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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심경담은 '시위소찬'의 의미

[[김삼웅의 인물열전] 성재 이시영선생 평전 / 50회] "벼슬아치가 가슴이 텅 비어있는 것을 시위소찬이라 한다"

등록 2020.08.26 18:07수정 2020.08.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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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0. 24. 이시영 부통령이 ‘유엔의 날’ 기념식에서 만세 삼창을 선창하고 있다(왼쪽 프란체스카 이승만 대통령 부인). ⓒ NARA

 
이시영의 〈부통령 사임서〉와 〈국민에게 고함〉의 성명서에는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말이 거듭 나온다. 그의 심중은 이 '사자성어'에 압축되었다.

이후 한때 시중에는 '시위소찬'이란 용어가 유행되었다. 사전적으로는 "자기의 능력이나 분수에 어울리지 않게 높은 자리에 앉아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것"을 말하지만, 이 용어에는 사력이 깊다.

왕충(王充)의 『논형ㆍ양지편(量知篇)』에 나온다.

"벼슬아치가 가슴이 텅 비어있는 것을 시위소찬이라 한다. 소(素)는 공(空)이다. 헛되어 덕도 없이 있으면서 남의 녹봉이나 축내고 있기 때문에 소찬이라고 한다. 도예에 대한 능력도 없고 당시 정치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조정에 머물면서 일에 대해 말 한 마디 못하니 시동(尸童)과 다를 바가 없다. 때문에 시위라고 한다."

이시영의 역사적인 사임서의 작성에는 언론인 우승규의 도움이 있었다. (주석 9)

이시영은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홀대와 냉대를 당하면서도 전시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방위군사건, 거창민간인 대량학살사건, 괴벽보사건 등 이승만의 측근에서 저질러진, '전시정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과 이에 대한 이승만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정부에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당시 한 신문이 논평한 '3대사건'의 실상이다.

국방부와 국회와를 이간시키는 것과 같은 벽보사건, 허다한 부락민이 살해당했다는 거창사건, 제2국민병의 훈련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금액이 부정유용되었다는 국민방위군사건, 이상 3대사건은 그 어느 하나라도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으며 진상을 국민 앞에 명백히 하여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정부나 국방부를 믿고 총력을 경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중대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형의 반대의견이란 국가의 대외적인 체면을 위하여 불명예스러운 사건은 엄폐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수한 외국 정보기관은 이미 이러한 사건을 숙지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대외적인 체면 운운은 허울 좋은 이유에 불과하고 그 실은 국민의 눈을 가리자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주석 10)


이시영의 부통령 사퇴는 정부의 온갖 실정과 비리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이승만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었다. 이와 관련 한 신문은 사설에서, 부통령을 무위(無爲)케 만든 이승만의 독주ㆍ독선을 완곡하게나마 지적한다.

이 부통령은 그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는 그 사정을 〈국민에게 고함〉과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한에서 피력하였거니와 우리 정치가 민의에 부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그가 대통령을 옳게 보좌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그가 대통령을 옳게 보좌하지 못한 탓이라고 '솔직히 표명'하는 동시에 "모든 환경은 나로 하여금 더구나 무위하게 만들었다"고 한데 대에 그 요점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우리 정치가 부통령이 걱정하는 것처럼 위태한 것이라면 그 원인은 이시영씨의 '무능'보다도 "나로 하여금 더구나 무위케 만든" '모든 환경'에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시영 씨의 견해대로 이 환경이 무위케 만드는 그러한 환경이라면 어느 누구를 앉혀 놓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니 이시영씨가 그의 '무위무능'을 탄한 것은 염사로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이 환경은 개조하지 않는 한 우리 정치의 개선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동시에 이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주석 11)


주석
9> 한국신문연구소, 『언론비화 50편 : 원로기자들의 직필수기』, 705쪽, 1998.
10> 「국민 앞에 공개하라」, 『동아일보』 1951년, 3월 31일치 사설.
11> 『부통령의 사표』, 『동아일보』, 1951년 5월 12일치 사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성재 이시영선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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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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