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섬 연결한 '출렁다리'로 '공생'을 꾀하다

[기획] 사천, ‘탐방로’로 무지갯빛 도약을 꿈꾸다 ① 통영시 만지도-연대도

등록 2020.09.01 17:55수정 2020.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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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만지도와 연대도는 2014년 말에 준공된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다. 두 섬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탐방로가 갖춰져 있는 곳이다. 사진은 만지도에서 바라본 출렁다리 모습. ⓒ 뉴스사천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사천시와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가 올해 신규사업으로 '한려해상 일곱빛깔 무지갯빛 탐방로' 사업을 제안했다.

무지갯빛 탐방로 사업은 삼천포 실안에서부터 저도-마도-신도-늑도-초양도를 거쳐 대방 대교공원을 잇는 사업이다. 사업의 핵심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탐방로 조성이다.


탐방로는 환경을 크게 파괴하지 않으면서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분명히 아니다. 이에 <뉴스사천>은 타지역 사례를 살펴보고, 탐방로 사업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대도 지겟길을 걷다 만난 몽돌해변의 절경.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더위를 앗아갔다. ⓒ 뉴스사천


'따로 또 같이'···출렁다리로 연결된 만지도와 연대도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어 '걷기 좋은 섬'으로 알려진 경남 통영의 만지도와 연대도를 찾은 건 지난 6월 말이었다.

만지도(晩地島)는 통영시에서 남서쪽으로 1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면적은 0.233㎢, 해안선 길이는 2㎞다. 현재 인구는 30여 명이다. 주변의 다른 섬보다 비교적 늦게 주민이 정착해 늦을 만(晩), 땅 지(地) 자를 써서 만지도란 이름이 붙었다. 만지도는 이름처럼 인간의 손길이 늦게 들어와 깨끗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동서로 길게 뻗은 형태의 만지도는 서쪽의 만지산을 중심으로 산지가 발달했다. 동쪽의 반도부는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다. 만지도에서는 해발 99.9m의 만지봉, 200년 된 해송, 아름다운 해안절경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만지도는 국립공원 명품마을 14호로 지정된 섬이기도 하다. 
 

만지도 몬당길을 오르면 보이는 해발 99.9m의 만지봉 모습. ⓒ 뉴스사천


만지도와 이웃한 연대도는 면적 0.773㎢, 해안선 길이 4.5㎞의 섬이다. 현재 인구는 70여 명이다. 연대도(烟臺島)는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연대도는 한 때 '에코아일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민간단체 '푸른통영21'과 마을주민들이 폐교를 활용해 만든 에코체험센터도 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태영광과 지열만을 이용한 에너지 제로하우스지만, 현재는 유지·보수 문제로 센터 내 숙박시설만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윤정 문화관광해설사(사진 오른쪽). ⓒ 뉴스사천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경남 최초의 출렁다리로, 2014년 말 준공됐다. 길이 98.1m, 폭 2m의 출렁다리로 두 섬을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출렁다리로 이어진 만지도와 연대도를 따라 걷는 트레킹코스를 찾는 관광객, 낚시객도 많다. 해안을 따라 데크길도 잘 갖춰져 있어 걷기엔 더할 나위 없는 섬이다.


'만지도 섬장' 오용환 씨를 만나다
 

마음을 만지는 섬을 꿈꾸는 ‘만지도 섬장’ 오용환 씨. ⓒ 뉴스사천



만지도에 들어가는 연명항에서 '만지도 섬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용환 대표(61)를 만났다. 섬을 오갈 때 무엇보다 교통이 중요하기에, 도선업을 운영하는 그를 만나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만지도 위주로 흘러갔다. ㈜만지도 해피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섬 회생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오용환 대표는 2017년에 연명항에서 만지도를 오가는 도선업을 맡게 됐다. 처음엔 위탁운영에서 시작해 이듬해에는 사업 인수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하게된 데는 만지도 만의 경쟁력이 큰 이유가 됐다. 규모가 크지 않고,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된 섬이라 잠재적 개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 대표는 만지도를 섬 관광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판단은 맞아들었다. 

만지도는 2016년도 2만4000명, 2017년 7만1000명, 2018년 8만1000명, 2019년 9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연대도를 거쳐 들어온 방문객까지 하면 지난해 연간 방문객이 20만 명 가까이 된단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주춤하고 있지만, 관광객 상승률을 보면 놀라운 기세다. 이처럼 섬 회생을 이끌어 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연명항에서 만지도까지는 15분 밖에 안 걸려요. 가까운 거리라 접근성이 뛰어나죠. 섬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미지가 큰데, 운항 횟수를 늘려서 섬을 부담 없이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어요."

그는 하루 4~5편이던 만지도 선박 운항을 평일 60분, 주말 30분 단위로 늘렸다. 사람이 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배가 사람을 기다리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2019년엔 운항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낡은 선박을 교체했다. 새 배는 180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교통이 변화하면서 섬에는 카페, 펜션 등의 시설도 생겼다. 

하드웨어 구축에서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갖추기에도 힘썼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갖추는 게 다음 단계였다. 전복해물라면, 멍게비빔밥과 같이 신선한 지역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을 내놨다. 포토존을 꾸미고, '마음치유여행' 등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만지도란 이름을 들었을 때, '마음을 만지는 섬'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각박한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마음 치유와도 닿아있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만지도를 알리기 위해 언론·방송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렸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그는 자신을 '만지도 섬장'으로 브랜드화하고, 꽃을 단 모자를 쓰고 관광객들과 소통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통영케이블카에서 관광객들에게 직접 리플릿을 돌리며 만지도를 알렸다. 그밖에 페이스북, 밴드, 블로그 등 SNS 관리에도 나섰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홍보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다.

사람과 섬의 공생(共生)을 위한 활동에도 열심이다. 이 공생은 생태관광과도 맞닿아있다. 지난해 4월에는 관광객들이 섬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섬 쓰레기를 줄이고자 '관광객과 함께하는 비치코밍(beachcombing)' 행사를 열었다. 관광객들이 섬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해오면 이를 미역, 멸치, 방충 등 지역특산품으로 교환해줬다. 오 대표는 만지도 비치코밍의 특징이 관광, 해양환경, 지역특산품 판매, 일자리 창출, 문화행사가 결합한 1석 5조의 행사라고 설명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트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출렁다리 아래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객, 만지항에서 만지도로 들어오는 사람들, 몬당길을 걷는 산악 동호회 모습이다. ⓒ 뉴스사천


'몬당길'과 '지겟길'을 걷다

만지도 옛길인 '몬당길'과 연대도 옛길인 '지겟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코스다. 몬당길은 고개의 사투리인 '몬당'에서 나온 이름이고, 지겟길은 섬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오르내리던 길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만지항에서 왼쪽으로 데크길을 걸어가면, 두 섬을 잇는 출렁다리가 나온다. 견고하지만 발걸음의 진동이 전달되는 출렁다리 아래로 새파란 바다가 펼쳐졌다. 출렁다리 아래로 낚시객 몇몇이 세월을 낚고 있었다. 제트스키를 타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연대도 지겟길 4구간 입구. 군데군데 야생동물 출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 뉴스사천


수원에서 딸과 함께 왔다는 한 어르신은 7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출렁다리를 건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연대도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마을로 가는 길이, 오른쪽 언덕으로 가면 지겟길로 가는 길이 나온다. 마을을 따라가다 보면 2010년에 지어진 에코체험센터를 볼 수 있다. 지겟길로 가면 둥글둥글한 돌들이 가득한 몽돌해변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연대도 지겟길을 가볍게 돌고, 다시 만지도로 돌아와 마을 쪽으로 들어갔다. 마을 구석구석 바닥과 벽에 그려진 벽화들이 눈에 띄었다. 해물라면, 천사의 날개 등이 그려진 벽화들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에 닳았지만, 그 자체로 느껴지는 소박한 매력이 담겨 있었다.   
 

만지마을 골목 바닥에 그려져 있던 전복해물라면 벽화. 관광객들의 발길에 조금은 닳았지만 그 자체로 가진 매력이 있었다. ⓒ 뉴스사천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가니, 집집마다 주인의 개성이 담긴 명패가 달려있었다. 길에서 만난 김향순 할머니는 처음 보는 여행객을 따뜻한 웃음으로 반겼다. 갑작스러운 초대로 따라간 김향순 할머니 댁에는 '인심 좋고 웃는 모습이 이쁘신 아주머니 댁'이라는 명패가 걸려있었다. 대뜸 참외를 깎아 건네고, 두유를 꺼내오는 할머니에게서 친손주를 대하듯 정이 묻어났다.  

"다음에 만지도 올 때는 총각도 같이 데꼬와~~" 
 

'인심 좋고 웃는 모습이 이쁘신 아주머니 댁'이란 명패처럼 환하게 여행객을 반겨 준 김향순 할머니. ⓒ 뉴스사천



정다운 배웅을 뒤로하고, 만지봉을 올랐다. 자연이 잘 보존된 덕인지 만지도 몬당길 일부 구간에는 멧돼지 발자국이 군데군데 찍혀있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수풀 사이로 몇분을 더 오르자, 만지봉이 드러났다.

만지봉에서 450m 정도 내려가면 욕지도 전망대가 나온다. 욕지도 전망대에서 만난 산악동호회 회원들은 부지런히 챙겨온 오이와 떡을 나눠먹으며 휴식을 즐겼다. 욕지도 전망대에서 다시 돌아와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동백숲이 나타난다.

숲은 터널처럼 그늘을 만들며 길을 감쌌다. 약간은 가팔랐던 경사를 지나면 숲이 끝난다. 숲을 벗어나면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나고, 해변을 따라 시작된 시멘트 길과 연결된 데크길이 보인다.

이곳이 '해안 수달길'이다. 이 길 중간에는 수달 모형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쉼터가 갖춰져 있다. 데크길의 끝은 다시 만지마을로 연결된다. 만지도 몬당길을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니, 주말을 맞아 섬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배에서 분주하게 내리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만지도 섬으로 들어오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 뉴스사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탐방로 #통영 #만지도 #연대도 #오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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