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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6년 만에...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11명 재심 결정

창원지법 마산지원 "재심 사유 있다" 판단 ... 검찰이 받지 않으면 항고 등 절차 거쳐야

등록 2020.08.26 18:20수정 2020.08.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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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 윤성효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법원에 낸 '재심사건'의 개시 결정이 6년 만에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류기인‧황정언‧정수미 판사)는 권아무개(1908년~1950년)씨의 유족들이 낸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 신청'에 대해 개시를 결정했다. 유족들은 26일 결정문을 받았다.

'경남유족회' 회원들인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난 뒤인 2014년 법원에 재을 심신청했다. 유족 14명은 3명의 변호사를 통해 각각 재심신청을 했고, 이들 가운데 11명이 받아들여졌다.

학살 피해자들은 1948년 7월 제정된 '국방경비법'에 따라 사형이 집행됐다.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는 1950년 8월 이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고, 마산육군헌병대가 집행했던 것이다. 국방경비법은 1962년 폐지좼다. 

학살 피해자들은 국민보도연맹원들이었다.

유족들은 "피고인들은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됐고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근거가 없는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됐다"고 말했다.

재판부 "피고인 불법 체포·감금 당해... 재심 사유 있다"


재심사유 존재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마산창원지역에 거주하던 국민보도연맹원이었고, 1950년 7월 소집에 따라 시민극장에 간 이후 행방불명됐으며, 한 달 이상 마산형무소에 수용돼 있었고, 체포와 구금에 관한 영장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과 군 관련 자료 등 공식적인 문서를 방대하게 조사했으나 영장의 존재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고, 영장이 발부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기록도 없다"며 "피고인들은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경찰 등 공무원의 불법 체포·감금은 제헌헌법과 옛 형사소송법의 인신구속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행해진 것으로, 구 형법의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구 국방경비법'과 관련해 재판부는 "이 법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영장 없이' 감금 또는 금족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그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경찰 등 공무원들이 피고인들을 불법 체포·감금함으로써 직무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확정 판결을 대신할 정도로 증명됐으므로 재심 대상 판결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재심을 개시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이 권아무개씨 등 11명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재심 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고(고등법원), 재항고(대법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판부는 지난 6월 26일 이들에 대한 재심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첫 재판을 열었고, 이번에 결정문을 낸 것이다.

유족 측 변호인 "한 풀기 위한 첫 단추 끼워져"

권씨 유족 등 5명을 대신해서 재심을 신청했던 박미혜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고, 재항고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이번 재심개시 결정이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스무 고개 중에 한 고개를 넘겨, 첫 단추가 끼워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개시 결정을 검찰도 받아들여 재판으로 진행이 된다면 다른 사례에서도 보듯이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절차적으로 남아 있지만 누명을 벗는 게 한 걸음 더 다가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지난 2월 14일 노치수 창원유족회장을 비롯한 5명이 낸 재심사건과 관련해 학살 피해자들에 대해 '국방경비법 위반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민간인학살사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경남유족회 #국방경비법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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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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