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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혜택 그냥 두면 부동산대책 백약이 무효"

[인터뷰] '현장형 전문가' 장석호 공인중개사가 보는 부동산 대책

등록 2020.08.25 13:55수정 2020.08.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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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종합부동산세는 대한민국 개인이나 법인이 가진 모든 부동산의 합계를 계산해 그 금액이 일정 이상일 경우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부동산 소유자라면 원래는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갑자기 박근혜 정부 때 임대사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시작했죠."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시작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경제 개혁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대사업자 특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새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는 '현장형 전문가'다. 

장 공인중개사는 "박근혜 정부 때 종부세 합산배제 제도를 만들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몇 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종부세를 내지 않게 해줬다"라며 "예를 들어 600채를 보유하고 있어도 1채당 가격이 6억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을 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 방침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처럼 고가의 넓은 집보다 40제곱미터가량의 초소형 아파트를 압도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다"라며 "이런 아파트들의 가격은 6억원 이하가 많아 낮은 종부세율을 적용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을 하면서 부동산 정책 변화의 효과를 일선에서 직접 경험했던 그는 지난 2014년부터 시민사회단체, 국회 등을 통해 임대사업자 특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장 중개사는 "2018년 어렵사리 한 국회의원을 만나 '대한민국 1% 부동산 재벌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개선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장석호 공인중개사가 대표로 있는 경기 광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1시간45분간 이어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현행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쏟아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문재인 정부, 다주택자 세제 혜택 폐지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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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지난 2006년부터 공인중개업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때다. 당시 정부에서 낸 보도자료를 보고 부동산 정책을 분석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만 가려보고 싶었다. 부동산 정책을 정치성향에 따라 판단하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저는 촛불집회에 3번 빼고 모두 참석했었다. 당시 가장 강하게 나온 구호는 검찰·정치개혁이 아니라 경제개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문재인 정부가 경제개혁을 등한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특히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는 정부가 정말 제대로 할려고 했다면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을 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했어야 한다."

- 관련 정책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등장했다. 양도(매매)소득세를 100% 감면해주고, 종합부동산세마저 거두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임대사업은 조선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이런 식의 세제혜택은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때 처음 나왔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시행된 시점은 2015년이다."

-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변신해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비판이 많다. 

"당시 정부는 이렇게 집을 거래하고 임대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세제혜택을 줬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세부담률은 고작 2%대다. 일반사업자가 100만원의 세금을 낼 때 주택임대사업자는 2만원만 낸다는 뜻이다. 임대사업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하지만 지난 7·10 대책에서는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도 종부세율을 인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제혜택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다. 종부세율이 최대 6%로 정해졌는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소수기 때문이다. 여러 국회의원을 통해 받은 자료로 확인했다. 7·10 대책에 따라 종부세율 6%의 적용을 받으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부동산의 시가가 123억5000만원을 넘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특히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처럼 고가의 넓은 집보다 40제곱미터가량의 초소형 아파트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아파트들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낮은 종부세율이 적용돼 7·10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세제 혜택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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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임대사업등록을 한 주택 중 초소형 아파트 비율은 얼마나 되나.  

"우연히 광명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6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현황 자료를 보게됐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1012건 중 40제곱미터 이하, 평수로 따지면 15평 정도 되는 초소형 부동산의 경우 791건이었다. 전체의 78%가 초소형 아파트라는 얘기다. 40제곱미터 아파트 중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인 곳이 서울에 몇 군데나 있을 것 같나? 강남 빼고 없다."

- 이 자료는 어떻게 발견했나.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실을 통해 관련 자료를 요청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업을 하다 보니 시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데 우연히 경기도 광명시 홈페이지에서 발견했다. 지금은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임대사업자번호부터 부동산 물건의 소재지도 동·호수까지 정확히 나와 있다. 전용면적도 있고,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의 종류도 기재돼 있었다. 광명시도 국토부에 보고하기 위해 이런 자료를 만들었고, 실수로 홈페이지에 올린 것 같다. 다른 지자체 홈페이지엔 해당 자료가 없었다."

-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초소형 아파트 비율이 압도적이라면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가 실제 큰 효과가 없을 수 있겠다. 

"찾아보니 40제곱미터에 공시가격 6억 원이 넘는 주택은 딱 한 군데였다. 서울 개포동 대치성원아파트다. 40제곱미터의 경우 올해 6월 실거래가가 11억원이다. 2015년에는 4억3000만원이었다. 그러니까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가는 주택 자체가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에 대해 종부세율을 높이는 식으로  만든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그런데도 일부에선 7·10 대책으로 종부세가 10배나 오르게 생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하나. 

"종부세는 대한민국 개인이나 법인이 가진 모든 부동산의 합계를 계산해 그 금액이 일정 이상일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이다. 부동산 소유자라면 원래는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종부세 합산배제 제도를 만들어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늘린 게 문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지방은 3억원 이하 주택은 몇 채를 보유하고 있더라고 종부세를 내지 않게 해줬다. 이런 혜택을 아직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600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2015년에 임대사업 대상으로 등록하고 1채당 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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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사실상 가장 강력한 부동산 '부양' 정책이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규제를 가져다 쓴다 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나. 세제 혜택만큼 강력한 부동산 투자 유인책은 없다고 본다.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데 어느 사업자가 여기에 뛰어들지 않겠나.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선 가장 강력한 부양정책과 어정쩡한 규제책이 같이 공존했다. 금융규제라는 계란으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라는 바위를 친 셈이다. 결국 부양책이 이겼다."

"신도시는 대안 아니야, 다주택자 주택 시장에 나오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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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지난 정부에서 이어진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개선되지 못한 채 현 정부에서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2014년 이후 더 이상 나올 부동산 부양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사실상 모든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까지 낮췄다. 초저금리다. 남은 부양책은 딱 하나였다. 신도시 개발이다."

- 정부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 남양주, 하남, 인천 등 5곳에 3기 신도시를 짓기로 발표했다. 

"2018년 말로 기억한다. 이런 정책이 발표되기 전 기사들을 훑어보라. 모든 언론이 '조만간 물량이 많아져 전셋값이 폭락한다'고 난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2달 만에 집이 모자란다며 신도시 정책을 발표했다."

- 공급 확대는 필요하다고 보나.

"신규 택지 개발이나 재건축·재개발은 당장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없다. 3기 신도시만 해도 보상 등 수용절차와 공사와 입주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5년 이내 신규 분양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다주택자들이 등록한 주택임대사업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 정부 임기가 2년 남았다. 사람들은 집을 팔지 않고 기다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임대사업자도 마찬가지일 거다. 부동산 시장에선 여전히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저에게 권한이 있다면 차라리 종부세를 더 올릴 것이다. 최고세율을 6%가 아니라 10%까지는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납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 아닌가. 10%대로만 올려도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할 것이다."
#부동산 #710대책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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