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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떠나보낸 모녀의 슬픈 선택, 그럼에도 위로가 되는 건

[미리보는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가 전한 깊은 감정들

20.08.26 13:25최종업데이트20.08.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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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관련 사진. ⓒ 아우라픽쳐스

 
살면서 우린 여러 종류의 슬픔을 경험한다. 어쩌면 기쁘고 행복한 일보단 우리 주변에 슬프고 힘든 일이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종종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과연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내야 할까.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한 가족의 슬픔을 다루고 있다. 작품은 아빠의 극단적 선택 이후 파편화돼 버린 두 모녀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슬픔을 대하고 어루만지며 극복하는 법을 보이고자 한다. 

선유(조서연)는 이제 막 사춘기 초입에 들어섰다. 한창 호기심도 많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에 아빠의 죽음을 겪는다. 따뜻하게 품어주던 엄마(양소민)도 불안해 보인다. 위태롭게 생계를 이어가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선유는 꽤 일찍 철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보단 엄마와 주변 사람의 감정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 됐다.

형편이 어려워진 두 모녀는 시어머니와 친인척의 편견 어린 시선을 피해 유흥가 오피스텔촌으로 이사하지만 나름 꿋꿋하다. 영화는 가장 노릇을 어떻게든 해내려 하는 엄마와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미묘한 감정 갈등을 겪는 선유를 교차로 제시하며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관객에게 내놓는다.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관련 사진. ⓒ 아우라픽쳐스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관련 사진. ⓒ 아우라픽쳐스

 
사실 소재 자체로 보면 <나를 구하지 마세요>가 특별한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어려움과 갈등을 짚었는데, 그것을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원치 않은 아픔을 겪은 선유를 알게 된 정국(최로운)의 태도 변화에서 뜻밖에 위로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사실에 절망한 두 모녀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이 진심을 품은 타인에게서 나온다. 친척과 가족조차 해내지 못한 어루만짐을 낯선 이가 하게 되는 흐름에 내심 진정한 위로는 곧 진심이라는 정언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연출을 맡은 정연경 감독은 2011년 <바다를 건너온 엄마>라는 단편으로 이미 아이의 시선에서 모성과 가족을 관찰한 바 있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관점을 달리해 그간 감독이 생각하던 위로의 본질을 파고든 결과로 보인다.

서사적 약점에도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등장인물의 감정 흐름을 설득력 있게 포착했다. 이 역시 진심의 힘일 것이다.

한줄평: 진심을 속이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탁월한 순간들
평점: ★★★☆(3.5/5)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관련 정보

감독: 정연경
출연: 조서연, 최로운, 양소민
제작: 아우라픽쳐스
배급: 리틀빅픽쳐스
러닝타임: 97부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9월 3일
 







 




 
나를 구하지 마세요 강촌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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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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