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의사의 패쇄적인 자격제도 유지, 적절한 가

등록 2020.09.01 18:40수정 2020.09.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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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의과대학에 입학해야 하며, 상당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특히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가족의 뒷받침까지 필요하다.

그 노력은 대부분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투입된 것인데, 의사들이 얻는 높은 보수는 결국 치열한 의과대학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투입한 노력의 대가란 말인가?

그러나 수능 성적은 의료서비스 자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수능 시험에서 한두 문제 틀리더라도 의과대학에서 의사 수업을 받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전문 직종이든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변호사나 교수들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학교수와 의사들을 비교하면, 주요 대학 정년보장 교수를 제외하면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의사들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

원칙적으로 의사가 받아야 할 보수는 그 직업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투입한 준비와 노력의 대가일 수 없다. 특정 직업 종사자가 받는 보수는 그가 제공하는 노동의 사회적 가치 내지 서비스의 질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그 보수는 특정한 지위 내지 신분에 대한 보상 즉, '산 노동'이 아닌 '죽은 노동'의 대가고, 지대와 같은 것이다.

의사들이 받는 높은 보수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자격제도 때문이다. 폐쇄적인 자격제도란, 예컨대 한의사들의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한다든가, (한·의과 대학 졸업생이 아니면, 침‧뜸 등 다양한 전통‧대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폐쇄적인 자격제도를 유지하면서 그 자격을 취득할 기회마저 매우 제한된다면, 그 직업은 배타성과 희소성 때문에 결국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신분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의사가 제공하는 노동은 더 서비스가 되기 어렵다. 의사들은 외상치료, 수술 등 소위 위험하고 돈 안 되는 진료를 기피하며, 고가의 의료행위, 고가의 의료기기 사용 등에 집중하고, 불요불급한 의료행위를 남발하면서 환자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 쏠림' 현상과 '의료수가' 제도가 문제라든가, 공공의료기관 확충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데, 물론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의료수가는 제한된 공급 범위 내에서 효율성 내지 공정성의 문제일 뿐이고, 공공의료기관은 적정한 의사 수가 확보되어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지방 공공의료기관들은 시설이 부족하거나 낙후되어서가 아니라 적정한 보수의 의사들을 구할 수 없어서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의사들이 미용‧성형외과로 몰린다지만, 수요가 있는 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의사들을 나무랄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수요까지 감안하여 적정한 수의 의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국가장학금을 받거나 국공립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에게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 근무를 강제하는 것만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기도 어렵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즉 폐쇄적인 자격제도를 매우 제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의료거부 등의 실력행사에 나서고 그러한 행동이 용인된다면, 그들의 특권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고 의료서비스는 더욱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
#의사 #특권 #진료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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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 2010. 9. ~ 2013. 1.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2013. 2. 2015. 2. 서울시 감사관 현 (사)시민자치감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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