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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꿇었던 김종인 무릎, 부앙부앙하지 말자

[取중眞담] 통합당 비대위원장의 5.18 행보가 빛을 보기 위한 조건

등록 2020.08.20 17:22수정 2020.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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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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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31일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이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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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의 무릎'이 화제다. 19일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를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아래 국보위) 경력, 당내 5.18 폄훼 등과 관련해 사죄의 메시지를 내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5.18 망언'을 일삼고 이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던 당의 대표가 정치적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를 찾아 이 같은 행보를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의 무릎에 과한 의미가 부여되는 건 경계하고 싶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인해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 위원장은 4년 전 이미 같은 곳을 찾아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정신이 6.10항쟁으로 이어졌고, 한국 정치의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며 "광주의 상황을 보니 (국보위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제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1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을 때, 그는 미래통합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형식과 본질
 
그런데 그 차이점은 한편으로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때의 더불어민주당과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의 입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혹한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미래통합당만큼은 아니지만 당시 대안세력으로 평가되던 국민의당에 밀려 외면 받던 시절이었다(실제로 세 달 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랬던 상황에서 자신의 국보위 이력이 걸림돌이 되자 김 위원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리고 4년 후에 같은 곳을 찾아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이 정치적 재방송을 어떻게 봐야할까.
 
언론은 보수 정당 대표로서 무릎을 꿇은 게 최초라며 호들갑을 떤다. 사실 무릎이란 형식만 달랐을 뿐, 미래통합당과 그 전신은 이미 여러 차례 5.18 앞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후 끊임없이 5.18 망언이 이어지는 등 변화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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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2019년 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치 영역에서 형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치가 대중에게 어떻게 내보여지는지, 쉽게 이야기해 쇼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천 냥 빚을 지기도 한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 잘 차려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형식이 본질을 앞서선 안 된다. 김 위원장 무릎으로 대변되는 '보수 정당의 5.18 사죄 메시지'는 그동안 미래통합당과 그 전신에서도 많이 봐왔던 모습이다. 중요한 건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의 향후 행보다. 
 
5.18 망언을 일삼고 그 가치를 폄훼하는 세력과 단호히 결별한다면, 그리고 국회에서 관련법 논의를 합리적으로 진행한다면 김 위원장의 무릎은 훗날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좋은 모습이다. 앞으로 미래통합당의 행보를 지켜보겠다' 정도의 평가가 적당하다. 애써 추켜세울 필요도,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전라도말에 '부앙부앙하다'는 표현이 있다. 과장하다, 과시하다, 오버하다 정도의 의미다. 미래통합당의 어느 의원이 김 위원장의 모습을 "철저한 반성"이란 말로 평가했다. 급기야 빌리 브란트의 무릎까지 소환되는 중이다. 한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광주 방문이 '전광훈 발 코로나19 재확산'의 화제 전환용"이라고 논평했다.
 
딱 이 표현이 떠오른다. 제발 부앙부앙하지 좀 말라.
 

2016년 1월 31일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위원장이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김종인 #무릎 #5.18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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