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님께... 제가 원하는 우리나라는요

책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읽고 씁니다

등록 2020.08.25 11:00수정 2020.08.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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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곳에서 평안하십니까? 이곳은 평안하지 않습니다. 온 나라가 전염병으로 불안해하고 있고, 이상기후로 많은 이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만 갑니다. 우울한 나날을 지나고 있는 요즘, 선생님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다시 펼쳐 읽습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김구(원작),이주영(글) ⓒ 현북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하셨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며 그것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장 부강한 나라를 꿈꿨나 봅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번지르르한 사회에서 오로지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며 항상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참다운 인간을 만든다'는 교육의 숭고한 가치는 물론 '아픈 자를 치료한다'는 의료인의 근본적 가치까지도 자본의 욕망에 의해 변질된 슬픈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모든 인간을 진리 안에서 올바른 길로 이끈다'는 종교의 진리적 가치마저도 자본권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조종되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환난 가운데 있습니다. 

최고의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우리 민족의 개개인은 이기적 개인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지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되, 짐승들과 같이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자유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라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정의, 자유주의자들이 외치는 정의(Justice)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지만 공동체의 선을 주장하는 정의는 진심으로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그 공동선조차도 그것을 외치는 자의 의도와 그 배후를 들여다보면 그 역시도 타자를 억압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음을 경험합니다. 정의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가는 것이고 집단적으로 사용될 때 이미 정의는 없다는 것을 작금의 상황은 증명해주는 듯합니다.

제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시민이 정치 위에 있는 나라'입니다. 생각의 무능에서 깨어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의 힘과 그 배후에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세력들에게 저항하는 나라입니다.


한 번으로, 한 사람으로는 하기 힘든 일들을 시민 모두가 연대하여 한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비록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벗어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 허상을 직면하고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며 그것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할 수 있는 저력 있는 시민이 주인인 나라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러셨지요?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진다면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선생님의 그 바람에 제 작은 소망 하나 더 보태겠습니다. 우리 깨시민이 다 이 마음일진대 어찌 안 이루어지고 배기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원하셨던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어진 향기를 발하는, 불행하려 해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해도 망할 수 없는' 그런 나라를 만들도록 더 정진하겠습니다.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십시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 김구의 <나의 소원>을 이주영이 풀이하고 글 쓰다

김구 (원작), 이주영 (글),
현북스, 2015


#정의 #공동선 #공동체의 선 #자본주의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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