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8 14:34최종 업데이트 20.08.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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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서울,경기 지역의 확산이 폭등하고 사회적거리두기 2 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텅빈 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야하는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3월에서 5월 사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시행했던 고강도 봉쇄에서 '이동의 자유' 정도만 허용하는 수준의 강력한 제약이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를 둘러싼 의문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테면 '코로나19에 돌연변이(변종)가 생겼을까?', '돌연변이는 전염성이 더 높을까?', '증상의 심각성이나 치명율에도 영향을 미칠까?'와 같은 것들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던 바이러스에 비해 확산율이 높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호주나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최근 확산 중인 코로나19 계열이 돌연변이를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주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뉴스의 근원은 7월 초 <셀>지에 실린 논문이다. 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SARS-CoV-2) 중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형을 일으키는 G614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주가 지난 3월과 5월 사이 유럽과 미국을 등에서 주로 발견됐고, 이것이 감염력도 더 큰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였다. 이후 <워싱턴포스트>나 <비비시>(BBC) 등 외신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전 세계로 알려졌다.

전염성 높은 코로나바이러스 돌연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형태로 생체정보(Bioinformation)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복제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데 이때 일정 비율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이는 어떤 문장을 옮겨 적으려고 타자를 치다가 오타가 나는 것과 비슷한데, RNA나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더러 일어나는 일이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는 비교적 '오타율'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더라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일정한 비율로 자연히 얻은 돌연변이를 축적하게 된다.

새로 생긴 돌연변이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다 보니 각각의 돌연변이가 어느 지점에서 생겼고, 어떻게 번졌는지를 계통도처럼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의 이동과 유입을 알아내는 데 유용한 정보다. 이때 서로 다른 돌연변이로 이루어진 각각의 가계를 바이러스주라고도 부른다.
 

위 그래프는 1월 11일부터 5월까지 전 세계 확진자들 일부에게서 채취해 시퀀싱한 유전자형을 D614와 G614로 비교해 그 발현 빈도를 본 것이다. 초기 바이러스인 D614 (주황색)가 주를 이루다가, 3월 이후로 돌연변이형인 G614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아래 그림은, 이 G614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과, 그것이 감염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Korber et al. 2020

 
위 논문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바이러스의 계열 대부분이 G614 돌연변이형이었으며, 각 지역에서의 확산 양상을 봤을 때 초기 중국 우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D614 감염이 점차 G614형으로 바뀌어 갔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G614 돌연변이형이 D614에 비해 전염력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G614에 감염된 환자들이 D614에 감염된 환자들에 비해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의 농도(이른바 바이러스 로드)가 높다는 것과, 세포 실험에서 G614형이 D614형에 비해 감염을 더 많이 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G614형에 감염된 환자들이 더 높은 바이러스를 내뱉어 같은 조건에서 전염력을 높일 것'으로, 또 'G614형의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D614에 노출되었을 때에 비해 세포 내 감염이 더 쉬울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가능한 해석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같은 호 <셀>지에 실린 다른 논문 "돌연변이 이해하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D614G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지가 않다"에 이 같은 반박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다.

돌연변이 전염력에 대한 반박

위 논문에서 학자들은 SARS-CoV-2의 특정 변이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전이' 되거나 '증상을 더 악화'시키거나 '치명율을 높이는가'의 문제에 대해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봤다. 특정 돌연변이를 가진 바이러스주의 발현 빈도가 높아지는 게 꼭 자연선택에 의한 것은 아니라, 기회적유전부동(random genetic drift, 우연히 특정 부모세대가 자손을 많이 남기게 되는 현상) 때문이거나 또 다른 전염병학적 특성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월부터 가파르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보인 미국의 경우, 이미 여러 논문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대다수가 유럽을 통해 유입됐다. 미국은 초기부터 중국과의 국경은 닫은 반면 유럽과의 교류는 계속 이어갔다. 유럽과의 국경마저 닫은 3월엔 이미 모든 유럽에 폭발적 증가가 감지되고 봉쇄가 시작되던 때다. 그 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반복적으로 유입된 코로나바이러스가 많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정 지역에 특정 바이러스 변이가 많아지는 것은 전염력에만 달린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여러 번 반복적인 유입이 있었는가에 대한 것이기도 한 만큼, 단순히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전염력 때문으로 보기 힘들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앞의 연구가 일련의 간접적 증거들을 통해 G614와 D614가 다르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 증거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전염 양상에 대한 직접 증거가 아니라고 말한다. 감염된 환자들에서 바이러스 양이 더 많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실제 전염성이 더 높다는 주장의 직접적인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포 실험에서 G614형의 전염력이 높다고 나온 것에 대해서도, 실제 사람이 사람을 감염시키는 과정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위 세포 실험 설계에서 병원체와 숙주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세포 내 제반의 단백질들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스파이크 단백질과 직접 작용하는 특정 단백질(TMPRSS2)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실험의 한계였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아직 결론에 이르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여러 인간집단들을 관통해 진행 중인 팬데믹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G614가 모든 인간 집단에서 전염력이 높은 거라면, 궁극적으로는 '통제가 더 어렵다는 구체적인 증거'로 나타나야 할 텐데, 이 같은 결론을 내릴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전염병의 유행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력 외에도 당국의 대처가 어땠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방역 수칙을 준수했는지, 문화적으로 큰 모임을 얼마나 자주 갖는지와 같은 다른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3~4월 한창 코로나19 전염이 폭발적이었던 유럽을 보더라도,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두드러졌던 폭발성과 독일, 덴마크 등에서 보였던 비교적 완만했던 확산 사이의 차이는 바이러스형에 대한 것이기보다 다른 전염병학적 요소들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특정 교회 행사와 광화문 대규모 집회 등을 근원지로 하는 감염 폭발 역시, 초기에 많은 인원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행동했던 이유라는 것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 돌연변이가 코로나19의 전염력을 높였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 

한편, '이 돌연변이가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앞서 가장 먼저 언급한 <셀>의 연구에선 셰필드 병원 코로나19 확진 환자 999명의 케이스를 D614과 G614형으로 나눠서 비교하기도 했다. 비교 결과,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중환자의 비율이 다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G614 변이가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외에도 아직까지 코로나19 돌연변이가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보고된 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2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재감염 첫 사례의 의미

물론,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돌연변이들이 앞으로 백신 개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최근 코로나19 관련한 새로운 케이스가 보고되었다. 스페인 일간지 <라반가르디아> 8월 24일자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가벼운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홍콩의 33세 남성이 스페인을 다녀가면서 재감염이 되었다.

홍콩대학의 연구진들은 이 남성의 몸에 처음 감염되었던 바이러스가 계속 남아 있는 희귀한 경우일지 모른다고 의심했지만, DNA 시퀀스 비교 결과 4월과 8월 각각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재감염 의심 환자들의 케이스가 여럿 보고됐지만, 완치 후 남은 바이러스 조각들이 체내에서 발견된 경우 등 실제 재감염은 아니었다. 이렇게 DNA로 재감염이 확인이 된 것으로는 이 남성이 첫 번째 케이스다.

코로나19 완치 환자들의 면역력이 얼마나 가는가에 대해 논의가 있어 왔는데, 이번 보고된 홍콩 남성의 경우는 4개월 만에 재감염이 된 경우로, 이 논의에 증거를 하나 더 제시했다.

이 남성은 가벼운 증상이 있었던 첫 번째 감염에 비해, 두 번째 감염 때는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8월 24일자 <뉴욕타임스>에서 예일대학 이와사키 면역학 박사는 이것을 두고 "첫 번째 감염이 재감염을 막지는 못했지만 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번 감염된 사람은 면역력이 생겨 한동안 재감염이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 남성의 경우 재감염이 되었고, 다만 앓지만 않았다는 의미다. 이어 이와사키 박사는 (백신이 아닌) 자연적 감염 상태에서 재감염을 막지 못한다면, 집단 면역을 이루기 위해 백신 개발에 '재감염과 병증'을 모두 막을 수 있는 설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기사에서 콜롬비아대학의 전염병학자 셰먼은 우리에겐 지금까지 2천3백만 개의 확진 케이스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재감염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이 특수하고 희귀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새로운 국면인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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