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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지구 생명체 멸종, 다음 차례는 언제일까

[김해동의 투모로우] 연재를 시작하면서

등록 2020.08.28 08:10수정 2020.09.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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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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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극과 남극의 온난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극지방의 고온화는 급작스러운 기후재앙을 만들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 unsplash

 
사람은 지구 대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체이다. 인간의 생존과 문명 수준은 주어진 기후 환경에 지배받는다. 인간의 삶에서 기후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저서로 헌팅턴이 1915년에 펴낸 <문명과 기후>를 들 수 있다. 헌팅턴은 이 책에서 어떤 지역의 문명은 그 지역의 기후조건으로 결정된다는 주장(기후결정론)을 했다.

이 기후결정론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서 식민지를 만들어갈 때 그들이 다른 국가를 침범하여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세우는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기도 했다. 좋은 기후환경에서 우수한 문명을 갖게 된 제국주의 국가들이 열악한 기후환경 탓에 문명이 낙후된 지역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진화론을 차용해 문명이 뛰어난 종족이 그렇지 못한 종족을 지배하는 것이 자연법칙에 부합한다는 억지였다.

5번의 대 멸종기

그렇지만 기후환경이 인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지구 생명체는 태양 자외선이 도달하지 않는 해양 깊은 곳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성층권 하부에 오존층이 생성돼 자외선이 그곳에서 제거되면서 더 많은 햇빛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육상으로 진출하였다.

하지만 대기의 상황이 언제나 육상생물들이 살아가는 데에 적합하도록 온순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 공간은 육상생물들이 살아가기에 가혹할 때가 많다. 지구의 긴 역사를 놓고 본다면 빙하기와 온난기(고온기)가 교차로 나타나 지구상의 생물들을 멸종시키기도 한다(지금까지 지구에는 5번의 대 멸종기가 있었다). 큰 기후변화가 발생할 때면 번성하던 대부분의 생물은 멸종하고 원생생물 수준의 생명체들만 살아남았다가 새로운 기후환경에서 다른 생태계로 변해갔다.

그뿐만 아니라 동일 기후 시대 내에서도 대기는 가뭄, 집중호우, 폭풍, 폭염 등으로 대기 중에 살아가는 생물에게 끊임없이 가혹한 상황을 만든다. 최근 사례로 2019년 연말에서 2020년 초에 걸쳐 호주에서 폭염과 가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형 산불을 들 수 있다. 산불의 여파로 많은 생물이 궤멸 수준의 해를 입었는데 그곳의 생태계는 어쩌면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회복하더라도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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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내뿜는 호주 깁스랜드 산불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으로 깁스랜드 환경당국이 1월 2일 제공한 사진이다. ⓒ 시드니 AP=연합뉴스

 
가혹한 기후환경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경우 기후변화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가 종말을 맞으면 된다.

다른 하나는 가혹한 기후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길이다. 이렇게 살아가려면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기후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건조한 사막을 서식지로 하는 선인장은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으려고 딱딱한 껍데기로 몸을 감싸고 산다. 날씨 변화를 예측해서 둥지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얻고 물난리를 피해 생명을 지키는 거미도 있다. 

사람들은 어떨까? 인간은 농업과 어업 등 기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활동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동식물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높은 지능을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

날씨 변화를 미리 알아내 대처하고자 하는 욕구가 예보 기술의 발달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의 기후를 생활에 최적이 되도록 바꾸려 한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겨울에도 원하는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겨울에 방한복을 만들어 활동 시간을 늘리게 된 것도 좁은 영역에서 기후조절에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상(기후) 조절은 여전히 일부 영역(소규모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강우와 안개 제거 정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상(기후) 조절 시도가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사는 실질적인 생활 공간과 비교해 기상(기후) 현상의 규모가 너무 커 인간이 동원하는 힘으로는 바꾸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항공기로 구름 응결핵을 뿌려 강수량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제거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걸 실현하려면 광범위한 하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동원하고, 동원된 비행기가 얼마나 긴 거리를 비행해 다녀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둘째, 기상 현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유효한 대책을 세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기상·기후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기상·기후 현상이 많다.

기상·기후학 분야에 어떤 문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느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이해하고 있는 일부의 지식뿐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규명된 지식 체계를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공부할 때는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면 현상을 전부 알게 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기후변화,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되어야
 

전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결석 시위를 이끌어낸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 그레타툰베리 인스타그램

 
실제로는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법이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구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을 함부로 성급하게 훼손하는 일이 두려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이 4대강 사업,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환경훼손을 가져왔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 현상 간에 상승 작용이 일어나 오히려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이런 이유로 서구 사회에서는 개발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 작업을 하고 수십 년에 걸쳐 토론을 한다.

기후변화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그래서 장래 기후변화의 문제가 더욱 두렵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두려움이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되어야 기후 비상행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앞으로 격주로 10주 정도에 걸쳐 기후와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지구 역사 속에서 지금의 기후와 자연생태계가 차지하는 위치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후 위기를 말하는 지금 아직도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되돌릴 시간이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다가올 기후 위기는 어떤 양상이며, 기후 위기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최근 북극과 남극의 온난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극지방의 고온화는 급작스러운 기후재앙을 만들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문제가 올 여름에 우리나라에도 현실로 다가왔는데, 그것이 장마철 물 폭탄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극한 기후가 현실로 다가오게 될까?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대응의 최종 수단이라고 일컫는 기후 조절, 기후 공학의 문제를 논의한다. 인류가 기후비상행동에 실패한다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기후 공학 기술의 도입이다. 그것이 내포하는 가공할 위험은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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