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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척추의 휘어진 각도는 38도

다이어트가 아닌 살기 위해 운동하다 알게 것들

등록 2020.08.31 08:16수정 2020.08.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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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내 척추의 각도는 38도. 휘려면 차라리 한 방향으로만 휘지 다른 한쪽이 서운할까 싶었는지 양쪽으로 다 휘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5도였던 것이 고등학교 때 갑자기 38도가 됐단다. 입원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건강이 당연했던 내 몸은 그렇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숙여서 빗자루 질을 할 때 허리가 좀 아픈 정도였는데 20살이 넘어가니 그냥 앉아서 책을 보는 게 고통스러워졌다. 사람과 마주 앉아 얘기를 할 때면 내 척추가 요란하게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 그때 든 생각은 '와 이제 스무 살인데 벌써 이렇게 힘들면 어떡하지'였다.
 

중학교 때까지는 5도였던 것이 고등학교 때 갑자기 38도가 됐다. ⓒ Pixabay

 
편의점 알바를 했을 때 손님한테 금액을 알려주기 위해 왼쪽 포스기로 고개를 돌리는데 고개가 안 돌아갔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중에 숙여지지 않는 고개를 정말 억지로 숙여가며 시험지를 보는데 문제를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 분명 공부한 부분이었는데 목의 고통 때문에 글자가 읽히지를 않았다. 나는 난독증도 아닌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아왔다고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지 억울하고 분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르바이트비의 절반 이상을 털어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장기가 끝난 상태의 측만증은 뭘 어쩔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내 몸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냥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몸을 방치하고 있었는지도.

중학생 때 운동은 그저 살을 빼기 위해서였는데, 21살이 돼서야 운동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었다. 운동은 나의 삶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체력이 있어야 한다. 체력이 없으면 의지가 사라지고 의지가 사라지면 목표가 무너지고 목표가 무너지면 결국 내 삶이 부서져 버린다.

건강이 안 좋아지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혀있던 시기가 있었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무력감에 끝도 없는 우울로 빠져들어가던 시기였다.


하지만 난 아직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았기에 계속 그 어두운 우울 속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상황이든 날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결국 답은 운동이었다. 내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것도 날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도 모두 운동이었다.

이 글을 쓰고 나는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뛰러 갈 예정이다. 운동장을 달리는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느낄 것이다. 난 살아있다.
#운동 #측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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