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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더 더웠다는데... 기후변화의 진짜 문제

[김해동의 투모로우] 현재보다 5~15℃ 높을 때도... 그럼에도 지금이 문제인 이유

등록 2020.09.08 08:58수정 2020.09.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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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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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양 코스모너츠해(Cosmonaut Sea)에 떠있는 빙산 2019.12.18 ⓒ 신화=연합뉴스

 
사람들은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5℃ 내외인 지금의 기후를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기후를 지키자고 말하지만, 지구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은 지금보다 훨씬 더운 기후였다. 지금은 빙하기-간빙기 순환(빙하기 내에서 기온이 매우 낮은 시기와 높은 시기가 주기적으로 변화)에서 따뜻한 간빙기에 해당하지만 지구 역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기온이 낮은 시기다.

지구에는 그동안 7차례의 빙하기가 나타났는데 각각의 빙하기가 이어진 기간은 대체로 짧았다. 가장 오래된 빙하기는 23억 년 전에 있었고, 현재의 빙하기는 15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빙하기가 처음 나타났던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기간만 고려하더라도 빙하기가 차지하는 기간은 매우 짧았다. 그래서 빙하기는 지구 역사에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잠시 내려가는 시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빙하기는 지구 역사의 1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전체 역사의 대부분은 지금보다 고온 시기였는데, 특히 기온이 높았던 시기로 백악기 중엽(1억 2천만 년에서 9천만 년 전)을 들 수 있다. 이 때의 기온은 현재보다 5~15℃ 정도나 더 높았다.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기온 차도 지금보다 15℃ 정도 작았다. 다른 온난한 시기의 지구 기후도 이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는 북극권에도 공룡이 살았다. 오늘날 열대 해양에 사는 산호초의 서식지도 지금보다 위도 15º도 정도 더 고위도로 확장되어 있었다. 육상의 만년설은 거의 사라져서 해수위도 지금보다 150~200m 정도 더 높았고 그 결과 지금 육지 면적의 20% 정도는 바닷속에 잠겨있었다. 기후의 계절 변동 폭도 작았는데 특히 중·고위도에서 지금보다 현저히 작았다.

신생대 제4기의 기후변화

250만 년 전(신생대 제4기)부터 기후변동 폭이 증폭되기 시작했는데 80만 년 전이 되자 기후변동 폭이 초기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이 시기에 기온의 상승과 하강 폭이 커지면서 얼음이 덮는 면적의 비율도 변동이 증폭되는데 이를 빙하기-간빙기 순환이라고 부른다.

신생대 4기를 통틀어 전 지구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차이를 보인 순환은 대략 30번 정도 있었다. 빙하기-간빙기 순환은 대체로 15만 년 정도의 일정한 주기로 나타났다. 지난 200만 년 이내의 기간에서 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2만 5000년 전에 절정에 달했던 홍적세 간빙기다. 그 당시에는 기온이 지금보다 1~3℃ 더 높았다. 그래서 해수위도 지금보다 6m나 더 높았다. 금세기 말에 전망되는 지구온난화의 상황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홍적세 간빙기가 지난 후에 강한 두 번의 저온기(빙하기)가 지나갔는데 11만 5000년 전과 7만 5000년 전이었다. 두 번째 빙하기의 절정기는 2만 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지구상의 대륙 상당 부분이 얼음으로 덮였다. 이때 얼음의 두께가 3500~4500m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얼음의 무게로 지각이 맨틀 아래로 800m 이상 내려앉았는데 나중에 얼음이 녹으면서 대륙이 다시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빙하기 시작 이전에 비해 낮은 상태에 있다. 빙하기에 두꺼운 얼음을 만든 물은 해수에서 왔기에 해수위(바닷물의 높이)가 크게 낮아졌는데 지금보다 120m가량 더 낮았다. 그래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주변의 서해와 남해도 지금과 같은 바다가 아니었다. 이 당시의 대륙 간 육로 연결 지도를 찾아보면 고대인들의 대규모 이동에 납득이 쉽게 갈 것이다. 또 이 시기의 기후 변동은 지금보다도 훨씬 극심했다. 이 빙하기에 극지방 기온은 불과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사이에 5~8℃씩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기후 급변의 정도는 오늘날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 속도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지금의 급격한 기온변화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쉽게 주장하지만 지구 역사 속에서 지금보다 더 격심한 기온 변화가 나타났던 시기와 장소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세의 기후 변화

빙하기-간빙기 순환에서 마지막 빙하기가 지나고 1만 5000년 전부터 가끔 저온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장기적 경향으로는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이때부터 현세라고 불리는 지금의 지질학적 시대가 시작한다.

1만 3000년 전에 일시적으로 저온기가 찾아온 시기가 있었는데 이를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라고 부른다. 대략 1200년 정도 지속되었다. 그 후 그린란드에서 기온이 10년에 1도씩 상승할 정도로 전 지구적으로 급속한 기온 상승기를 거쳐 다시 따뜻한 온난기로 전환되었다.

특히 지금부터 6000년 전 경을 사이로 앞뒤 3000년 정도의 기간은 현재보다도 평균 약 2℃ 이상 높았다. 이 시기를 힙시서멀(hypsithermal interval)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고대 선문 시대(도자기에 문형이 들어간 시대)에 해당한다. 과거 고대 문명이 한반도의 남쪽이 아니라 훨씬 고위도에서 꽃피운 이유는 당시의 기후를 고려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금세기말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2~3℃ 정도의 기온상승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지구의 기후는 다시 힙시서멀 시대의 기후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그 시기에는 현재의 아프리카, 아시아의 사막지대도 습윤해서 초식 동물들이 서식했던 지질학적 증거가 발견된다. 해수위도 지금보다 수 미터 더 높았다.

인위적 기후 변화와 지구환경윤리

지구 탄생 이래로 지구 기온은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했지만 경향적으로는 하강해왔다. 그런데 지구와 같은 시기에 생성된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 강도는 초기보다 오늘날 30% 이상 강해졌다.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가 적었던 과거에 지구는 더 고온이었다는 이 사건을 '초기 약한 태양의 역설(Early faint Sun Paradox)'이라고 부른다.

이 역설을 해석하는 데에는 유력한 두 가지 이론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당시 지구대기에 현재보다 10배 이상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제임스 러브록(James Ephraim Lovelock)은 태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졌지만 지구 온도는 오히려 낮아져서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데, 이것은 지구의 모든 생물 종들이 협력한 결과라고 보았다. 이를 팀 플래너리(Tim Flannery)는 지구의 '자동 온도 조절장치'라고 바꾸어 불렀다.

플래너리는 기후 변화의 진정한 문제에 대해서 가이아 이론(Gaia theory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을 빌려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의 온도 조절 장치는 지구 온도를 평균 14도 정도로 맞추어 놓았다. 이 기간에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치된 변화 양상을 보였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강수 현상이 활발해진다.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바다와 토양으로 운반하여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면 반대로 기온이 낮아져 강수량이 감소한다. 그리고 육상의 식물도 쇠퇴하여 이산화탄소 농도는 다시 증가하고 기온상승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순환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어 왔다.

지금의 온난화는 인간이 유발했다. 지구생명체들의 협력으로 안정화 된 기후를 인간이 화석 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파괴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지금의 지구생명체는 저온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존재여서 고온화 되면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이 기후 변화의 진정한 문제이고, 인간이 저지르는 자해 행위이자 심각한 지구환경윤리 위반이다.
 
덧붙이는 글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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