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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다음에..." 되뇌었던 이낙연이 '꿈꾸는 나라'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가 구상 드러내... 건강·사회안전망 구축, 균형발전 뉴딜 등 제시

등록 2020.09.07 12:00수정 2020.09.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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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엄중히"란 단어에 가렸던 정치인 이낙연의 생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다음에"라고 말하던 그의 국가 구상은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나라였다.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차기 대선주자 이낙연의 무대이기도 했다. 이날 그는 <국민과 함께 코로나를 넘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 강조... 생명·안전 첫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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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가장 첫머리에 꼽은 것은 "건강안전망"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가 극복되더라도 감염병은 더 자주, 더 독하게 찾아올 수 있다"며 "그에 대비해 감염병 전문병원의 권역별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도 오랜 현안으로 남아 있다"며 "코로나 진정 이후에 협의체를 통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건강안전망은 보건의료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안전도 화두로 제시하며 생명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현행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보다 더 폭넓게 재난의 예방부터 사고 대응, 재발방지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법으로 아직 시민단체의 초안만 있다. 기업의 산재 예방 의무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시 책임을 더 무겁게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현재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이 국회 심사 중이다. 

이낙연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사회안전망"도 든든히 갖춘 나라다. 이 대표는 "코로나는 양극화를 더 키울 것"이라며 "모든 계층의 소득을 올리면서 격차는 완화해가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가 고민 중인 해법은 ▲전국민고용보험의 신속한 시행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조속한 정착 ▲누구든지 필요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나라다. 이 대표는 또 보육과 교육분야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전일보육 책임체계의 조기 구축도 약속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한국판 뉴딜'도 거듭 강조했다.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대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디딤돌이자 마중물이 한국판 뉴딜"이라며 ▲전국의 도서관과 박물관·미술관 등을 연결하는 디지털 집현전 설치 ▲스마트 공장·스마트 상점 도입 ▲데이터 거래소 설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거듭 바이오헬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며 "미래 경제의 또 다른 효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을 두고 "피해자와 국민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네 번째 조건이 "성 평등"이라며 남녀 임금 격차 축소, 공공기관의 여성임원비율 의무화 등을 꾀하겠다고 했다. 또 "불평등은 일상에 다양하게 숨어 있다"며 "낯선 사람을 만날 때면 걱정되고, 가사노동과 가족돌봄의 짐은 무겁다. 여성의 그런 걱정과 짐을 덜어내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다만 "그런 모든 노력이 대결과 갈등의 프레임에 빠져들어선 안 된다"며 "세심하게 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균형발전에도 역점을 뒀다. 이 대표는 "수도권은 비만을 앓고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지방은 경제 쇠퇴와 인구 감소에 허덕인다"며 "지역 불균형은 국민 모두의 행복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상징적·효과적인 대안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제안됐다"며 "국회내 균형발전특위가 조속히 가동돼 이 문제를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이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균형발전 뉴딜"을 하자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정치인 이낙연의 나라... "대전환이라는 담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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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며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이 모든 구상의 현실화는 집권 여당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이낙연 대표는 '우분투(Ubuntu,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 정신을 언급하며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여야정 정례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벤처기업 지원·여성 안전 확충 등 4.15 총선 여야 공통공약과 경제민주화 실현·청년 정치참여 확대·재생에너지 등 공통 정강정책을 함께 법으로 담아내자고 제안했다. 

이날 이 대표는 연설 첫 머리에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마무리 발언 때 "코로나 위기는 진정한 21세기를 열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다"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리고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이 "그런 미래를 만들겠다"며 38분간의 연설을 끝맺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연설을 "대전환이라는 (국정 운영의) 철학적 담론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인류의 큰 방향이 자본과 돈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며 "건강안전망이라는 개념도 그런 대전환 속에서 인간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로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연설문 전문] 이낙연 "국민과 함께 코로나를 넘어" http://omn.kr/1ot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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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끝내자,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김미애 의원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며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2020. 9. 7. ⓒ 유성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교섭단체대표연설 #생명안전기본법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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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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