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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등' 르노 전기차 '조에', 한국에서 먹힐까

[시승기] 도심에 집중한 달리기 실력과 가성비... 아쉬운 실내 공간

등록 2020.08.28 16:59수정 2020.08.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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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측면 모습. ⓒ 르노삼성차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ZOE)가 한국 소비자를 만나러 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8일 르노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조에를 국내에 출시했다. 르노삼성이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참전으로 슬슬 달아오르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유럽에서 검증받은 모델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지난 21일 르노 조에를 직접 만나봤다. 조에는 지난 2012년 유럽시장에 처음 출시된 후 올해 6월까지 21만6000여 대가 팔렸다. 이번에 출시된 조에는 지난해 부분변경을 거친 3세대다.

소형 해치백인 조에의 외모는 르노의 다른 소형차들처럼 아담하고 심플하다. 전면부는 후드의 윤곽선이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까지 이어지면서 C자형 주간주행등과 함께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측면은 선 하나를 그어 포인트를 줬다. 후면부에는 붉은색 직선 6개가 자리 잡은 리어 램프로 개성을 더했다.

다만 전반적인 디자인은 그동안 해치백 스타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낮았다는 점에서 시장 반응을 두고 볼 필요는 있다.

르노의 정체성 두드러진 외모, 실내는 투박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실내. ⓒ 르노삼성차


실내는 유럽 소형차 느낌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투박하다.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등 손 닿을 일이 많은 부분은 우레탄폼이나 인조가죽 등 부드러운 소재를 썼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플라스틱 재질을 썼다. 좌석 위치나 등받이 기울기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컵 홀더도 1개뿐이라 수납공간도 충분하지 않다.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인테리어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분명 감점 요인이다.

다만 10.25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클러스터)과 세로로 자리 잡은 9.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전자식 기어레버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여기에 전자식 파킹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기능까지 갖췄다.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실내. ⓒ 르노삼성차


조에의 몸집은 전장(길이) 4090㎜, 전폭(넓이) 1730㎜, 전고(높이) 1560㎜다. 실내 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2590㎜로 성인이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한 개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짧은 거리를 갈 때는 괜찮겠지만 장거리 탑승 시에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시승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발해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20㎞ 코스에서 진행됐다. 도심 주행 구간과 오르막·내리막 구간, 구불구불한 회전 구간까지 모두 포함된 코스였다. 고속 주행은 불가능했지만 르노삼성 측이 도심 주행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한 조에의 성능을 꼼꼼히 살펴보기에 충분했다.


부족하지 않은 힘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주행 모습. ⓒ 르노삼성차


조에의 달리기 실력은 합격점을 줄만 했다. 기어 레버를 드라이브 모드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들릴 듯 말 듯한 전기 모터 소리와 함께 재빠른 몸놀림을 보여준다.

조에의 전기모터 R345는 최고 출력 100kW(134마력)에 최대토크 25㎏·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50km까지는 3.6초, 100km에 도달하려면 추가로 5.9초가 걸린다. 힘이 부족한 것 아닌가는 의심을 살 수 있지만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1545kg의 차체를 끌고 나가는 데 모자람이 없다.

소형차지만 승차감도 가볍지 않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낮은 무게중심 덕에 안정감이 있다. 급한 코너를 돌아도 동급 차량에 비해 차체 출렁임이 적다. 특히 과속 방지턱을 조금 빠른 속도로 넘어도 충격이 크지 않았다.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조에의 회생 제동 시스템이었다. 주행 모드를 'B-'로 바꾸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이 이뤄지는데 이 때 생기는 회생 에너지가 배터리에 충전된다. 

에너지 효율 높이는 '원 페달 드라이빙'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전면부. ⓒ 르노삼성차


이날 시승 코스 중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성북초등학교까지 3.5km 구간이 급경사를 포함한 내리막길이었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별로 없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속도 제어가 가능했다.

이 기능을 익숙하게 사용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팔각정에 올랐을 때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286km였는데 내리막을 내려오고 난 후에는 293km로 7km 늘었다.

54.5kWh용량의 Z.E.배터리를 탑재한 조에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9㎞다. 다소 부족한 듯 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 시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회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한다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용으로 쓸 경우 하루 왕복 50~60㎞를 주행한다고 하면 주 1회 충전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다만 점점 기본 사양이 돼가고 있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등 주행보조 기능(ADAS)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쉽다. 조에에는 차선이탈경보와 자동주차보조 기능만 들어가 있다.

그래도 장거리 주행보다는 주로 도심 내 주행에 이용하는 경우라면 반자율 주행이나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쓸 일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차기 모델에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조에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의 뒷모습. ⓒ 르노삼성차


로노삼성 측의 설명대로 조에는 장거리 주행보다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차다. 1회 충전 주행거리와 동력 성능, 실내 공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멀리 여행갈 때 타는 차라기보다는 도심 출퇴근 등 중단거리 주행을 주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차다.

특히 차량 가격과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다. 조에의 100km당 평균 충전비는 4229원으로, 연간 1만3000km 주행 기준으로 준중형급(1600cc) 가솔린 차량에 비해 72만원이 덜 든다. 엔진오일 교환 등 소모품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차량 유지비를 연간 100만원 가량 아낄 수 있다.

차량 가격도 트림 별로 젠 3995만원, 인텐스 에코 4245만원, 인텐스 4395만원으로, 환경부의 친환경차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별 추가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서울시의 경우 최저 2809만원, 제주도에서는 최저 2759만원까지 내려간다.

출퇴근용 차량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사회초년생이나 1~2인 가구, 출퇴근과 장보기 등에 활용할 '세컨카'를 고려하고 있는 3~4인 가구라면 구매 후보로 올리기에 충분하다.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 ⓒ 르노삼성차

 
#조에 #르노삼성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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