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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연애해서 대기업 입사... 기안84 웹툰 중지 청원 5만 돌파

"여성 노동자 성애화"... 출연 예능 프로그램 게시판에도 하차 요구 빗발... 네이버 책임론도 대두

등록 2020.08.13 11:43수정 2020.08.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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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기안84 '복학왕'의 일부분 ⓒ 네이버웹툰


여성 인턴이 남성 상사와 연애해서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내용을 그린 기안84의 웹툰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유명 웹툰작가 기안84가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하고 있는 <복학왕> 303~304화에서는 주인공 우기명의 전 여자친구인 봉지은의 대기업 인턴 생활이 그려진다. 봉지은은 보고서조차 제대로 못 쓰지만 애교로 상황을 무마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인턴 마지막 날 회식 자리에서 봉지은은 팀장에게 "안 뽑힐 건 알고 있나봐", "누가 뽑아준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학벌, 스펙, 사회성으로 무장한 다른 경쟁자들의 생존전략 앞에 봉지은은 완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들이댔다"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봉지은이 배 위에 조개를 올리고 날카로운 돌로 깨는 모습이 등장한다. 

껍질이 두꺼워 먹기 힘들었던 조개가 깨진 다음, 봉지은은 황당하게도 합격 통보를 받는다. 뒤이어 나이 차이가 최소 열 살 이상 나는 팀장과 봉지은이 회식날에 키스를 했고, 서로 사귀는 사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현재 유료로 볼 수 있는 305화에는 우기명이 "잤어요?"라고 물어보고 팀장이 능글맞게 넘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회사 직원들이 "대놓고 사내 연애질", "팀장이 사심으로 뽑았다더니 맞나 보네", "저 기집애도 보통은 아니구만" 등의 말을 하며 수군거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무능하다'며 봉지은을 무시했던 팀장은, 회식에서 봉지은과 키스를 한 뒤 사귀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 네이버웹툰


<복학왕> 내용에 대해 누리꾼들은 '노골적인 여성혐오'라고 비난하고 있다. 무능한 여성이 대기업 입사를 위해 팀장과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맺는다는 설정 자체가, 여성 직장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개'를 깨는 것 역시 '성적 은유'가 있어서 불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 웹툰 측은 '조개' 그림을 '대게'로 수정하는 한편,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작가님이 수정해주신 원고로 수정반영 되었습니다"라며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남겼다.

반복되는 여성혐오 논란... MBC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도 항의글 쇄도
 

13일 오전 11시 기준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웹툰 연재 중지 요구 청원 참여자가 5만 명을 돌파했다. '***'는 청원게시판 관리자에 의해 수정된 부분이다. ⓒ 청와대 청원게시판


그럼에도 기안84와 웹툰 <복학왕>에 대한 비판여론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복학왕 웹툰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도 안 돼 참여자 5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이 작가는 이름이 꽤나 알려진 작가이고, 인기가 있는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원 취지를 밝혔다.

기안84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MBC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도 기안84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틀 동안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만 약 1000개 가까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기안84는 <복학왕>에 '노안에다가 서른살인 여자' 캐릭터를 그리면서 "누나는 늙어서 맛 없어"라는 대사를 넣어 논란이 됐다. 또한 주인공 우기명이 '여대생 바'에서 만난 봉지은에 대해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고 한다든가, 대학 축제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봉지은을 보고 '룸나무'라고 지칭하는 등 웹툰을 통해 여성혐오적 문화나 용어들을 비판의식 없이 노출시켜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는 "기안84는 계속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코드를 재생산하고 있다"면서 "여성 노동자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업무를 성애화하는 시선이 웹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을 활동가는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표현들을 작가들이 경계할 수 있도록 웹툰업계 내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거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복학왕>을 게재하는 네이버 웹툰에서도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성상민 만화·문화평론가는 "네이버 웹툰 측에 관리 책임 문제를 물어야 하는 사건"이라며 "사전에 웹툰 내용을 확인하고, 작가에게 수정을 요구하는 최소한의 관리 시스템조차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학왕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는 다른 웹툰들에서도 혐오 논란이 발생했다"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면 웹툰의 질적인 측면을 고민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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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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