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여든넷 엄마가 제안한 2만km 순례길, 그 감동의 여정

[미리보는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개인의 기록이자 모두의 울림

20.08.27 11:35최종업데이트20.08.27 11:35
원고료로 응원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인생의 깨달음이 시급할 때가 있다. 원인이 무엇이 됐든 인생을 돌아본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여든넷, 어쩌면 인생을 달관할 나이로 생각되는 한 노인이 청춘들에게도 험한 2만km 순례길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은 온전히 한 사람 개인의 기록이자 로드무비다. 주인공은 바로 감독의 어머니인 이춘숙씨다. 아들이 2014년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랫동안 품고 있던 순례의 꿈을 넌지시 제안한 게 시작이다.

여든넷이면 분명 노구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정이 육로이고 도로 또한 상태가 좋지 못한 오지 탐험과도 같은 순례를 왜 감독은 받아들였을까. "그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래 걷고 싶었다"는 영화 속 자막이 묘한 울림을 준다.

주인공인 이춘숙씨는 1960년 당시엔 희귀했던 여성 공무원이었다. 나름 신여성으로 불리며 농촌 계몽 활동부터 각종 교육 사업에 참여해 온 그는 서른일곱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자식을 키워왔다. 사계절에 반응하고 꽃과 나무에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은 억척스럽고 고집만 남은 노인이 아닌 여전히 사물에 마음이 열려 있고 자연과 소통하려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그래서 감독 역시 어머니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순례길 자체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겠지만 거기서 본인 또한 히말라야 때와 다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카일라스는 불교 세계관에 존재하는 일종의 수미산(세계의 중심에 솟아 있다고 하는 상상의 산)이다. 불교 신자인 이춘숙씨는 크고 작은 일에 '아이고 부처님!'을 외칠 정도로 불심이 깊다. 그런 그가 유독 카일라스에 가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남편을 포함해 너무도 빨리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여느 로드무비처럼 <카일라스 가는 길>에도 난관과 감동의 순간이 교차한다. 꽤 튼튼한 신체지만 나이로 인한 여러 어려운 순간이 등장하고, 그런 그를 신기하게 혹은 따뜻하게 바라보고 다가오는 여행자들의 모습도 나온다. 아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금세 친해지는 이춘숙씨를 보고 있자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사막 한가운데 놓인 석상에 눈물 흘리고, 정상에 이르렀을 때 만난 강풍에 온갖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나이를 떠나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렇다. 신체의 젊고 늙음보단 인간의 나약함은 대부분 정신에서 나온다. 못된 생각, 이기적인 생각, 혹은 남을 해하려는 생각 등. 이런 각종 잡념을 한 노인이 어떻게 이겨내고 중화시키는지도 영화를 감상하는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줄평: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녀의 당찬 순례길
평점: ★★★☆(3.5/5)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관련 정보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제작: 빅트리
제공 및 배급: 영화사진진
러닝타임: 89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0년 9월 3일
 



 
카일라스 가는 길 티베트 순례길 다큐멘터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