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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위약금 천만 원... 결혼하기 너무 힘드네

정부 "최대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도록 조치"

등록 2020.08.21 18:39수정 2020.08.2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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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시민청 결혼식장 모습(자료사진) ⓒ 서울시청 시민청

 
"지금 취소하면 위약금만 천만 원이 넘는다."

오는 9월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박아무개(37)씨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다음달 5일과 6일에 결혼식을 앞둔 사람들은 지금 완전히 '멘붕' 상태"라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이달 30일까지만 해당이 돼 우리는 지침 적용 대상도 아니다. 업체도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다. 강행을 할지 연기를 할지 결정조차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 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예식업체에 계약금으로 400만 원을 걸어 놓은 상태다. 보증인원은 350명으로 정해놨다. 그러나 30일까지 유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봉착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지난 16일 자정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기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이에 따라 '50인 이상 결혼식' 역시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1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한국예식업중앙회에 소비자가 위약금 없이 결혼식 날짜를 연기하고 최소보증인원을 조정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한국예식업중앙회가 이를 수용해 결혼식 예정일부터 최대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예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할 경우 최소 보증인원을 기존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주 및 다음주 결혼식, 연기하거나 강행하거나... 두가지 선택 뿐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당장 예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당장 22일과 23일, 29일과 30일 사회적거리두기 강화기간 동안 결혼식을 예정한 예비 신혼부부들은 천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식을 취소하거나 강행 혹은 연기해야 하는 선택지만 놓인 상태다.

이 때문에 결혼식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예비 신랑과 신부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오는 30일에 결혼하는 신부"라고 밝힌 A씨는 "고민 끝에 미루지 않고 50명 규모로 가족들만 모셔서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예식을 강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3월 결혼식을 예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 번 미뤘다. 그런데 갑자기 또 재확산되니 허무하고 허탈하다. 문제는 다른 방도도 없다. 이미 연락도 다 돌린 상황이라 지금 결혼식을 미룬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혼식 연기'를 선택할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최대 6개월까지 그 기한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오는 12월까지, 그것도 비어 있는 날짜와 시간에 한해서만 연기를 허용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예식 연기나 취소 등으로 큰 손해를 본 상황에서, 내년까지 유동적인 상황을 이어가기엔 부담이 크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최대한 올해 안으로 행사를 정리하고 싶어 하는 것이 업체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예식을 준비했던 예비 신혼부부들은 결혼준비 인터넷 카페 등에 현 코로나19를 재확산 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신도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진짜 너무한 것 같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예비신부는 "독실한 종교인은 아니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여 여러 준비를 했는데 모든 것이 망가졌다"면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테러집단과 다른 게 무엇인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망쳐놓고 어떻게 저리 뻔뻔할 수 있느냐"라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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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시민청 결혼식장 모습 (자료사진) ⓒ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시가 제공한 <사회적 거리두기 온전한 2단계 시행에 따른 고강도 방역 강화조치>에 따르면 결혼식장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신랑과 신부, 양가 부모 및 직원들을 제외하고 하객수 기준으로 50명 미만이어야 한다. 식장에 입장하는 모든 인원은 전자출입명부 인증 또는 수기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또 신랑과 신부를 제외한 주례나 축가를 부르는 사람, 양가 부모도 모두 예외 없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확진자 발생 시 입원·치료비 및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 동작구의 한 웨딩업체에서 상담실장을 하는 전아무개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지침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지침을 모두 따를 수 있겠냐"면서 "300명 내외로 보증인원을 잡은 상태에서 갑자기 수를 줄이거나 무조건 연기를 하게 되면 업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 규모가 작은 웨딩홀의 경우 공간을 나눠 식사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예 결혼식을 진행하지 말라는 조치와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입장할 때 한 명 한 명 확인을 한다고 해도 기념사진 등을 찍을 때 마스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의 가이드를 현장에 최대한 신속하게 내리거나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결혼식 #코로나 #광복절 #서울시 #신혼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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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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