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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마음'에서 일 잘하는 법 대신 배운 것

[에디터만 아는 TMI] 시민기자가 기획하고 12년차 편집자가 쓴 에세이

등록 2020.08.26 17:14수정 2020.08.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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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편집자말]
한 온라인 서점에 '편집자'를 검색하면 총 255건의 상품이 있다고 나온다. 같은 검색창에 '편집기자'를 넣어 검색해봤다. 오, 이런. 껄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총 0 건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

솔직히 0건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편집기자가 그렇게 인기없는 직종이었던가! 그제야 검색 조건을 보니 '제목, 저자, 출판사, ISBN'이 체크되어 있었다. 아무렴, 그럼 그렇지. 검색 조건에 '태그'를 넣어 다시 검색해봤다. 오, 이런. 다행히 '총 32개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라고 나왔다. 이번엔 목차, 주제어까지 넣어서 검색해봤다. '총 32개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 결과는 같았다.

2003년 내가 처음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 일을 하던 시절, 이 일을 배울 곳은 딱 한 군데뿐이었다. 오로지 회사 그리고 회사 선배들. 세상에 많은 편집기자가 있겠지만, <오마이뉴스>처럼 일반 시민이 쓴 글을 기사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여기 말고 어딘가에 또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다.

그래서 우리끼리 이런 농담을 했더랬다. "대체 이 일을 배워서 다른 데 어디 가서 써먹냐고요"라거나 "오래 일하면 뭐 하나, 다른 데서 써먹을 수가 없는데..."라는 씁쓸한 이야기. 그러니 우리는 절대 이직 못 한다고, 이직해도 '신입밖에 못 할 거'라고 허탈하게 웃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2, 3년차 때인가? 외부에서 교육을 받긴 했다. 한겨레신문문화센터 교정교열 수업이나 지금은 한겨레 신문 오피니언 부국장인 고경태 기자가 진행한 '편집기자 실무학교' 같은 강의였다(언론재단에서 하는 기자 재교육도 한 번씩 있었던 것도 같다).

특히 고경태 기자 강의는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고 유용했다. 그의 경험과 앎이 귀해서 강의 내용을 꼭꼭 씹어먹었더랬다. 그가 낸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회사 밖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편집기자 일을 듣고 배운 시간이었다.

기사만 보는 게 편집기자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 기획하는 사람이 편집기자라는 것, 필요하면 편집기자도 직접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 또 외부 필자와는 어떻게 소통했는지 등등의 이야기. 회사 안에서 듣는 것과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봤자 강의는 몇 주였다. 그걸로도 성이 차지 않았다. 편집부라는 한 부서에서만 오래 일해서였을까. 회사 안에서만 편집기자 일을 배우는 건 한계가 있었다. 

편집기자와 편집자 사이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였다. 2009년에 처음 나왔으니, 내가 7년 차쯤 되었을 때 본 책이다. 책 속에 있는 편집자들이 나 같았다.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차이라면 편집자들은 책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고, 나는 기사가 되게 만드는 사람 정도랄까.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자와 의견을 나누고, 지난한 과정을 통해 책으로 만들어지는 그들의 일에서 내 일이 보였다. 

그 후로도 나는 종종 편집자들이 직접 쓴 이야기에 괜히 마음이 갔다. 내 동료가 쓴 것처럼, 은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곁에 두고 읽고 읽었다. 그중에 하나라도 내 일에 적용해 봐도 될 게 있으면 잘 가지고 있다가 일할 때 써먹었다. 기사를 고칠 때, 시민기자들을 대할 때, 기획할 때. 그들의 이야기는 나만 혼자 아는 비법 같은 거였다.

'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지은이) ⓒ 더라인북스

 
그래서다. 12년 차 출판 노동자 이지은 편집자가 쓴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게다가 이 책은 1인 출판사 더라인북스에서 냈다. 프리랜스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함혜숙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대표인 곳이다. 함 시민기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연재기사 '책이 나왔습니다'에 자신이 펴낸 책의 출간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썼다. 
 
"나는 출판사에 다니며 체계적으로 편집을 배운 게 아니라서 늘 배움에 목말랐다. 편집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제일 먼저 찾을 수 있는 선배는 책이었다. '출판과 편집'과 관련된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으며 출판 관련 세미나나 강좌를 들었다."

뭐야, 이거 내 이야기잖아. 나 역시 편집기자 일을 미리 배우고 입사한 게 아니라 늘 배움에 목말랐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정체되고 있는 건지, 성장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늘 안절부절못했다. 그래서 강의를 찾고 책을 찾아 읽었다. 불행이라면, 편집자 책은 언제라도 손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었지만, 편집기자 일, 특히 나처럼 일하는 사람의 글은 찾기가 어려웠다는 거다. 온라인 서점에서 '편집기자'로 검색한 결과가 증명하듯.    
 
"편집자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번역가의 삶과 비슷했다. 저자나 원작보다 앞에 나설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편집자의 삶과 편집의 세계가 더 궁금해졌다. 더 자세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편집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 보고 싶었다."

편집자들을 보면서 편집기자인 내가 생각했던 걸, 프리랜서 번역가인 함혜숙 시민기자도 비슷하게 여겼다는 게 신기했다. 일의 영역이 다른데, 같은 지점에서 공감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일이란 게 내 구역, 네 구역 정해 놓고 정확히 금 그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니구나. 내 일의 범위가 한뼘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다  

함혜숙 시민기자는 '이 기획의 출발은 순전히 나를 위한 책을 만드는 거였다. 편집에 문외한이었던 나를 위한 지침서를 갖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고백을 따라 그 지침서를 한 자 한 자,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한 번 읽고, 또 읽었다. 두 번째 봤을 때, '이전에는 왜 못 봤지?' 싶었던, 꼭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도 발견했다. '책 만들기 시작은 공감하기'란 제목의 글에서였다. 
 
"앞서 편집자는 편견 없는 사람, 상대를 헤아리고 살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관심과 공감,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신입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있다. 바로 원고 검토서에 원고의 단점만 나열하는 것이다. 이 원고의 어디가 별로고, 어느 부분이 문제라고 A4 용지 가득 채워 놓은 보고서는 작성자를 뿌듯하게만 만들 뿐 실무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독자는 그리해도 된다. 그러나 편집자라면 보고서에 '이 날 것을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낼지' 고민한 뒤에 구체적인 방안을 적어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원고가 하는 말에 공감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게 먼저 아닐까?" <편집자의 마음>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이 문장에서 '편집자'가 들어가는 자리에 '편집기자'를 넣고, '원고(혹은 책)' 대신 '기사'를 넣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기사로 처리하지 않은 몇 편의 글들에 대해 혹시 내가 단점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좀 더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한참을 생각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보고' 배우는 거다. 저자 이지은 편집자에게 한 수를 배웠다. 편집자가 아닌 나에게도 충분히 좋은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돌아서다 생각한다. 어디 원고만 그럴 일인가.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렇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공감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게 먼저 아닐까' 이 말이다. 쓰고 보니 일이 아니라 삶을 배웠구나. 

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 (지은이),
더라인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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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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