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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지옥일 때 그대로 있어 보기

[서평]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

등록 2020.08.27 08:04수정 2020.08.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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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불안, 우울, 짜증, 화. 불쾌한 감정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겪는 코로나 우울증처럼 특별한 여건에 처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불쾌한 감정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제시하는 처방책 중 하나가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명상도 치유책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불안이 심하거나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에게 생각을 바꿔보라고 하면 더 불안해하거나 더 짜증을 낼 수 있다. 생각 바꾼다고 내 감정이 내 뜻대로 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살기 편할까. 생각을 바꾸려 해도 안 되니 더 불안하고 더 짜증이 난다. 호흡 명상도 그렇다. 감정 고통이 심한 사람은 호흡에 집중하기도 버겁다. 

신작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다르다. 우선 감정에서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 - 지긋지긋한 슬픔과 무기력, 우울에서 벗어나는 8주 마음챙김 명상. 마크 윌리엄스,존 티즈데일,진델 세갈,존 카밧진(지은이), 장지혜,이재석(옮긴이) ⓒ 마음친구

 
가령 아는 사람이 지나가길래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냥 지나쳐 기분이 나쁘다. 이 상황이 기분을 나쁘게 한 게 아니다. '저 사람이 날 무시했다'는 생각이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이다. '바빠서 날 못 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면 기분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생각이 중요하다.

그러나 생각의 역할은 여기까지. 저자는 생각이 중요하니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라고 주문한다. 

싫은 그 감정을 그대로 둬보라
 
어느 날 한 일꾼이 우유가 가득한 양동이를 엎지르고 말았다. 호스로 물을 뿌려 엎질러진 우유를 씻어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그때 지나가던 농장주가 일꾼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문제는 이것이네. 엎지른 우유에 물이 섞이면 온통 우유처럼 보이지. 우유를 한 동이 쏟았다면 두 동이처럼 보일 테고, 두 동이 쏟았다면 세 동이, 네 동이처럼 보일 걸세. 이때는 쏟은 우유에 물을 뿌리지 말게. 일단 쏟은 만큼 우유를 그냥 흘려보내게. 그런 다음 호스로 물을 뿌려 깨끗이 씻어주게."

기분이 나빠지거나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면 그런 기분, 그런 감정을 없애려고 온갖 생각을 한다. 위에 나온 이야기는 바로 이때, 즉 나쁜 기분을 없애려고 생각을 할 때 기분이 더 나빠지는 원리를 보여준다. 

누군가와 다퉈서 감정이 상했다면 상대방이 잘못해서 이렇다는 등 상한 감정에서 자신을 구해줄 생각을 끊임없이 찾아서 한다. 쏟은 우유에 물 붓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싫은 그 감정을 그대로 둬보라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싫은 느낌을 고스란히 느껴보라는 것이다. 가렵다고 긁으면 더 가려워지듯이 기분 나쁘다고 그 기분을 만지작거리면 더 기분이 나빠진다(비틀스의 명곡 렛 잇 비(Let it be, 그대로 둬라)도 같은 메시지다).

물론 싫은 감정 상태로 있기가 쉽지는 않다. 몸부터 싫다고 반응을 한다. 열이 날 수도 있고 속이 답답할 수도 있다. 근육이 긴장되어 몸이 뻣뻣해질 수도 있다. 호흡이 가팔라 숨쉬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때도 그런 몸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이 상태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런 상태는 나쁘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지 몸의 느낌, 몸의 상태 자체는 생각과 달리 별일이 없다. 

그대로 느끼고 있다 보면 그 상태가 지나갈까. 쏟은 우유 사례처럼 괴롭다는 생각,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더 뿌려대지 않는다면 싫은 감정이라는 쏟은 우유는 곧 흘러가 사라진다. 만일 이 상태가 안 지나간다면? 여기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도약을 해야 한다.
 
불쾌한 신체 감각을 회피하지 않는다. 불쾌감에 관한 생각으로 그것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신체감각과 함께한다.

저자는 "불쾌한 감정을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품어 안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강력한 행동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순간에서 벗어나겠다는 목적 지향이 아니라 단순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머무는 것, 그것만이 할 일이다. 

지금 이 상태 말고 다른 상태?
 

감정은 만지면 만질수록 커진다. ⓒ pixabay

 
부처는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인생이 고통인 이유는 '끊임없는 불만'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상태를 갈구한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감정 말고 다른 감정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못 만나는 요즘, 사람들만 다시 만난다면 정말 즐거울 거라 상상하지만 아마도 사람들을 만난다 해도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내 다른 즐거움을 갈구할 테니까.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문제가 없다.

이 책에는 지금 여기 어떤 분별도 하지 않고 머무는 연습법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머릿속의 세상에서 나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살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울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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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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