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난풀, 뱀, 노루... 이곳에선 다 만날 수 있지요

서귀포자연휴양림에 있는 법정악 탐방기

등록 2020.08.20 11:32수정 2020.08.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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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금요일에 오름 올라가는 금오름나그네들이 법정악에 올라갔다. 사실은 법정악 등반이라기보다는 서귀포자연휴양림을 한바퀴 산책했다. 회원 8명 중 3부부, 6명이 가시리 슈퍼 앞에서 오후 3시에 만났다. 한 부부는 최고의 손님인 손주들이 서울에서 와서 못 왔다. 휴양림은 영실 올라가는 1100도로 중간에 있다. 4시경에 도착했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안내 지도 등반 산책의 계획을 세우는데 필수 자료다. ⓒ 신병철

휴양림 산책로가 다양하다. 우리의 목표는 법정악이다. 짧은 길, 먼 길 중에서 먼 길을 선택한다. 숲길산책로로 법정악 전망대까지 갔다가 생태관찰로나 어울림 숲길로 내려오기로 한다. 숲길산책로는 차량순환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를 내고 바로 산책로로 들어간다. 
 

수정난풀 부생식물로 산책로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 신병철

숲길이 시원하다. 숲이 따가운 햇볕도 막아주고 맑은 공기도 준다. 길가에 이상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촛농이 떨어지고 있는 양초를 세워놓은 것 같다. 자세히 보니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수정난풀이다. 엽록소가 없어 썩은 동식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여 자라는 부생식물이다. 신기하다. 습기가 많고 나뭇잎이 풍부하여 이런 식물이 살 수 있나 보다.  
 

숲길산책로 야자 매트를 깔아 산책하기에 좋다. ⓒ 신병철

차량순환로가 산책로 주변을 따라다닌다. 차들도 오른쪽으로 가기만 한다. 산책로는 야자매트를 깔아놓아서 걷기 너무나 편하다. 그 모습도 다양하다. 돌이 많은 곳에는 잔 나무가 듬성등성하고, 어떤 곳은 큰 나무가 울창하다. 조릿대가 바닥을 융단처럼 포장한 곳도 있다. 냇가를 건너기도 한다.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내려갈 때는 불안해 한다. 그만큼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피소 대피소라 안내되어 있지만, 취사장이었다. ⓒ 신병철

대피소가 나타난다. 전망대 도달하기 전에 대피소가 2개가 있다. 숲속 대피소 모습이 근사하다. 대피소 입구에는 취사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안을 살펴보니 대피소가 아니라 취사장 시설이 갖춰져 있다. 수도가 여럿 있고,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걸까? 나그네들의 추측이 난무한다.


숲길산책로 주변, 차량순환로 주변에 평상을 수도 없이 만들어 놓았다. 주차장도 군데 군데 있다. 먹을 것 잔뜩 차에 싣고 들어 와 한가하게 쉬는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도 식구들끼리 한번 와야겠다고 입을 모은다.   
 

법정악 전망대 전망대에서 구름이 걷힌 사이로 살짝 얼굴을 드러내는 한라산 ⓒ 신병철

숲길산책로가 거의 끝날 즈음에 법정악전망대 입구가 나타났다. 전망대까지 600m란다. 나무데크로 길과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너무 인위적이라 부자연스럽긴 해도 편안했다. 전망대 직전에 약간 오르막이 있었다. 금새 법정악에 올라갔다.

법정악은 일제강점기 때 붙인 이름이란다. 원래 이름은 돗오름이었단다. 돗이 돼지를 이름이니 저악(猪岳)이라 한자로 표기하기도 했단다. 아래에 법정사가 있어 이곳을 법정악이라 했는지 모를 일이다. 돗오름의 옛 이름을 회복하는 게 더 좋겠다.  

전망대는 나무 데크로 조성했다. 중간에 두세 그루의 팥배나무와 때죽나무가 솟아 있다. 쉴 수 있는 긴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안개가 자욱하여 전망이 별로다. 그때 안개가 바람따라 움직이더니 한라산 정상이 얼굴을 드러냈다. 사진 찍는 찬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라산은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중간에 나무가 솟아 있으니 사진을 찍으면 모두 명품사진이 된다. 인증샷을 날리지 않을 수 없다. 사진찍기 수놀음을 한다. 다른 팀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 사진도 찍어 달라고 한다. 수놀음은 품앗이의 뜻을 가진 제주말이다.
 

휴양림 정자 한적한 곳에 정자를 지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 신병철

법정악은 전망대 바로 직전에 있다. 밑에서 올라가는 높이를 비고라고 하는데, 그리 높지 않다. 그냥 조금 높은 언덕 쯤 되는 것처럼 보인다. 데크가 깔려 그냥 전망대로 가는 길이 정상이다.

다시 돌아간다. 전망대 가는 길 입구에서 내려가는 길로 생태관찰로를 택한다. 중간에 자갈돌을 박아놓아 신발 벗고 걸으면 자연 지압이 되도록 길을 조성해놓았다. 해 보았다. 엄청 아팠다. 금세 그만둔다.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몸에 고장이 많나 보다.


생태관찰로 입구에 갔더니 비가 온 직후라 미끄러워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할 수 없이 건강산책로로 돌아간다. 잘 정비한 하천을 건넜다. 독사 같은 뱀 두 마리가 몸을 말리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좀 더 내려간다. 잘 지은 정자가 나왔다. 주변에는 누리장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분위기 좋다. 두 나그네가 동시에 "막걸리 한 잔 하면 좋겠네"라고 합창한다. 동시에 튀어나온 말에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아내에게 저 집 이름이 뭔지 아냐고 묻는다. 대뜸 '뱀주의'라고 대답한다. 기둥에 붉은 글씨로 '뱀주의'라 적혀 있으니 집 이름이 그렇단다. 나의 싱거운 질문에 아내도 이젠 단단히 단련이 되어버렸다. 큰일 났다. 아내도 싱거운 사람이 됐다.
 

노루 노루 한마리가 숲속에서 부석거리고 있다. ⓒ 신병철

조금 더 내려왔나 보다. 숲 속이 부석거린다. 자세히 보았더니 노루다.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눈망울을 껌벅거리며 서 있다.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혼자서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놀라지 않게 살그머니 못 본 채하고 내려간다.

출발한 입구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거린사슴전망대 옆에 있는 거린사슴오름을 올라갈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가 사는 표선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모두들 좋아하는 표선에서 제일 맛있는 초밥집에 가기로 한다.

초밥집에는 막걸리가 없다. 우리더러 사서 먹으라 한다. 초밥과 막걸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시나요? 법정악 돗오름이 또 우리에게 와서 오름이 되었다. 오름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주에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법정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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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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