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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모습입니까?

[서평] 청소년들의 '꿈'을 격려하는 메시지, 책 '너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0.08.21 16:56수정 2020.08.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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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너의 플레이리스트>(봄볕 펴냄) 주인공 오스틴은 게으른 데다 겁쟁이다. 게다가 충동적이다. 그러다 보니 걸핏하면 문제가 생기곤 하는데, 우스갯소리나 핑계로 그 순간만을 피하려고만 한다. 그런 후 자책한다. 자신이 어떻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매사 이렇다 보니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는 등 오스틴의 일상은 늘 엉망진창, 꼬일 대로 꼬일 때가 많다.

이런 오스틴이 유독 적극적이거나, 진지해지거나, 성실해질 때가 있다. 여자들 앞에서 기타 치며 노래할 때.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하면 내 노래를 들려줄 수 있을까? 전전긍긍, 물불 가리지 않고 벌리고 본다. 그래서 그동안 좋지 않은 일도 많았다. 가장 최근 사건은 릭 아저씨의 만돌린을 허락 없이 가져가 다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리고 만 것이다.


오스틴의 엄마는 이런 오스틴을 사관학교에 보내려 한다. 충동적이다 보니 규칙 같은 걸 모르는 오스틴을 바로잡는 데 적합한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필 자신이 싫어하는 음악을 꿈꾸는 것도 못마땅하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에 학교 팸플릿과 입학원서까지 가져다 뒀었다. 이젠 입학원서에 펜까지 올려둔 상태로 오스틴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

방학 동안 수학과외를 받아 점수를 올려 어떻게든 졸업 낙제를 면할 것. 릭 아저씨의 사업체인 잔디관리소에서 잔디를 깎는 것으로 릭 아저씨 만돌린값 4000달러를 변상할 것.

오스틴의 꿈은 졸업 후 뉴욕으로 가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립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이다. 오스틴은 엄마와 닉 아저씨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소한 잘못으로 수학과외는 첫날부터 삐걱이고, 잔디관리소에서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토드를 만나 다시 괴롭힘당하는 등 순조롭지 않다.

이런 오스틴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빠가 어느 날 나타난 것. 그 아빠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노래 '안전거리를 유지하면 재미있는 사람'을 부르는, 그래서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싱어송라이터 셰인 타일러였다.

뒤늦게 알게 된 아빠의 비밀
 

<너의 플레이리스트> 표지. ⓒ 봄볕

 
나의 아버지. 나는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나의 아버지다. 나의 아버지가 무대 위에 있다. 느껴 봐. 나에게 말한다. 무대 위 저 사람이 아버지잖아. 뭔가 느껴 봐. 그렇지만 내가 깨닫는 건 감정 없음뿐이다. 나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한 남자를 바라본다. 그는 나의 아버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셰인 타일러의 연주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139~140쪽.

오스틴은 집을 나와 셰인과 함께 지내며 점차 마음을 열게 되며 모르고 살아온 아빠를 느끼게 된다. 셰인 덕분에 노래는 부르고 싶지만 해소되지 않던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는 등 뮤지션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순조롭게 열리는 기대와 희망에 부푼다. 이는 셰인의 노래와 그를 통해 비롯된 꿈, 그리고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시는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던 셰인은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까지 남겨놓고. 걸핏하면 문제가 일어나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던, 불안하지만 노래를 위안 삼아 잘 걸어가고 있던 오스틴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무책임하게도 말이다.

오스틴은 셰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절망한다. 오스틴을 더욱 절망스럽게 하는 건 이런 것들이었다. 이젠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음악에 대한 꿈은 여전한데 예전처럼 힘도 열정도 없다는 것. 아빠의 실망스러운 실체와 그런 아빠 때문에 엄마가 십대에 큰 상처를 겪었고 자신도 버려졌다는 것 등, 차라리 몰랐으면 피차 좋았을 것들을 알고 말았다는 것. 그런데 자신 또한 그처럼 형편없고 무책임한 그런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엉망진창의 삶이라는 것.

오스틴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다. 이런 오스틴을 일어서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너의 플레이리스트>는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자신에게 닥친 힘든 순간들을 음악으로 이겨내는 한편,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성장해 가는 한 청소년의 건강하며 순수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문제가 많은 아이로 비치는 오스틴이지만, 사실 그는 동급생 토드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또, 만돌린이 부서지는 엄청난 손실까지 혼자 참고 삭히는 그런 소심한 아이다. 또한 토드 아빠의 폭력을 목격한 후에는 폭력으로 괴로운 토드를 위로하고 비밀을 지켜주는 마음 따뜻한 아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물론 주변 사람들은 오스틴의 장점은 전혀 보지 못한다. 음악적 재능을 분출한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고,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다고 판단한다. 조금만 관심 두거나 헤아려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아니 전혀 보려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주눅 들지 않고 꿈을 좇기를

소설이 더욱 의미 남다르게 와 닿는 것은 이와 같은 주인공을 통해 우리 누구나 크든 작든 겪는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너무나 평범해 주목받지 못하거나, 편견과 오해로 힘든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자 쓴 소설이란 생각도 든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힘든 일을 겪지만 결국 음악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자신의 꿈에 가까이 나아가는 오스틴. 그 오스틴을 통해 스스로 놓지 않는 한 꿈을 이루는 데 늦을 때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 너만의 삶(꿈), 그 플레이리스트를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주눅 들지도 말고 걸어가라고 용기 주는 듯하다.

이 책은 어른들의 말을 흘려듣거나 우스갯소리로 대응하는 10대 특유의 반항기, 좋아하는 일에 물불 가리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청소년 특유의 순수함, 이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환상 그로 인한 다채로운 감정들을 10대 특유의 언어들로 표현한다. 이제 막 어른으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선 청소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20년 가을호에도 실립니다.

너의 플레이리스트

마이클 루벤스 (지은이), 장혜진 (옮긴이),
봄볕, 2020


#너의 플레이리스트 #성장통 #청소년소설 #마이클 루벤스 #봄볕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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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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