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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5% 올리고, 관리비는 2배 인상?

증액 제한에서 빠진 '제2의 월세' 관리비... 임대료 총액에 포함해 상한 둬야

등록 2020.09.06 11:29수정 2020.09.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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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온 서류사진 임대인이 아무런 말 없이 지인의 집 문 앞에 통지사항을 붙였다. 재계약을 앞두고 임대료와 관리비를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 이혜민

 
로스쿨을 가지 못한 법대 졸업생에게도 법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인들은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낸다. 나도 결국 검색을 해서 답을 해준다. 법대생은 생활법률을 거의 배우지 않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인이 서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을 알리는 고지서였다. 월세는 5%를 올리고 관리비는 두 배나 올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5%라고 하니 최근에 시행된 임대차 3법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사진에 나와 있는 법률은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아래 민특법)'이다.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인은 이번 임대차 3법 개정 이전부터 임대료 증액 5%의 제한을 받고 있었다. 이 서류를 보낸 임대인 역시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자다. 임대차 3법의 5% 상한제는 전·월세 상한제의 내용으로 '주택 임대차보호법'에 해당 조항이 있다. 이는 일반 임대인들에게 적용된다.

나도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월세를 사는 세입자여서 이번 지인의 서류에는 더 관심이 갔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민특법에도, 주택 임대차보호법에도 5%의 증액 제한이 있는데 관리비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임대차 3법의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등록된 임대사업자나 일반 임대인들이나 모두 임대차 계약을 하면 시·군·구청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때 임대료는 신고 대상이지만 관리비는 아니다. 임대료는 임대인의 수익으로 보지만, 관리비는 임대 건물의 관리 및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월세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니 관리비라도 많이 올리겠다", "관리비는 마음대로 올려도 된다더라" 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관리비도 임대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앞으로 150가구 이상 집합건물은 관리비 사용 내역을 작성, 공개, 보관하고 매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150가구 미만의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관리비 규정이 없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같은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원룸은 150가구 미만의 형태가 많은데 이들은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관리비를 올려도 대응할 방안이 없다. 단, 4월 24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150가구 미만 공동주택도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 동의할 경우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년, 2년 살고 이사하는 청년 세입자가 집집마다 서면 동의를 받아 임대인에게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6월 <주간 동아> 기사에서 이상엽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룸 건물은 크기와 가구 수가 각각 달라 법적으로 관리비 기준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원룸이라도 관리비 사용 내역을 세입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건물주가 갖춰야 할 상식"이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 주간동아 6월 10일, "사용 내역 묻지마", 세입자 울리는 원룸 관리비)

"관리비를 편법으로 악용... 타당한 이유 없으면 무효"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원룸 사진입니다. ⓒ 픽사베이

   
내가 전에 살았던 마포구의 한 원룸은 수도세나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나 인터넷을 전혀 지원해주지 않았는데 월세는 55만 원, 관리비는 5만 원이었다. 3층 높이 빌라 건물에 총 세대수가 10세대였는데 집주인은 업체를 부르지 않고 청소도 직접 했다. 2년 동안 그곳에 살면서 왜 관리비를 5만 원이나 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대학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했는데 매달 부모님께 그 많은 월세와 관리비, 공공요금까지 부탁하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1~2학년 위주로 기숙사생을 받아 고학년이었던 나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월세가 비싸고 관리비가 부당하게 느껴져도 학생들은 근처 원룸을 울며 겨자 먹는 마음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다달이 내는 관리비는 세입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원룸 세입자는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도 없고 집주인이 올리면 올리는 대로 내야 한다. 이에 관리비는 '제2의 월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임대인들은 관리비를 월세 올리는 편법으로 쓰는 것이다. 월세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고 임대 소득은 정확히 신고해야 하니 그 대신 관리비를 올려 세입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나는 청년 주거 문제 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에 지인이 보낸 사진의 통지사항 내용을 메일로 보내 상담을 요청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관리비는 애초에 협상의 영역이다"라며 "만약 임대인이 관리비를 올린다고 했을 때 그에 합당한 청소 용역 고용, 관리비 항목 중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 등의 합당한 증액 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세입자가 관리비 인상에 대한 거절 및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신을 보내왔다.

다음으로, 위 사진을 증빙 자료로 부동산 신고 센터에 신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는데 담당자는 내게 부동산 신고 센터는 부동산 거래 시 교란 행위와 같은 위법행위를 신고하는 곳이며 내가 신고한 건은 주택 임대차 조정 위원회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신고 센터는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의 위탁을 받아 신고 센터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담당자는 내가 신고한 사항은 행정청이 가처분을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주택 임대차 조정 위원회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주택 임대차 조정 위원회는 국번 없이 132로 연락하면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준다. 나는 상담해주는 분께 위와 같은 집주인의 일방적 통지가 있었다고 말하자 "임대료에는 5% 상한이 있으니 임대인이 관리비를 임대료 인상의 편법으로 악용하는 것 같다"며 "임대인에게 관리비에 대한 정확한 내용증명을 요구하고 만일 관리비 상승에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통지는 무효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임대차 3법과 같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개정되고 있지만, 아직도 현실은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세입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깜깜이 관리비'를 개선하고 임대차법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150가구 이하의 집합건물도 관리비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임대료 총액에 관리비를 포함하여 상한제를 두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안정적인 주거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남의 집을 빌려 사는 세입자라도 주거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불평등하게 기울어져 있는 임대차 관계를 평등하게 하기 위해서는 원룸 관리비 규정 등 세입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정책들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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