나 결과를 아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도 직접 관람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은 LG유플러스가 U+프로야구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에서 포지션별 영상을 구현한 장면. ⓒ LG유플러스

 
아마도 사람들은 보통교육 차원이 아니라 개별적인 차원에서 효과를 본 경험을 많이들 이야기할 것이다. 처음 기사에서도 썼지만, 개인의 경험은 과학이 아니다.

자기의 성공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목적이 다른 사람도 모두 가지고 있는 보편적 목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정작 배움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행태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시선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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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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