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배추모도 '거리두기'를 해야 잘 자란다

등록 2020.08.20 14:54수정 2020.08.20 16:5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전갑남

 

ⓒ 전갑남


올핸 장마가 무척 길었다. 비가 잠시 멈춘 동안 포트에 배추씨를 부었다. 포트 구멍 하나에 두세 알씩 배추씨를 넣었다. 모 부은 지 나흘 만에 싹이 올라왔다.


엊그제 이웃집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고 놀러 오셨다.

"참 예쁘게도 자라네! 그런데, 요 녀석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 않나?"
"솎아주라는 말씀이죠?"


한 포트에 필요한 모종은 하나. 나와 아저씨는 비교적 떡잎이 실한 걸 놔두고, 시원찮은 모를 골라 배추모를 솎아주었다.

배추모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키워야 서로 싸우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

모를 부은 지 오늘로 딱 열흘이다. 본잎이 나풀나풀 거릴 정도로 제법 자랐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모와 모 사이에 거리를 두니 모두 건강하다. 앞으로 열흘 남짓 키운 후, 더 널찍하게 거리를 두고 본밭에 옮겨 심으면 한아름 김장배추로 자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의 방역이란다. 김장배추도 거리를 두고 키워야 건강하게 잘 자라듯이...

#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