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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타임' 송시우, 인천 '잔류왕' 본능 되살린 환상 결승골

[2020 K리그1 17R] 최하위 인천, 수원 물리치고 2연승 행진

20.08.23 09:56최종업데이트20.08.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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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우 인천의 송시우가 수원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잔류왕' 인천이 수원을 잠재우고, 2연승을 질주하며 잔류를 위한 가능성을 높였다.
 
인천은 22일 오후 5시 30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7라운드 홈 경에서 송시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천은 2연승을 기록, 2승 5무 10패(승점 11)로 11위 수원(승점 14)와의 승점차를 3점으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11위 vs 12위, 외나무 다리서 만난 강등 전쟁
 
이날 맞붙은 두 팀 모두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성적 부진으로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수원은 이임생 감독, 인천은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수원은 주승진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이에 반해 인천은 조성환 감독 부임 후 2경기 만에 리그 첫 승을 신고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럼에도 인천은 갈 길이 멀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수원과 인천의 순위는 각각 11, 12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리그에 잔류하려면 최소한 11위로 마감해야 했다. 두팀 모두 지금까지 한 차례도 K리그2(2부리그)로 강등 된 적이 없다.

이날 두 팀은 6점차인 상황에서 만났다. 물론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진 않지만 만약 수원이 패할 경우 승점차는 사실상 한 경기로 좁혀진다. 수원으로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번 맞대결은 외나무 다리 승부와도 다름없었다.
 
승리가 절실했던 두 팀은 총력전을 펼쳤다. 변화의 폭이 더 큰 팀은 인천이었다. 인천은 지난 라운드와 달리 좀 더 공격적인 3-5-2 전형을 내세웠다. 아길라르를 전진 배치해 무고사와 투톱을 형성하도록 했다. 조성환 감독은 김도혁을 원 볼란치로 놓고, 김준엽과 지언학에게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했다. 
 
수원이 가동한 4-1-4-1 포메이션의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최전방 원톱으로 김건희 대신 타가트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고,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김민우는 왼쪽 풀백이 아닌 왼쪽 윙어로 올렸다. 또, 오른쪽 윙어로 임상협 카드를 꺼내든 것이 주요 변화였다.
 
수원 괴롭힌 인천의 역동적인 움직임
 
두 팀이 초반부터 거친 플레이를 펼치면서 파울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좀 더 다급한 쪽은 아무래도 최하위 인천이었다. 인천은 경기 초반 수비 라인을 대폭 상향 배치한 뒤 전방부터 압박을 가했다. 평소 수비적인 색채를 띠는 인천의 경기 운영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수원은 인천을 맞아 다소 고전했으나 15분을 넘어서며 서서히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인천은 아길라르의 볼 터치가 적은 점이 아쉬웠다. 인천에서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길라르에게 패스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지언학이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인천과 수원은 각각 골잡이 무고사, 타가트를 앞세워 슈팅 기회를 조금씩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날라온 크로스를 무고사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정확하게 맞지 않았다. 1분 뒤에는 타가트가 인천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며 시도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역동성, 압박의 강도 모두 수원보다 인천이 앞섰다. 중원에서의 세밀함은 떨어졌지만 빠른 오프 더 볼을 통해 수원 진영으로 넘어갔으며, 많은 활동량을 통해 수원의 전진을 저지했다.

수원은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정적이었다. 공을 잡은 선수들이 패스할 경로를 찾지 못해 멈춰서면서 템포 또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전반 내내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수원도 일사분란한 수비 블록을 형성하면서 인천의 슈팅 기회를 억제했다. 센터백 헨리가 무고사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전반은 소득 없이 0-0으로 마감했다.
 
적중한 조성환 감독의 용병술…송시우, 천금의 결승골 작렬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팀 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길라르를 후반 11분 만에 교체 아웃시키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아길라르 자리는 송시우가 대신했다.

수원의 주승진 감독 대행도 중원 장악을 위해 후반 13분 안토니스, 18분 최성근을 차례로 투입하며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바꿨다.
 
인천의 공격은 전반보다 더욱 풀리지 않았다. 수원은 헨리라는 거대한 벽이 버티고 서 있었다. 엄청난 피지컬을 활용해 공중볼을 대부분 따냈고, 무고사와의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답답한 흐름을 깨뜨린 것은 인천이었다. 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원이 방심한 틈을 타 재빨리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송시우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받은 송시우는 염기훈, 헨리를 모두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 골을 내준 수원은 더욱 공세를 강화했다. 주승진 감독대행은 후반 29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한석희를 투입했다. 그러나 수원의 파괴적인 공격 전개는 실종됐다.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한 수원은 미드필드를 생략한 채 긴 패스를 공급하는 공격을 가져갔다.
 
조성환 감독은 정동윤, 문지환을 넣으며 수비 강화에 주력했다. 수비 라인을 뒤로 형성한 인천은 더욱 투지 있는 플레이로 맞섰다. 다리에 쥐가 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인천은 후반 추가 시간 수원 진영에서 공을 소유하며 시간을 소진했고, 결국 승점 3을 챙겼다.
 

▲ 조성환 감독 인천의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3경기에서 2승 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감독 교체 이후 터닝 포인트, 본격 시동 건 인천의 잔류 본능
 
인천은 거의 매 시즌을 강등 위기에 선 채 시작했다. 인천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선 또한 '이번이야말로 강등될 것'이라고 여긴다. 인천은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강등권으로 추락한다. 이후 늦여름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타며 시즌 막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한다. 
 
올 시즌은 더욱 상황이 심각했다. 개막 이후 15라운드까지 무승 행진을 이어갔다. K리그1 최다 연패 타이기록인 8연패 수렁에 빠진 것이다. 결국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임중용 감독 대행 체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나긴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인천은 지난 7일 조성환 감독을 선임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과도 같았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이 지난 9일 15라운드 성남과의 감독 데뷔전에서 0-2로 패하며 인천의 강등은 사실상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11위와의 격차가 무려 9점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올 시즌 강등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지난 16일 열린 강호 대구와의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인천은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대구에서 인천 선수들의 투혼은 눈물겨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은수, 이준석, 김연수가 경기 중 차례로 부상을 당해 불필요하게 교체카드 3장을 모두 활용해야 해지만, 인천 모든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다. 특히 대구에 28개의 슈팅을 내주고도 온 몸을 던지며 만들어낸 승리라서 더욱 값졌다.
 
무엇보다 감독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성남과의 데뷔전에서 부임 이틀 만에 경기를 치른 탓에 기존의 스리백을 가동했다. 대구전에서는 포백으로 바꾸고, 강한 압박과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강조하며, 자신의 축구 색깔을 입혔다. 그리고 결과마저 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수원전은 다시 한 번 조성환 감독에게 시험대와 같았다. 이번 경기에서는 스리백을 가동하며 상대 맞춤 전략에 따른 유연성을 발휘했으며, 투톱으로 전환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아길라르를 한 칸 올리며, 무고사와 짝을 이뤘다. 여기에 기동력과 활동량이 많은 김준범, 지언학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해 자유도를 부여했다.
 
인천은 역동적인 플레이로 수원과의 중원 싸움에서 우세함을 보였다. 중원의 키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염기훈을 강하게 압박하며, 전진 패스 경로를 봉쇄한 것이 주효했다. 좌우 윙어 김민우와 임상협의 전진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이에 수원은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도혁이 스리백 바로 윗선에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도맡았고, 김준범과 지언학이 빠르게 종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윤활유를 더했다.
 
후반 초반 아길라르를 과감하게 빼고, 송시우를 투입한 인천 조성환 감독의 용병술도 적중했다. 송시우는 기대에 부응하며, 후반 24분 천금의 결승골을 작렬했다. 특히 올 시즌 K리그1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헨리를 개인기로 무력화시켰다. 고대하던 송시우의 올 시즌 1호골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송시우는 인천의 특급 조커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송시우는 팀이 어려운 순간 해결사로 등장했다. 이날 역시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는 특유의 세레머니로 '시우타임'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이번 골은 인천의 생존 DNA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한 경기였다.
 
지금까지 인천은 승리할 수 있는 기회에도 수비 불안, 뒷심 부족, 골 결정력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몇 주 사이에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다. 조성환 감독 부임 후 2승 1패를 기록, 11위 수원에 3점차로 다가서며 다시 리그 잔류를 위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17라운드 (2020년 8월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
인천 유나이티드 1 – 송시우 69'
수원 삼성 0
 
선수명단
인천 3-5-2/ 이태희/ 김연수, 양준아, 오반석/ 김준엽 (79'정동윤), 지언학, 김도혁, 김준범 (84'문지환), 강윤구/ 무고사, 아길라르 (56'송시우)
 
수원 4-1-4-1/ 양형모/ 장호익, 헨리, 조성진, 박대원 (58'안토니스)/ 이상민 (74'한석희)/ 임상협, 염기훈, 박상혁 (63'최성근), 김민우/ 타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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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원 K리그 송시우 시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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