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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9년차, 믿을 만한 지도부집단 형성돼"

[인터뷰] 북한 전문가 박종철 경상대 교수 "북 지도부 집단토론 증가, 김정은 체제 강화"

등록 2020.08.25 10:37수정 2020.08.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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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원·리만건 보고받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리만건 전 조직지도부장이 일어서 있고 김 위원장이 이들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 조선중앙TV화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북측도 의사결정구조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이라든가 지도부의 집단토의도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김일성-김정일주의 하의 '수령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9년차에 상당히 믿을 만한 지도부 집단이 형성되었고, 어느 정도 집단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중국 문제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가 내놓은 견해다.

지난 20일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 등에 권력을 위임했다"고 설명해 관심을 끌었다. 

박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정부와 당의 회의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며 "당대표자대회, 전원회의, 중앙위원회 회의 등에 대한 보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과정에서도 북측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의결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박 교수는 "2014년 10월 연변대의 두만강포럼에서 김일성대 법대의 강좌장(학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대외경제법 전공인데, 자신이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법안을 만들고 협상을 하고 대의원들을 설득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측에서는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에서 집단토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집단지도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행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말하면 김정은 지도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의 민주국가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지만, 그 전까지 분야별로 정책결정과정에서 여러 정치인과 각료, 청와대 비서진의 토론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종철 교수와 지난 21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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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 ⓒ 박종철

 
- 북측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실현가능한 상황인가?
"공산주의 국가는 당내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주집중과 인민독재를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당 고위층 사이에 민주적인 집단토론, 즉 집단지도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과 중국혁명 과정에서 전쟁과 혁명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실제 강력한 1인의 지도력이 필요했다. 당내 민주화와 집단지도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1956년 2월 소련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스탈린 격하를 하면서 사회주의 각국의 개인숭배와 독재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가 당정이 일체화되어 있는 독재였는데, 당정을 분리하려고 했다. 소련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형식적으로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 도입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일성은 오히려 권력을 강화하며 집단지도체제보다는 수령제 사회를 강화하였다. 중국도 실제로 덩샤오핑 사후 집단지도체제가 강화되다가 최근 시진핑 지도부에서 1인 지배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 공산당만이 당내 민주화와 집단토론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베트남 공산당은 중국과 북한의 당국가 시스템의 민주화 부분을 상당히 비판하고 있다."

- 북측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개최하는데?
"2016년 5개년 전략계획이 실패한 것을 인정한 것과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길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하는 기회를 삼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과 협상 실패에 따른 제재 지속과 코로나19 등 자연재해로 인하여 계획이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여러 차례 인정을 했다고 본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없는, 솔직한 정치 스타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열린 교육'을 받은 영향으로 보여진다.

북은 트럼프 2기와 바이든 당선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분석이 된다. 단기적으로 미국과 핵협상과 문재인 정부 내에서 남북 정상합의의 실천을 비관적으로 분석하고, 북중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을 한다. 정면돌파 전의 핵심은 단기적으로 '핵이 있는 빈곤한 조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좌초 위기에 있다. 10월까지 2018년 남북정상합의의 실천방안 로드맵을 만들어서 신임외교안보라인이 미국 공화당, 민주당, 북측과 물밑 접촉을 해애 한다."

- 현재 북측의 식량 상황은 어떻다고 보는지? 
"김정은 시기 식량 총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 시기 식량 상황에 대하여 매년 춘궁기만 되면 식량위기, 시진핑의 대규모 지원, 심지어 아사자 등을 주제로 하는 선정적인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와 남측의 공식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은 비교적 일관되게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과 세포등판, 비료공장 등을 방문한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고기식당이 증가하고 농업과 축산 상황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WFP와 미국의소리 등에서 일부 지역에서 식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이 공식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전방위적으로 기초적인 인민경제를 타깃으로 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코로나19라는 구조로 인하여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는 여러 저소득국가만이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일시적 배급망 붕괴로 생산 지역이 판매를 하지 못하고, 도시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도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는 추론은 비논리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가 중국에서 북한 학자와 학술회의에서 토론을 하고, 북중 국경을 답사하고, 로동신문을 종합해보면, 김정은 시기 다양한 농업 개혁조치로 인한 지속적인 식량과 비료 증산(약 100만톤)이 있었고, 국경에서 수백 개의 방목을 하는 소규모 축산농장이 증가했고, 식량 공급 관리에 매우 체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할 수 있고, 더불어 북한을 여행한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동일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 더 설명하면.
"북한에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굶는 사람이 줄어들고 일정 정도 식생활 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식량 총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즉, 평양이나 라진, 신의주 등 시장화가 진행된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은 장마당을 통해 식량공급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산간지역이나 경제가 후퇴한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주장이 맞다고 평가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 수준의 대부분의 국가의 거버넌스의 문제점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격차가 심각한데, 중앙정부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년간 식량총량이 상당히 증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 여전히 식량의 절대치가 부족하고, 둘째, 체제이행과정에서 저개발 국가의 특성이라고 볼수 있는데, 중앙정부의 거버넌스 능력에 한계가 있고, 셋째, 체제 이행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북한이 직면한 딜레마는 사회주의국가들이 경험한 이행과정과 저개발국가들의 구조조정, 이 2가지 복합의 이행과정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비교경제학이나 개발경제학적으로 접근해 보았을 때도 북한만 겪는 아주 독특한 사회경제적 현상이 아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와 같이 1인당 GNP 1400불 이하의 국가에서는 빈부격차는 전형적인 사회경제 현상이다."

- 최근 북측의 큰물 피해는 어떻게 보고 있나?
"매년 동일한 홍수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김정은 시기 제방공사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하면서 매년 피해의 정도는 줄어들고 있다.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지역별 피해상황의 격차가 상당히 심할 것으로 본다. 매일 복구현황을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하고 있는데,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본다. 더불어 코로나19상황으로 개성, 큰물로 곡창지대 황해도 등이 큰 피해를 보았다.

조선신보 보도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일절 외부를 지원을 받지 말라고 했다. 427판문점 정상합의와 919평양 정상합의의 4대 분야를 실천하기 전에는 다른 작은 규모의 원조를 받는 것을 자제하라는 지시로 보여진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을 희망하고 있는데, 남북 협력보다는 북중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남측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이후 특별한 변화를 읽을 수는 없다. 남북이 중국을 경유한 소규모 물물교환도 잘 되지 않고 있다. 5.24조치와 안보리결의안 그리고 국제법과 상식을 넘어서는 다양한 제약이 있다. 최근 코로나19와 제재 하에 북중, 북중러 사이에 철도, 도로가 증가하고 있다.

6월 위기는 북측 입장에서 남북정상합의의 실천을 하라는 무력시위였다고 본다. 한동안 미대선전 10월 옥토버 서프라이즈(깜짝쇼)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미 대선 상황을 본다면, 미국 국내 경제 혹은 코로나 상황, 아니면 중국 때리기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략을 짜고 있다.

한반도가 우선순위에서 나오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2018년도 평창올림픽때와 같이 북, 미 각각에 합의이행과 새로운 대화방안을 창조적으로 제출하지 않는다면, 북미 양측이 직접 창조적 해법을 마련하고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현재 상황이 내년까지 교착화된다면, 2022년 3월 대선까지 질질끄는 힘겨루기 상황이 지속되다가, 남북관계는 차기 대통령의 아젠다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북한은 핵농축을 최대한 강화하고 핵탄두를 증가시키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미사일 성능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측은 미중 전략경쟁이 신냉전으로 돌입할 수 있도록 부추기며, 핵보유국이 되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부터 10월 25일 70주년 중국인민지원군 참전일까지 다양한 군사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0월 25일은 미중 전쟁의 개시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10월 깜짝쇼가 북측 입장에서 미 대선 판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략무기 소개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2017년과 같이 전쟁직전으로 한반도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노이 결렬 이후 중단된 북미, 남북 대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임외교안보라인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하여 10월 이전에 북-미, 남-북에 제안할 필요성이 있다."
#김정은 #김여정 #박종철 교수 #남북연락사무소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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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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