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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은 텅텅... 부모님의 고백 "배달로 버틴다"

[현장]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식당 가서 일해보니...

등록 2020.09.03 18:48수정 2020.09.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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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점심께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식당 모습. 점심시간인데도 홀에 앉은 손님이 2명에 불과하다. ⓒ 김종훈

 
부모님은 경기도 안양에서 테이블 7개를 놓고 '엄마OO'이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 다른 일을 하다 전업한 탓에 자리 잡기까지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점심이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집이 됐다.

그러나 보통의 자영업자들처럼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문제가 발생했다. 점심이면 앉을 자리가 없던 식당에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로 손님들의 걸음이 줄었다. 그러던 것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에는 식당 문턱을 넘는 손님들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됐다. 

그래도 아버지는 오전 5시 30분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이유를 물으니, "혹시라도 아침부터 손님이 올 수 있도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압력솥으로 밥을 준비하려면 늦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매일 쌀밥 100공기를 새벽마다 준비하고 있다. 이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어차피 남을 텐데 반만 준비하지 힘들게 왜 고집을 부리냐"라고 핀잔을 준다. 코로나19 이후 '엄마OO'의 일상적인 아침 풍경이다.

3일 아침부터 점심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체험에 나섰다. 장소는 부모님의 식당. 손님이 줄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매일 인지했지만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을 몸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했던 대로 식당 문턱을 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대신 평소에는 잘 울리지 않던 전화벨이 점심시간 내내 폭주했다.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수도권에서 코로나 확산을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방어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수도권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우리 손에 남는 것은 3단계 격상이라는 극약처방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조치로 수도권 식당과 주점 등 음식점에 대해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볼링장과 당구장,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 대해서도 운영을 중단시켰다. 이 조치는 6일 자정까지 8일간 적용된다.

오전 11시, 홀에는 손님 한 명...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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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점심께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식당 모습. 점심시간인데도 홀에 앉은 손님이 2명에 불과하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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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 잠금 식당 모습. ⓒ 김종훈

  
오전 8시부터 식당 문을 열었지만 오전 11시까지 홀에 앉은 손님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어머니 말대로 '어차피 남을 밥을 너무 과하게 준비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11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식당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시작으로 학교, 은행, 동네 상가, 아파트, 공장까지 연이어 '배달 가능하냐'라는 문의전화가 몰아쳤다. '김치찌개 1인분만 배달되냐'는 전화도 이어졌다. 어머니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발동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난 변화"라면서 "주문의 70% 이상이 배달로 음식을 받기를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칠순의 아버지는 손님의 전화가 이어지자 묵묵히 배달용기에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볼 수 없어 첫 번째 주문을 기점으로 함께 반찬을 담았다. 오전 11시부터 울린 전화벨은 정확히 낮 12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이날 부모님의 식당에는 점심시간에 홀을 찾은 손님이 혼자 온 손님 두 명을 포함해 5팀에 불과했다. 대신 전화로 온 주문은 스무 건이 넘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둘이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홀과 배달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아버지는 오는 전화마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먼저 들어온 주문 7건에 대해서만 배달을 진행했다.

어머니는 "그나마 너희 아버지가 오토바이 전문가라 배달이라도 하며 이렇게 버티는 것"이라면서 "옆집 분식가게는 아무 것도 못하다 결국 문을 닫았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부모님 가게 바로 옆에 자리한 분식집엔 지난 8월 중순 이후 "당분간 개인사정으로 쉰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짙어져 식당 문턱을 넘는 손님이 줄자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식사 하실 때만 마스크를 벗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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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점심께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식당 모습. 점심시간인데도 홀에 앉은 손님이 2명에 불과하다. ⓒ 김종훈

 
아버지는 식당일을 하기 전 30년 동안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했다. 평생 기름때만 묻히고 살다 인생 후반기에 작은 식당을 어머니와 함께 시작한 거다.

그래서 부모님의 식당엔 그 흔한 포스기 하나 없다. 본인들 스타일 대로 일하기 가장 편한 최적의 상태를 만들었다. 식당 입구에 카드리더기 하나와 현금을 출납하는 오래된 금고, 주문을 적는 노트 한 권만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그 자리에 공책 한 권이 더 놓였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기 위해 아버지가 마련해 둔 것이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할 때 예외 없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책에 기입해야 한다.

어머니는 "코로나19가 더 확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강조하는 대로 따르는 게 지금은 가장 옳은 길이라 생각해 최대한 지침 대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지만 칠순의 부모님은 일하는 내내 마스크를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동시에 손님들이 문턱을 넘을 때마다 "식사할 때만 마스크를 벗어달라"라고 당부했다. 식당 벽면엔 '식사 전후 마스크 착용, 식사할 때는 대화자제'라는 굵은 글씨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하지만 부모님 역시 식당을 운영하는 여느 자영업자들처럼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4월부터 매달 30일이면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머니는 다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들, 미안한데 월세가 조금 부족하다"면서 "다음 달에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오면 돌려줄 테니, 여윳돈 있으면 빌려줄 수 있냐"라고 말했다. 

전국 65만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8월 마지막주인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 지수는 0.75를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이 전년(2019년) 대비 같은 기간 7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소상공인 매출 지수는 0.68로, 지난해 대비 68%에 불과했다. 

부모님의 식당 엄마OO은 원래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맞이한 이후엔 오후 6시면 문을 닫고 있다. 저녁에는 손님이 아예 뚝 끊긴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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