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만,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만든 그들에게 전하고픈 말

등록 2020.08.20 16:51수정 2020.08.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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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집회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 pixabay

잠잠하고 고요해 가끔은 껴져 있는 건 아닐까 의심되던 내 휴대폰이 2~3일 사이 바쁘게 살아있음을 알린다. 여기 저기서 발송된 안전문자 소리였다.


행정안전부에서 오는 폭염 문자를 시작으로 관내 시, 도와 근접 지역에서 들어오는 확진자 경로와 진단 검사 독려 문자, 방역수칙 안내 문자 등이었다. 얼마나 발송됐는지 세어보았다. 하루에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안전문자가 들어왔다.

문자 확인 때마다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나의 안전을 챙기는 문자들 덕분에 감사했다. 한편으론, 다른 이들의 이기적인 행동에는 화가 났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8.15 보수단체 집회에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나왔다고 한다. 많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미착용했거나 턱에 걸쳤다고 한다. 그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수의 참가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예고하며 수도권과 지방에서 동시다발적 감염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무책임한 행동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예고된 지금, 우리 아이들은 2주간의 짧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방학기간 동안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타인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방역수칙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방콕'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또다시 확산되고 있는 요 며칠,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장담할 수 없는 일상들로 매우 불안하다.  

보수단체들은 무엇을 알리고자 이 시국에 집회를 했을까? 한 신문에 따르면, 이들 중엔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외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왜 그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 일까? 그들은 약자와 소수자가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차별금지법 안에는 보수단체가 외치며 반대하는 '성적 지향'에 관련한 내용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성별, 장애, 출신 국가, 출신지역, 언어, 인종, 신체조건 등 이 지면에 열거할 수 없는 다수의 내용을 다룬 법안이다. 모든 인간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이 법안의 목적이다.

하지만 보수단체의 수장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상처는 '가치가 없다'고 말하고, '평등할 수 없다'고 외친다. 합리적 이유 없는 막말과 혐오, 왜곡된 사실만 있을 뿐이다.

"원래 내 불편은 가깝고 남의 불행은 멀어 보인다". 은유 작가의 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만을 앞세워 수많은 이들을 불행에 빠트리고 있다. 이번 보수단체의 행동에서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렸던 신천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진정 경계해야 하는 건 성소수자들이 아니다. 그들의 퍼트리는, '가짜 진실'을 경계해야 한다. 조작된 진실을 좇아, 왜곡된 말에 현혹될 때 우린 진실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악은 멀리 있지 않다. 사실을 왜곡하고 혐오를 조장하며 그것을 좇아 함께 조롱하는 이들. 그로 인해 사회 전체를 불행으로 이끄는 이들. 그들의 외침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없다. 욕망만이 있을 뿐. 이것은 결국 사회 악이 되어 돌아왔다.

보이지 않는 신을 쫓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까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약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볼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다.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말이다. 온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방역당국의 노고를 한 순간에 수포로 만든 집회참가자들에게 이 말이 가 닿기를 바라본다.
#코로나 #보수단체 집회 #2차 대유행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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