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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방송문화거리'가 성인지 예산? 은평구 성인지 예산 운용실태

성인지와 무관한 사업, 다수 포함... ‘서울특별시 성인지 예산제 실효성 향상 조례안’ 발의

등록 2020.09.01 16:22수정 2020.09.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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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시민신문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 가능"이란 이유로 성인지 예산에 분류

서울시 은평구의 세출예산 대비 성인지 예산 비율이 전국 226개 기초 자치단체 중 217위로 발표된 가운데 이마저도 끼워 맞추기식 '엉터리 예산'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지 예산은 모든 국민이 성차별 없이 평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지 예산에 불광천 방송문화거리 조성 등 성인지 증진 등과 무관한 사업이 대거 포함돼있어 성인지 예산 운용 실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인지예산제도, 전국 지자체서 엉터리 운영

2020년 은평구 성인지 예산은 세출예산액 약 8,663억 원의 1.13%에 해당하는 약 97억 4900만 원이다. 

2016년 84억 8500만 원, 2017년 106억 8400만 원, 2018년 274억 4600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9년 219억 5800만 원, 2020년 97억 4900만 원으로 2년 사이에 약 180억 원 가량 대폭 감축됐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의 규모와 관계없이,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성인지 대상사업으로 분류가 부적절한 사업을 대거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세출예산액 대비 성인지예산액 비율(26.39%)이 전국 기초지자체 중 3번째로 높은 서울시 중랑구의 경우, 약 2081억 원이 성인지 예산으로 배정돼 있다.

이중 중랑천조경 정비 및 유지관리, 중랑초록에너지 체험관 운영 등 성인지와 큰 관련이 없는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등 여성 수혜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업의 경우 '성비를 맞추는 것이 성평등'이라며 성인지 예산에 포함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초구 가로수 정비 사업, 강동구 도시양봉 교육 사업 등이 성인지 예산에 포함되면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전국 지자체 전반적으로 "성인지 대상 사업으로 분류가 부적절한 사업, 사업대상자 및 사업수혜자 선정이 부적절한 사업, 성과지표 및 성과목표 설정이 부적절한 사업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광천 방송문화거리 조성,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기에 성인지 예산

구청장 공약 사업인 불광천 방송문화거리 조성 사업은 불광천 일대에 "새로운 산업, 일자리, 문화예술 체험을 결합할 수 있는 방송문화 복합체험 공간과 미디어 작가와 제작자들의 활동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전시와 홍보 등 다목적실을 운영하고 1인 미디어 방송제작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은평구 성인지 예산서에서는 위 사업이 가져올 '성평등 기대효과'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문화시설 건립"이라고 설명했다. 성별격차 원인분석 역시 "문화시설은 여성 참여 비율이 많은 편이나, 현재 추세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문화시설을 건립함"이라는 설명에 그쳐 성차별 극복이라는 제도 취지와 맞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성별이 주요 사항 아닌데 성인지 예산?
'청년 일자리 사업'은 성비 맞추려 여성비율 감축


심지어 청소년의회 운영 사업은 청소년의 사회 참여 기회 확대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이유는 참여 청소년의 성비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청소년의회에는 2017~2019년 16:14(여성:남성), 10:21, 21:17 등 상이한 성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성인지 예산서에서는 성별격차 원인분석으로 "학업 및 대외활동의 남녀 학생 간 관심 및 의식 차이 있음", "매 모집시기마다 각 성별 모집신청 비율이 상이하여 성별 격차 분석이 어려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성평등 기대효과로 "다양한 시각의 정책제안 및 토의 가능"이라는 성인지와 무관한 효과를 제시했으며, 목표는 성비를 5:5로 맞추는 것이었다.

교육 인프라 구축과 지역사회 연계 교육 사업을 내용으로 하는 민관학 교육협력지원사업의 성별격차 원인 분석에는 "본 사업의 주 대상은 관내 아동 청소년으로 성별이 주요 사항이 아님"이라고 밝혀져 있기도 하다. 

청년 관내 기관 및 기업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사업은 여성 수혜자 비율이 2017년 64,7%, 2018년 67.7%, 2019년 56.4%로 남성보다 높음에도 성과 목표는 55%로 줄이는 것이었다. 성별격차 원인 분석으로는 "여성들이 육아 및 결혼 등으로 야근이 적고 근무시간이 명확한 일자리를 선호"한다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경력단절의 경험이 있어, 기간제일자리 및 일자리지원사업 등에 몰리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비를 맞추기 위한 합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정말 성평등을 위한 성인지 사업이 맞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은평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문화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며 문화콘텐츠 자원 활성화 사업 '컬처노믹스 은평구현' 사업을 성인지 예산에 분류했고, '남녀 차별뿐 아니라 그 어떤 차별 없이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은평을 조성'해야 한다며 아동친화도시사업을 성인지 예산에 분류하기도 했다.

성평등 위한 사업도 여럿 있어...우수사례 확산해야

여성에게 생활 지원 및 일자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참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과 성별에 의한 편견을 제거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사업들도 일부 있다.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청소년 건강지원' 사업, '경력단절 여성'에게 취업교육을 실시하는 '여성능력개발 및 취업지원' 사업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것은 성인지 예산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사업의 예산을 책정하고 배분하는 과정에서 성평등과 성인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사업이라면 성인지 예산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 대상사업으로 분류가 부적합한 사업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 보다는, 분류에 적합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가 지침 및 컨설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지방 의회을 대상으로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지방의회·NGO·전문가그룹의 협력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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