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영 감독대행 김호영 감독대행이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3연승을 이끌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적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팀들이 가장 먼저 칼을 꺼내 드는 것은 감독 교체다. 팀의 수장인 감독을 바꿈으로써 반전을 꾀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인천은 이른바 감독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김호영 감독대행 체제 이후 3연승
올 시즌 서울은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12개 팀 가운데 리그 최다 실점을 기록할만큼 수비 불안이 두드러졌고, 최전방 공격수 부재가 겹쳤다. 공수가 흔들리자 팀 성적은 자연스럽게 좋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22년만의 5연패라는 치욕을 맛본 서울은 13라운드까지 3승 1무 9패(승점 10)으로 11위에 머문 것이다. FA컵 8강에서 포항에 1-5로 대패하자 결국 최용수 감독은 지난달 30일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대로라면 'again 2018'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서울은 지난 2018 시즌 강등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바 있다.
서울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최용수의 오른팔을 보좌한 김호영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겼다. 뚜껑을 열어보니 대반전이었다.
김호영 감독대행 체제 이후 3연승이다. 지난 1일 성남 원정에서 2-1로 승리했던 서울은 7일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2-0으로 승리했다. 15일에는 리그 3위 상주마저 2-1로 제압, 16라운드 현재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리며, 상위 스플릿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스리백을 중심으로 하는 수비적인 전술과 템포가 느린 공수 전환에서 탈피해 김호영 감독대행은 강한 압박, 많은 활동량, 높은 수비 라인 설정 등으로 내용과 결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4-1-4-1과 4-2-3-1을 혼용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맞는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김호영 감독대행은 수비 라인을 최대한 높이 올리며 최전방 공격수와의 간격을 20-25m 가량 좁히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 수비 라인을 내리면서 수동적인 경기를 운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바뀐 팀 전술은 많은 활동량과 빠른 공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심에는 젊은피들이 있다. 기존의 주세종,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대신 김원식, 정현철, 한승규 등이 중용받기 시작했다. 양유민, 정한민, 차오연 같은 새 얼굴도 눈에 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김원식은 포백 라인 바로 윗선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좌우 오픈 패스로 빌드업에 관여했다. 한승규는 좀 더 앞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볼 운반, 탈압박, 중거리 슈팅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강원전 1골을 비롯해 지난 15일 열린 상주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서울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김호영 감독대행은 상주전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한승규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며 흐름을 반전시킨 바 있다.
깜짝 등장한 10대 정한민도 김호영 감독대행의 작품이다. 지난 강원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서울 2선 공격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박주영 대신 최전방 주전 원톱으로 낙점 받은 윤주태는 성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연패를 끊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다시 도약할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서울은 향후 기성용마저 가세할 경우 한층 강해질 요소가 남아있다.
▲ 인천 조성환 감독 조성환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은 이후 2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며, 생존왕 본능을 일깨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16경기 만에 감격의 첫 승
인천은 지난 5월 K리그1 개막 이후 리그 15경기에서 단 한 차례의 승리 없이 승점 5점에 머물며 최하위를 맴돌았다. 결국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임중용 감독 대행 체제로 바꿨지만 인천의 무승 행진은 지속됐다.
그럼에도 포기란 없었다. 조성환 감독을 선임하며 반드시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9일 성남과의 데뷔전에서 0-2로 패하며 인천의 강등은 사실상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인천은 한 경기 한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지난 16일 강호 대구와의 16라운드 원정길에 올랐다. 상주, 포항과 함께 3위 싸움을 벌이는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복귀로 정상 전력을 갖춘 상황이었다.
그리고 조성환 감독은 대구전에서 1-0 승리를 이끌며, 인천팬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첫 경기 성남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수비진 변화에 있다. 성남전에서는 감독 부임 이틀 만에 치른 경기라 기존의 스리백을 가동한 것에 반해 대구전에서는 포백으로 바꾸며, 자신의 축구 색깔을 입혔다.
인천의 생존 DNA가 발휘된 경기였다. 임은수, 이준석, 김연수가 차례로 부상을 당해 불필요하게 교체카드 3장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인천은 모든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전반 30분 시즌 내내 부진했던 무고사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이후 투지를 불사르며 대구의 공세를 견뎌냈다.
대구는 90분 내내 세징야, 에드가, 정승원, 김대원을 앞세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이날 대구는 무려 28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인천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인천의 단단한 수비 조직력과 실리 축구가 비로소 빛난 경기였다.
첫 승을 거두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개막 100일이자 16경기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이뤘다. 그동안 인천은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지키지 못한 채 비기거나 패한 경기가 수두룩했다. 인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불안한 수비, 뒷심 부족, 골 결정력이었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을 선임한 지 겨우 2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면서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골잡이 무고사의 부활, 수비 조직력이 살아난다면 인천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이번 대구전 승리는 단순히 1승의 의미를 넘어 '올 시즌도 잔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인천은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한 뒤 막판 뒷심과 투혼을 발휘해 한 차례도 강등되지 않은 바 있다. 그래서 인천은 '생존왕'으로 불린다.
앞으로 인천에게 주어진 기회는 11경기. 11위 수원과의 승점차를 6점으로 좁히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오는 22일 수원과의 17라운드 맞대결은 인천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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