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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만 있는 특별한 버스, 아무 때나 못 탑니다

비단벌레 전기버스 타고 시원하게 경주 동부사적지대 둘러보자

등록 2020.08.16 12:02수정 2020.08.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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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 하나로만 해마다 1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 있다. 바로 경주 동부사적지대 꽃밭단지이다. 그만큼 주변에 관광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입구에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표시석까지 세워 두었다. 표시석으로 보아 여기가 꽃밭단지와 함께 문화유적의 중심지임을 쉽게 짐작게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버스가 아닌 비단벌레를 모티브로 한 전기자동차이다. 신라의 유물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첨성대를 중심으로,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타고 동부사적지대 주요 유적지를 관광할 수 있다.


비단벌레의 문화적, 생태학적인 가치

표시석 동쪽 한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단벌레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에 비단벌레 조형물을 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해답은 황남대총과 금관총을 발굴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동부사적지대 입구에 세워진 비단벌레 조형물 모습 ⓒ 한정환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대릉원 안에 있는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말안장 장식품 소재에 수천 마리의 비단벌레 날개를 사용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천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발굴 당시 아름다운 본래의 색깔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단벌레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곤충 중 가장 아름다운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멸종 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문화적,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사전 현장 예약하지 않으면 타기 힘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 표시석 바로 동편에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는 언제 보아도 한산하다. 그러나 매표소가 한산하다고 생각하여 승차권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사전 현장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탈 수가 없을 만큼 인기 있는 전기자동차이다.
 

경주 동부사적지대 일원을 운행하고 있는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모습 ⓒ 한정환


아침 일찍 서둘러 현장 예약을 한 후 승차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 승차권을 구입해야 탈 수가 있다. 대기시간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바로 앞에 있는 디지털 종합관광안내시스템에서 인증샷을 찍어도 좋다. 무료이며 찍은 사진은 메일로 즉시 전송이 된다. 경주 방문 기념 추억의 사진으로 남겨도 좋다.


천년고도 경주는 유적지와 각종 문화재가 많다.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케이블카도 없다. 주변 환경 문제 등 제약 요인이 많아 쉽게 설치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는 문화재와 유적지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 인기가 높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5시 25분까지이며 하루 11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35분이다. 여기에 신라왕궁영상관 관람시간 15분이 포함된다. 그러나 1, 10, 11회 운행 시는 영상관을 이용할 수 없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동선

비단벌레 전기자동차에는 안전요원 1명이 동승한다. 승차장에서 출발하여 첨성대, 계림, 경주향교, 교촌마을, 월정교를 거쳐 신라왕궁영상관에 도착하여 신라왕궁에 대한 영상을 관람한다. 다시 동승하여 동궁과 월지, 석빙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동부사적지대 꽃밭단지를 거쳐 종점에 도착하는 2.9km 코스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천문기상관측소인 첨성대 모습 ⓒ 한정환


동부사적지대 유적지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주요 관광지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해준다. 출발과 동시에 바로 옆에 첨성대가 보이고 계림으로 이어진다. 첨성대와 계림을 지나면 바로 경주 향교가 보인다.

향교는 훌륭한 유학자를 제사하고 지방인의 유학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나라에서 지은 국가교육기관이다. 경주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받드는 곳이다. 현재는 전통혼례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관련 기사 : 팔색 조명이 그대를 유혹하는 곳, 국보 제31호 경주 첨성대, 경주에 갔는데, 왜 보질 못했니)

경주 향교 옆에는 교촌마을과 경주 교동 최씨 고택이 있다. 최씨 고택은 9대 진사, 12대 만석꾼의 철학이 있는 곳이다. 만석꾼 경주 최부잣집 가문은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집안이다.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경주 최 씨 고택 모습 ⓒ 한정환


경주 교동 최부잣집은 "재물은 똥거름과 같아서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가 없고 골고루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라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육훈'과 '육연'을 가슴에 새겨 베푸는 삶을 실천했다.

특히 육훈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자 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이다. 경주 교동 최부잣집 가문은 대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명문가다. 최씨 가문의 육훈은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반월성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신라왕궁영상관 모습 ⓒ 한정환


최씨 고택을 지나면 2018년 4월 준공한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인 월정교가 보인다. 월정교에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신라왕궁영상관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모두 내려 신라왕궁에 얽힌 영상을 관람한다.

신라왕궁영상관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보물 제66호인 석빙고가 보인다. 석빙고는 조선 영조 14년(1738) 월성 안에 만든 얼음 창고이다.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졌으며 1000여 개의 돌이 사용되었다. 천장 외부는 봉토의 형상이며, 천장은 무지개 모양으로 만들었다. 천장에는 3개의 공기구멍이 있고, 바닥에는 물이 빠질 수 있도록 홈을 파서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신라왕궁영상관 북동쪽에는 신라 왕궁의 별궁터인 동궁과 월지가 보인다. 다른 부속 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었다.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들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신라 경순왕이 견훤의 침입을 받자 931년에 왕건을 초청하여 위급한 상황을 호소하며 잔치를 베풀었던 장소이다.
 

경주 동부사적지대 꽃밭단지 모습 ⓒ 한정환


석빙고와 동궁과 월지 해설을 들으면서 이동하다 보면 동부사적지대 꽃밭단지로 이어진다. 울긋불긋한 여름 꽃들을 보며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보면 바로 종점에 도착한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에 승차하면 신라왕궁영상관을 제외하고는 중간에 내릴 수가 없다. 겉모습만 보아서인지 차에서 내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관련 기사 : 초록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끝이 안 보입니다).

유적지 동선을 따라 도보 또는 자전거를 대여하여 다시 한번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관광을 하다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첨성로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 취향대로 들어가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

역사유적지가 많은 동부사적지대는 잔디광장을 비롯한 여유 공간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1일 관광코스로 적당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바로 앞에 있는 대릉원과 젊음의 거리인 황리단길도 구경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광코스이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운영하고 있는 경주시 시설관리공단 한성협 관광사업팀장은 "요즘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승차 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로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일정 인원만 예약을 받고 가족 단위로 좌석 배정 후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경주시 황남동 113-15
요금 : 어른 4000원, 군인 및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경주 동부사적지대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첨성대 #계림 #경주 최 씨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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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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