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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둘이 제주에 지은 건물

[코로나19 극복 힐링여행지] 안도 타다오의 제주 본태 박물관과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

등록 2020.09.12 12:48수정 2020.09.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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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정부 방역 지침에 철저히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전에 찍은 사진과 내용입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멈추고 잠잠해지면 가족들과 함께 코로나19 극복 힐링여행지로 가볼 만한 곳이라 추천드립니다.[기자말]
인간이 정서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적정 고도가 해발 400~700m라고 한다. 생체리듬이 좋아지고 혈류 공급이 원활하여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수면을 취하는데도 뒤척임 없이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라산 중턱에 이런 조건을 갖춘 한적한 곳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제주의 서쪽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에 위치한 곳이다.

여기에 숙소를 정한 이유는 숙박하기 좋은 장점도 있지만,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주변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타다오가 지은 본태 박물관과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인 슈발리에를 수상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지은 포도호텔 건물을 보기 위해서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미학

건축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두 거장의 건축미학을 보고 싶었다. 이른 아침 멀리서 먼저 본태 박물관의 전체 모습을 담아 보았다. 경사진 곳에 지어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지었다. 2층 건물인데 위쪽에 계단처럼 건물을 지어 멀리서 보면 4층처럼 보인다. 직사각형과 삼각형의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앞에는 건물과 어울리는 연못이 있다.

주차장도 크지 않다. 몇 대 주차하면 딱 맞는 크기이다. 차량들이 많을 때는 주변 도로변에 주차해야 한다. 노출 콘크리트 그대로 벽을 세워 주차장에서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기 좁게 길을 만들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어울리게 건물 주위로 조각 공원을 만들어 미적인 감각을 살려 놓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에 위치한 본태 박물관 전체 모습 ⓒ 한정환

 
본태 박물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국내 최초의 박물관이다. 직원이 관람 동선을 알려준다. 순서대로 가면 좋은데 먼저 건물 앞 카페가 있는 연못 쪽으로 갔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미학이 담겨 있는 곳을 보기 위해서이다.
  
전시품 관람은 후 순위로 미뤄 두었다. 입장 후 첫 만남이 바로 담장길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인 전통담장길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에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인 곳이다. 물과 담장의 조화로움에다 태양의 빛을 더했다. 골목길처럼 만든 담장길이다.

쭉 뻗은 일직선의 시원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노출 콘크리트뿐만 아니다. 현대적 모습의 담장에 기와를 얻어 한국적 요소를 충분히 살린 점도 돋보인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 세계가 여기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본태 박물관 건물의 중심이기도 하다. 노출 콘크리트도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줄 몰랐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


요즘 건물 신축 과정을 보면 이 분의 건축기법이 많이 활용된다. 바닷가 유명 카페에서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일반주택에도 시멘트만으로 지은 집들도 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에다 정원에 잔디만 깔면 훌륭한 멋진 집이 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미학을 본받아 요즘은 건물 외관을 아름답게 장식하지 않는 추세이다.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에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인 전통담장길 모습 ⓒ 한정환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보면 볼수록 자연스럽게 이 분의 건축미학으로 빠져든다. 건축을 하는 데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멘트 색상 그대로의 모습도 아름답다. 화려한 도색을 한 아파트 외관들을 보면 노출 콘크리트 기법과 비교가 된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외관과 도색을 한 아파트의 모습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니 바로 앞에 연못이 보이는 카페가 있다. 연못에는 수련이 피어 오가는 관람객들을 반긴다. 연못 주변으로 오리와 거위까지 다니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우측에 경주 첨성대 실물크기 모형이 세워져 있다. 어디서 옮겨 왔는지는 몰라도 이름 모를 석탑도 보인다.

배수관 없이 빗물이 자연스럽게 벽을 타고 흘러내려 배수로로 빠지게 해놓은 모습도 보인다. 전문가의 특이한 건축 공법이나 건축기자재 박람회를 다니다 보면, 생활의 지혜로 삼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제주 본태 박물관에 있는 관람객 쉼터 모습 ⓒ 한정환

 
본태 박물관은 제1전시관부터 제5전시관까지 있다. 부속건물로는 뮤직홀과 카페와 샾, 아늑한 쉼터가 있다. 본태 박물관은 건축과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그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으로 들어가도 그의 노출 콘크리트 기법은 계속된다. 전통 공예품과 현대미술 그리고 불교와 유교 미술이 함께하는 전시관이다. 콘크리트 벽에 작품만 전시했는데도 시각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과 무한 거울방도 만나 볼 수 있다.

숲속 자연친화적인 곳에 박물관을 건립했다. 오래된 옛 것은 버리고 현대적인 것만 추구하는 요즘이다. 전통적인 수많은 소중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후세에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설립자의 뜻깊은 의지가 돋보였던 곳이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69
입장료 : 성인 20,000원, 학생(초, 중, 고) 12,000원, 미취학아동(만3세~7세) 10,000원
    
이타미 준의 예술 철학이 녹아든 공간, 포도호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 송이의 포도와 같은 제주 포도호텔 모습 ⓒ 한정환


포도호텔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일체 되는 환경을 갖춘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과 초가집을 모티브로 설계한 포도호텔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 송이의 포도와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에도 선정된 곳이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객실 수가 26개밖에 안 되는 소규모 호텔이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예술 철학이 녹아든 공간이다. 호텔 앞에는 투숙객들이 편리하게 일몰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다.
  

포도호텔 지하에 유명 작가들의 제주도 관련 작품이 전시된 포도 갤러리 모습 ⓒ 한정환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이국적인 모습의 제주도는 건축 양식도 다양하고 특이하다. 주변에 다른 건물은 없고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리는 너무나 한적한 곳이다. 한마디로 예술작품 같은 호텔이다. 한번 입실하면 나오기 싫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힐링공간이다.

이타미 준은 재일 한국인 건축가이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의 미를 살리는 건축 활동을 했다. 일본과 한국을 중심 축으로 하여 전 세계를 향해 큰 울림을 전한 건축가이다.
  

초가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제주 포도호텔 입구 모습 ⓒ 한정환

 
그는 건축물이 세워질 장소의 고유한 풍토와 지역성을 살리는 건축기법으로 작업을 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의 삶에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추구했던 건축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가 한국에서 제작되어 개봉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이다.

제주에는 그의 건축 흔적들이 몇 군데 남아있다. 포도호텔 인근에 위치한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에 있는 수(水), 풍(風), 석(石) 박물관과 방주교회이다. 수풍석 박물관은 미리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을 할 수 없어 많이 아쉬웠던 곳이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아름다운 건축물인 방주교회도 그의 작품이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제주 본태 박물관 #'이타미 준의 바다’ #제주 포도호텔 #안도 타다오 노출 콘크리트 기법 #백남준,쿠사마 야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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