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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우리 부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배지영 작가의 도슨트 '군산'을 읽고 52년 전 추억을 소환하다

등록 2020.09.02 09:40수정 2020.09.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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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인연과 만나고 산다. 맨 처음 만나는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자녀까지는 내가 의도치 않게 만나는 인연으로 평생을 이어 가면서 산다. 나머지 인연은 내가 만들어 가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인연이 있다. 내 삶의 넓이와 깊이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소년의 레시피> 외 많은 책을 낸 배지영 작가를 만나 에세이 수업을 하고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의 방향이 변하고 반짝이는 나 자신도 만났다.
 

한 개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 21세기북스

 
얼마 전 배지영 작가는 인터넷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 책 속에 몇 줄 우리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을 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서점에서 책을 구입을 하고 작가님에게 사인을 받았다. 두고두고 기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다.

책에 우리 부부 이름이 나왔다

책을 들고 와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군산의 내밀한 속살을 너무 재미있고 아련하게 표현을 해 주었다. 작가님은 책을 쓰는 중간에 우리 에세이 카톡 방에 "선생님들 제가 군산 빈해원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혹시 누구라도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하고 물어왔다.

나는 그때 " 내가 남편을 만나고 결혼 약속을 한 곳인데요"라며 답을 보냈었다. 아마도 그 이야기가 책에 나오지 않았을까 어림짐작이 갔다. 배 작가는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이다. 어떤 내용을 담아냈을까 약간은 궁금했다.
 
용 그림이 그려진 빈해원의 오래된 문을 밀고 들어가면 세월이 봉인되었던 기억이 풀린다. 사라지고 없는 회사, 덧없이 흘러간 청춘까지 차별 없이 소환된다. 딸 넷, 사위 넷, 손주 다섯 명을 둔 이숙자 문익환 씨 부부는 짬뽕과 탕수육 앞에 두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968년을 곱씹는다. " 장미동 제일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제일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빈해원에서 탕수육을 먹으며 결혼을 약속했었지." 52년을 지나 보내고도 나란히 그 자리에 앉은 노부부의 웃음소리가 빈해 원 안에 퍼졌다. - 149p
 
그 당시 빈해원은 군산에서는 제일 중요한 사람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는 이름 있는 곳이었다. 특별한 만남을 약속을 할 때 찾아가는 곳, 그곳에서 탕수육을 먹고 운명을 가르는 결혼을 약속했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빈해원 책에 나운 우리부부 이야기 ⓒ 이숙자

 
1950년대에 그 건물이 지어진 사연을 책을 읽고 알게 되어 감동이었다. 우리는 한동안 빈해원을 잊고 지냈다. 군산의 겉모습만 보고 살았다. 책을 읽고 생각하니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았다는 반성을 해본다.

결혼 후 처음 살게 된 군산은 항구 도시라서 봄이면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적응이 되지를 않았다. 바람과 함께 항구에서 번져오는 생선의 비릿한 바다 내음도 나를 힘들게 하였다. 내가 나고 자란 전주와는 너무 다른 환경이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설고 외로운 생활은 내가 아이들을 하나 둘 낳고 세월이 가면서 차츰 달라졌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군산의 골목골목 삶의 현장에서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갔다. 이곳은 바다가 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월명공원과 은파 호수는 군산 시민의 보물이다. 내가 52년을 살아낸 군산은 딸 네 명을 낳아 키워낸 도시다.

나는 이제 군산이란 도시에서 떠나서 살 생각은 전혀 없다. 서울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나이 들어 외로우니까 자꾸만 서울로 이사를 와서 같이 살자고 조른다. 그러나 남편은 꼼짝도 않는다. 나이 들어 외지에 살다가도 돌아올 나이에 고향을 떠나는 일은 말이 아니다. 한마디로 거절이다.

이제는 외지에 나가서도 군산이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아려온다. 사랑하는 남편의 고향, 네 딸의 고향. 군산은 내 온통 인생이 담겨 있는 영화의 한 편의 세트장이나 다름이 없다. 내 삶의 전부인 우리 가족의 발자취가 숨겨져 있는 군산에서 나는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군산은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도시

특히 요즘은 시간여행이란 이름으로 군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도시들은 새롭게 변하고 현대화되어 가지만 군산이란 도시는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야기를 품은 곳이 많다. 배지영 작가는 말한다. 
 
군산은 타임머신에 오르지 않고도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도시다. 자동차, 버스, 기차 같은 평범한 교통수단을 타고 도착해도 시간여행자의 자격을 얻는다.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사방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군산 원도심에 일단 감탄을 한다. 그런 다음에야 얼마나 먼 옛날로 왔는지를 가늠한다. 1 899년 5월에 항구의 문을 연 군산, 1900년에는 군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직항로가 개설됐다. 일본을 순식간에 군산의 모든 것을 쓸어 버리고 도시를 설계했다. - 17p

일본인들이 군산 김제 만경평야 쌀을 수탈하기 위한 작업으로 군산을 개조하고 일본화된 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 의식은 살아있어서 한강 이남 최초를 3.1 만세운동을 벌인 곳도 군산이다. 일본 농장주에 맞서 항쟁을 벌이기도 했다.

힘든 가운데도 시민의식은 살아있었다. 군산은 16개의 섬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지금은 새만금 공사로 육지와 섬이 연결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새만금과 선유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군산 세관은 1908년 일본인들이 항구에 드나드는 선박에 관세를 매기기 위해 지어졌다. 한국에도 없는 건축자재를 유럽에서 수입한 벽돌로 모습도 화려하게, 해방이 되고 일본인은 돌아갔지만 수탈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고 국가 지정 문화재로 남아 있다. 지금도 건설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군산세관을 견학 온다는 말을 들었다.

군산은 일본인들이 살던 모습을 그대로 지닌 기억들이 꽤 많다. 100년 전에 지어진 히로쓰 가옥, 포목상을 해서 돈을 벌어 평생 군산에서 살 줄 알고 일본식 가옥을 아주 멋지게 지어 놓았다. 지금은 관광객이 군산에 오면 꼭 찾아오는 곳이다. 일본 사찰 모습 그대로인 동국 사도 있고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맛집들도 많다.

근대 역사박물관에서 군산의 역사를 알아보고 원도심의 일본인들의 자취를 돌아본 후에는 맛있는 곳을 찾는다. 특히 군산에 오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빵집 이성당도 있다. 춥거나 더워도 항상 긴 줄로 기다리다 빵 봉지 하나씩을 듣고 나가야 군산 여행의 기념이 된다. 군산은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도시다.
덧붙이는 글 이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군산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배지영 (지은이),
21세기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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